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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세상을 등진 혁명가 남궁원 동지에게 내가 존경하는 노 혁명가 이일재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얼마 되지 않아 동지가 사고로 인해 회생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아마도 남궁원 동지는 이일재 선생님 연세의 절반을 조금 더 넘긴 나이에 불과 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세상은 갈수록 험악해 지는데 어쩌자고 이렇게 일찍 세상을 등질 수 있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한참을 머물렀네. 이일재 선생님이야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찍이 눈을 떠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몸을 바치신 후 90연세까지 원 없이 영혼을 불태우셨지만, 이제 뜨겁게 타올라 꺼질래야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나이에 전혀 예고 없이 세상을 등지다니 원망스럽기까지 했다네. 먼저가신 동지, 남궁원 동지! 1999년 새로운 정치조직에 기대를 걸고 함께 하기 시작한 노동자의 힘에서 2001년 벌어진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반대투쟁에 파견되어 최초로 적용된 화염병처벌법 적용을 받아 1년6월 실형 사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던 동지. 나는 그때도 동지면회 한 번 가지 못했네. 하물며 그 흔한 영치금 한번 보내 주지 못했네. 지금이라도 동지를 면회할 수 있다면 그곳 생활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면 그때 보내주지 못한 영치금과 면회하지 못한 빚을 갚아주고 싶네. 그러나 아마도 그곳은 동지가 염원하던 그런 세상 아니겠는가 돈이 필요치 않은 세상, 성적 차별이 없는 세상, 자본가와 노동자도 없는 세상,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 말일세. 자네를 필요로 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수많은 민중과 동지들이 있지만 이제 어쩌겠나. 자네 없이도 살아가야지. 자네 없이도 헤쳐가야지. 험한 세상을 험하지 않은 세상으로 만드는 일에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분투하고 있다네. 자네가 너무 일찍 아내와 자식, 민중들과 동지를 남기고 떠났지만 원망하진 않겠네. 자네인들 세상을 등지고 싶어 등졌겠나. 어쩔 수 없었던 상황,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기 위해 남으려고 발버둥 쳤던 그 노력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네. 모두들 이해하고 있으니 편히 쉬시게. 조만간 만나게 되지 않겠나. - 울산에서 조돈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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