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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 특집>구석본/서지월/김백겸/방민호/정경진/고안나/김임백/박혜옥/동봉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 특집>구석본/서지월/김백겸/방민호/정경진/고안나/김임백/박혜옥/동봉스님
◆구석본시인(대구문협 회장),서지월 김백겸시인,방민호시인(서울대 교수),정경진 고안나 김임백 박혜옥시인,동봉스님
<축사>한국 서지월시인-'시의 열매를 맺는 일'
<한국시>구석본 시-'중심의 정체' 외
<한국시>서지월 시-'용정의 하늘' 외
<한국시>김백겸 시-'후박나무' 외
<한국시>방민호 시-'사랑의 흔적' 외
<한국시>박혜옥 시-'앵남역' 외
<한국시>정경진 시-'비가 오네'외
<한국시>고안나 시-'나는 한 잔 술입니다' 외
<한국시>김임백 시-'자리 다툼'외
<한국시>동봉 시-'그리운 홍란꽃'외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문학상」시상식<축사>한국 서지월시인-'시의 열매를 맺는 일'
서 지 월 (한국시인)
전세계 어느 부족, 국가, 민족을 망라해 고래로부터 시는 있어왔다. 노래가 되어 불리기도 하면서 시의 끈끈한 생명력은 그 민족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던 것이다. 오천년 한민족의 역사를 보더라도 고조선시대의 <공무도하가>를 비롯해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의 <황조가>, 가야국의 <구지가>를 비롯해 조선시대부터는 한글로 씌여져 왔다. 일제식민지 치하를 거치면서 중국 조선족들에게도 시는 씌여져 왔는데 이는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발현시키는 역할이 되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조선족들에게도 시와 소설, 수필, 동시, 동화, 평론 등 여러 장르의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는 시대의 정신사 다름 아니며 살아가는 삶의 세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연변시인협회의「시향만리」가 끊임없이 간행되고 있고, 연변가사협회의「해란간 여울소리」가 수십 년을 줄기차게 발간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적 척도로 보아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이러한 눈부신 활동에 그 노고를 알아야 할 것이며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볼 일이 아닌듯 하다. 민족공동체의 묶음은 문화로부터 발현되는 것이며 문학이 앞장 서서 선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산자가 있으면 공유하는 자가 있듯이,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더 합일된 가치관의 문화를 누리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2007년「시향만리」창간호 출간식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시향만리문학상」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하여 멀리 한국에서 인천을 경유해 중국 단동-심양-환인-집안-돈화-안도를 거쳐 연길로 고단한 몸 이끌고 왔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신명나는 대장정이었다. 누가 나를 자주 동북삼성 땅으로 불러내는지는 몰라도 동북삼성은 그냥 풀과 나무와 강과 산이 존재하는 땅이 아니었다. 중국 조선족들이 살아 땅을 일구어 해바라기도 심고 텃밭도 가꾸어 오이 상추 강낭콩 고추 호박 감자 등 열매맺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여기에 시가 보태어져 많은 조선족 시인들이 시의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 역시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시향만리문학상」이 더욱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ㅡ2011년 8월 28일, 연길 라경호텔 시상식에서 한국 서 지 월(시인)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구석본 시-'중심의 정체' 외
중심의 정체
구 석 본
갈비탕을 먹는다 갈비를 뜯는다
그래, 갈비는 뜯는다고 한다
몸의 중심을 뜯는 것이다
한 몸을 지탱하던 중심을 뜯으며 맛있다고 한다
갈빗살은 질기다 그 질긴 살을 씹을 때
몸이 숨겨 놓은 욕망이
끈끈한 국물로 흐르며 목젖을 적신다
죽은 욕망은 살이 되어
입 속에서 잘근잘근 씹히며
또 다른 욕망으로 살아난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게 살아나
내 몸의 중심으로 스며들어 일어난다
몸속에 숨겨진 뼈 하나가 더욱 단단하게 굳는다
국물도 한 모금 마신다
갈비의 육수, 땀으로 흐른다
마침내 그릇은 비워지고 뼈만 남는다
눈앞에 드러난 한 생을 떠받친 중심의 정체,
잠시 머물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정지화면
구 석 본
밤,
한 쌍의 남녀가 거리를 걷고 있다
그들의 정면은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 불빛은 등만을 클로즈업한다
클로즈업 되는 순간, 모든 것은 정지한다
정지화면으로 보는 남녀 간(間),
어깨와 어깨, 등과 등, 허리와 허리에
넘을 수 없는 유리벽 같은 사이(間)가
외로움의 숙주로
정지화면에 클로즈업 되어 파랗게 나타난다
화석처럼 두껍고 단단하다 외로움의 DNA가
저 화석 속에 문신처럼 박혀 있다
이윽고 가로등 불빛이 꺼지면
정지화면이 풀리고
유리벽 같은 사이도 풀어지고
다시, 두 남녀가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손을 잡고
어둠 속으로, 깊은 어둠 속으로 묻혀간다
그 무렵,
외로움의 DNA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상의 섬
구 석 본
익명의 사람들이 물결처럼 모였다
무리지어 지상의 바다가 되었다
그 바다 한가운데 오똑한 섬,
사람들이 이루는 물결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밤이 되자,
등대에 적막을 밝히는 불이 켜지고
사람들 안에서 출렁이던 외로움이
파도가 되어 섬을 덮친다
무수한 외로움이 무수한 파도가 되어
덮치면 덮칠수록
외로움으로 살찌는 섬은 점점 비대해질 뿐이다
밤새도록 몸을 부풀리는
고도(孤島).
<약력>
▲경상북도 칠곡 1949년생.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영남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과 졸
▲1985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2000년 대구문학상 수상
▲2008년 대구광역시문화상 수상
▲시집 『지상의 그리운 섬』,『노을 앞에 서면 땅끝이 보인다』,『쓸쓸함에 관해서』 등
▲현재, 대구광역시문인협회장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서지월 시-'용정의 하늘'외
용정의 하늘
서 지 월
해바라기가 온 벌판을 물들이는 용정의 하늘
가벼운 몸으로 잠자리는 날은다
나는 가볍지 않은 몸 이끌고 왔건만
용정의 하늘은 해란강을 내려다 보며
아직도 무슨 할 말 남아있는 듯
비를 뿌리다가 구름 몇 점 흘리고 있다
떠 있는 구름의 心思 알 수 없듯
하늘의 푸른 뜻 뉘라 알리?
땅 위에 구르는 저 馬車는 누가
흘리고 간 것이란 말인가
육중한 모자 눌러쓴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듯 한데
연거푸 담배연기 피워 올리는 것 보면
그래, 아직도 할 말 다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인 것을!
오늘따라 용정의 하늘이 平安한 것은
수많은 先烈들이 흘린 피의 함성이
들의 꽃으로 피어나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터,
내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왜 기러기는 돌아오지 않는가
서 지 월
말하자면 눈물도 말라버린 길 위에
돌들도 산을 향해 돌아눕고
개울물소리도 저들끼리 먼 길 가는데
남녘하늘 가로질러 북녘으로 날아간 기러기는
돌아오지 않는가
물바가지에 버들잎 띄워 마시고
뒤 안 돌아보고 떠난 사람
진달래꽃 피어도 소식 없고
울밑 봉숭아 분홍 등불 밝혀도 인기척 없어
문밖 가랑잎 지면 오려나 했더니
허연 두루마기 걸치고
꺼칠한 흰 수염 바람결에 날리며
방문 열고 문지방 넘고 대청마루 지나
뜰에 내려 한참을 먼산 우르러더니
뒷문으로 나간 사람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북녘 기러기 남녘 갈대밭
서 지 월
북녘 기러기가
두만강 건너 날아오면
남녘 갈대밭은 임마중 하듯
마음 설레어
머리 빗어 넘기며
어쩔줄 몰라 온몸 흔든다
<약력>
▲1955년, 고주몽 연개소문과 같은 생일인 음력 5월 5일 단오날 대구 달성 출생.
▲1985년 10월, 제2회「전국교원학예술상」문예부문에 시 <꽃잎이여>로 大賞에 당선, 문교부장관상 수상.
▲1985년『심상』 신인상 시 당선.
▲1986년『아동문예』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
▲1985년『한국문학』신인작품상 시 당선..
▲1999년, 전업작가 정부특별문예창작지원금 수혜시인에 선정됨.
▲1993년 제3회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2002년, 중국「長白山文學賞」수상.
▲시집『꽃이 되었나 별이 되었나』,『江물과 빨랫줄』,『소월의 산새는 지금도 우는가』,『백도라지꽃의 노래』(요녕조선민족출판사),『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등 있음.
▲2006년, 한국전원생활운동본부 주관, 詩碑「신 귀거래사」가 영천 보현산자연수련원에 세워짐.
▲2007년, 달성군 주관, 한국시인협회 MBC KBS 등 후원으로 詩碑「비슬산 참꽃」이 비슬산 자연휴양림에 세워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시인. 한중공동 시전문지『북두성』편집 주필.
▲현재,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대구문인협회 외국문학 분과위원장. 대구시인학교 지도시인.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김백겸 시-'후박나무'외
후박나무
김 백 겸
입이 넓은 후박나무가 걸어와서 묻는다
너는 그늘이 있느냐
내 삶이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처럼 수고로우니
햇빛을 피해 네 그늘에 앉을 수 있느냐
묻는다
생활에 바빠 그늘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후박나무가 나를 비켜가 시간 속을 향해 걸어간다
뒷모습을 전송하며 내가 말한다
그늘은 없지만 내 욕망이 너의 그늘을 만들 것이니
쉬어 가렴
후박나무가 힐끗 뒤돌아 보곤 숲을 향해 걸어간다
훗날에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등이 고단한 내가
후박나무를 향해 말한다
삶의 욕망을 끓인 내 심장이 터질 것 같구나
햇빛을 피해 네 그늘에 앉을 수 있느냐
후박나무가 고개를 들어 웃는다
내가 부끄러워 탄식한다
내 일찍이 욕망 대신 네가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지 못했구나
자작나무
김 백 겸
숲 속에 자작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흰 눈이 내리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친 동지가 지난 어느 날
자작나무는 성스러운 세계목이 되었다
구름 위의 하늘과 대지의 지하를 오르내리는 샤먼의 경배에 의해
온 우주의 소리와 빛을 보고 듣는 천수관음이 되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전에는 그냥 평범한 나무였다
봄이 오면 새 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흰 가지로써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기는
뿌리에 온 몸의 생명을 내려보내 부활의 시간을 기다리는
목숨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였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어느 날 불멸의 환상을 품게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믿기 시작했고
흰 몸과 푸른 잎들은 신의 마음으로 타고있는 불길임을 자각했다
흰 몸과 푸른 잎들이 불사조처럼 날아가
빛과 하나가 되는 존재임을 믿기 시작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그 때부터 마음에 빛을 내기 시작했고
신의 모습을 본 모세처럼
숲의 운명을 나무들에게 빛의 침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약력>
▲1953년 충남 대전 출생.
▲충남대 영문과 졸업. 충남대 경영학과, 경영대학원.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기상예보>가 당선 되어 등단.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시힘'과 '신인문학' 동인 활동.
▲시집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등이 있음.
▲시론집 『시적 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출간.
▲현재 ‘시힘’,‘화요문학’ 동인이며 웹진 『시인광장』主幹. 한국원자력연구원 근무.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방민호 시-'사랑의 흔적'외
사랑의 흔적
방 민 호
이것은
나풀거리며 떠다니는
나비
어느 가냘픈 어깨 위에 앉았다
내가 손가락을 살며시 뻗어 잡으려 하자
포르르 날아오르는,
또 어느 까만 머리칼 위에 앉았다
내 한숨이 짓는 공기의 파동에
깜박이듯 날아올라,
아득한 봄날
하얀 햇살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나비
앉았다
날아오르고
또 어느 꽃 위에 앉아
기억의 손가락을 기다리는
이것은
나비
이 가벼운 질량
이 끈질긴 생명
빙의
방 민 호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과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당신은 내 아픈 눈동자 속으로 내 안에 들어와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당신이 가라는 곳으로 가
당신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오
사랑이 깊으면 아픔도 깊어
나는 당신이 아픈 곳에 손을 대고
당신과 함께 웃지
행복
방 민 호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
옷 없는 짐승들처럼 골목 깊은 곳에 단둘이 살 때
우리는 가난했지만 슬픔을 몰랐다
가을이 오면 양철 지붕 위로 감나무 주홍 낙엽이 쌓이고
겨울이 와서 비가 내리면 나 당신 위해 파뿌리를 삶았다
그때 당신은 내 세상에 하나뿐인 이슬 진주
하지만 행복은 석양처럼 짧았다
내가 흐느적거리는 도시 불빛에 익숙해지자
당신은 폐에 독한 병이 들어 내 가슴 속에 누웠다
지금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
시간이 물살처럼 흐르는 사이
당신을 잃어버린 내게 남은 건
상한 간과 후회뿐
그때 우린 얼마나 젊고 아름다웠나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
백열등 하나가 우리 캄캄한 밤을 지켜주던 나날
<약력>
▲1965년, 충남 덕산 출생. 공주와 대전에서 성장.
▲서울대 국문과,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창작과 비평》에 최인훈, 이청준, 이문열 소설을 분석한 평론 「현실을 바라보는 세 개의 논리」가 당선되어 평론 등단(1994).
▲2001년《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에 시「옥탑방」, 「사랑의 흔적」,「시간을 거꾸로」등 3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출간.
▲평론집으로 『비평의 도그마를 넘어』, 『납합 아래의 침묵』, 『문명의 감각』, 『행인의 독법』, 『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 등이 있음.
▲산문집『명주』
▲《서정시학》편집위원
▲현재,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연변시총서](2011. 7호) 시향만리 <한국시> 박혜옥 시-'앵남역' 외1편
앵남역
박 혜 옥
지우고 싶은 기억이 몹시도 버거운 날엔
앵남역에 가보라
앵두꽃 눈물처럼
망울져 흩어지는 봄날
이 땅의 기차역 족보에 엄연히 올라있는
앵남역에 앉아 기차를 기다려 보라
더러는 떠나고 더러는 돌아오는
철벽바위로 단단하던 일상도
알고보면 우스운 일
역도 매표원도 없어
행선지를 깜박 잊은들 대수리
잊은 김에 뜨겁던 그 여름도 잊고
잊은 김에 뜨겁던 겨울도 잊고
구부러지는 산 모퉁이를 지날 때 쯤이면
다아 잊었지만 그래도 한번 더 잊어버리고
앵두꽃 가지 사이로 괜시리 봄비 뿌려대는
그런 날이면
혼자서 라도 앵남역에 가보라.
서울살이
박 혜 옥
매번 확인한다
몆 번 출구 입니까
지금 계시는 그 곳
몆 번 출구로 나가야
갈 수 있나요
들어올 때는 자유롭게 들어 왔지만
나갈 곳은 잘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일 수 있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창가 이거나
늘 만나던 찻집이거나
첫 눈 내리는 오후 이거나
애매한 약속 다 정리하고
세련되게 묻는다
당신을 만나려면
몆호선을 타고 가
몆 번 출구로 나가야 하나요
정말 그곳에서 날 기다려 줄건가요
서울에 와서도 나는
변함없이
누군가 만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약력>
▲1951년 광주 출생
▲광주 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에 전봉건 홍윤숙시인 추천으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원탁시, 기픈시 동인
▲시집, 『 내 가슴은 셀로판지』, 『 너무 순결한 것을보면 나는 죽고싶다 』, 『 비담, 당신의향기 』등 있음.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시인.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정경진 시-'비가 오네'외
비가 오네
정 경 진
찾아와도 달갑지 않은
소식 미리 띄운 나그네 비,
눈치없이 오네
어디서 오는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푸르른 솔방울에 송송송
맺히는 투명한 땀방울
목련 라일락 활짝 펼쳐든
꽃잎 우산 위에
툭툭 기침하는 소리
어디서 오는 누구인지 말하고 있네
비가 오네, 세수대야에
흘러가는 목소리 담아
가만 가만 가라앉히면
그대 마음 읽을 수 있을까
반가운 그림자 될까
껍데기의 노래
정 경 진
부뚜막의 불 끄지 않고
내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내일이 있나 없나 궁금해지면
번뜩 눈 뜨고 밤 지새어 본다
두 귀 활짝 열고 두 눈 앞세워
새처럼 산으로 들로 바다로
휘휘 돌아보고 돌아오면
나는 또 내가 되어있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무거운 눈꺼풀에 깔린 꿈나라는
어느 곳이든 문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딴 마음에 물들지 않게
단단히 묶어 떠나야 한다
머리맡에 집게벌레가 꿈틀거린다
너희들은 꿈나라 갔다 왔구나
벗어놓은 껍데기
바꾸어 태어나지 않은 것 보면!
<약력>
▲1954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2001년 계간『시현실 』 봄호로 등단
▲2003년 제4회 「적벽강시문학상」 수상.
▲2005년, 중앙일보 주관 제1회「미당문학제」시부문 대상 수상.
▲중국 길림성「장백산」문예잡지 조선족문학인대회 및
일본 도쿄 아시아환태평양시인대회 참가.
▲한국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시인.
▲현재, 사림시 동인. 대구시인학교 회장.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고안나 시-'나는 한 잔 술입니다'외
나는 한 잔 술입니다
- 천지에서
고 안 나
아무도 몰래
청잣빛 하늘 한 귀퉁이
이름 없는 구름 한 조각 떼어내어
다듬지 못한 빈 잔 채웠습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가장 위대한 자리 天地間
눈 시린 햇살
길 잃은 시간들, 그들이
내 잔을 채웁니다
주인 알 수 없듯
형체 알 수 없는 설운 바람소리
심장에 은장도 박히는
그런 밤이면
눈썹달 마주보며 취합니다
뒤흔들고 싶은 함성
웅크린 채 찰랑찰랑
건배 제의 기다리는 나는
점잖은 한 잔 술입니다
경(憬)을 치다
-장백폭포
고 안 나
쩌렁쩌렁
천지 뒤흔드는 소리
직립으로 일어서서
풍경을 찟는다
시퍼렇게 질린 나무들
오금 저린 바람 오도 가도 못한 채
부동자세다
귀 열어 놓은 하늘
마음 닦은 돌멩이들
거침없이 쏟아놓는
훈계의 말씀
숨 죽이고 듣고 있다
울음이 울음을 키운
소리로 천년
백두대간 찰지게 꾸짖으신다
<약력>
▲시인. 시낭송가.
▲1958년 경남 고성 출생.
▲2010년, 부산시인협회『부산시인』봄호 신인상 시 당선.
▲중국『장백산 』, 연변시총서『시향만리 』로 작품 활동.
▲호미곶문화예술제 시부문 장원,산문부문 장원 수상.
▲백산여성문예상 시부문 장원 수상.
▲한국낭송가협회 시낭송가로 활동.
▲한중공동시전문지『 두견화(杜鵑花)』,「해란강여울소리」편집위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위원.
▲한국오페라교육문화진흥원 추진위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모닥불문학회 부회장.
▲대구시인학교 문화부장. <사림시> 동인으로 활동.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김임백 시-'자리 다툼'외
자리 다툼
김 임 백
칠곡 현대공원 시아버님 산소에
일년 전 환히 불 밝혔던 조화
초췌한 모습으로 수심에 젖어 있다
이제 비켜줘야 해, 여긴 내 차지야
화사한 웃음 머금으며 들이미는 얼굴
엄동설한 긴 겨울 벌벌 떨며
묘지 지켜주었는데
이제 와서 비켜라 하니 말도 안 돼
일년 동안 자리 차지해 터전 이룬 조화,
안간힘 다해 버틴다
영원한 것은 하늘뿐
나의 봄은 어디로 갔나
물러나는 눈가에 망울 맺힌다
낮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
바람이 다가와 입 맞춘다
새벽
김 임 백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의 틈새
선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나를 깨우고
머리맡에 머물고 갔으나
한번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하늘의 별들 아직 식지 않고
허공에서 어둠이 두려움으로 떨고 있을 때
이제는 눈 뜨고 싶다
빛의 발걸음 소리 들으며
새벽을 깨우시라
잠자는 군상들
마비되었던 시간에서
깨어나야 할 때
<약력>
▲1962년 경주 출생. 필명 김설아(金雪娥).
▲시인,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전문시낭송가.
▲『 대구문학』및 중국 연변시총서『 시향만리』로 작품 활동.
▲시집 『 햇살 비치는 날에』외 공저 다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 모닥불문학회 회원. 한중 북방문학회 회원.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시인.
▲「사림시」동인으로 활동.
[연변시총서](2011.7호)「시향만리」<한국시>동봉 시-'그리운 홍란꽃'
그리운 홍란꽃
동 봉
종달새 신명나게 우짖어
문 열고 맨발로 밖을 나와 보니
온 산천이 환한 웃음 꽃밭이라
그 중에 제일로 눈에 띄는
우담바라 같은 홍란꽃이
초승달 같이 그린듯 고운 눈웃음 퍼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다가왔네
동자는 늬나니 늬나나나 보리피리 불고
동녀는 늴리리 늴리리야 버들피리 불어 제끼며
온 세상은 연신 축복에 쌓였네
하마, 상처 날세라
세상사에 오염될까 봐
고이고이 방안에 들여
물이 필요하면 눈물 흘려주고
추우면 마음의 훈기 이불처럼 덮어주고
꽃 이파리 흐느적 흐느적 떨어지려 하면
행복의 입맞춤으로 정성을 다해도
방이 좁아서 안달하던 홍란꽃!
그새 꽃 향기만 내 마음에 남겨두고
쓸쓸히 떠나갔네.
둥근 달빛 금반지 들러 끼우는 그 언저리로
떠나가는 홍란꽃 바라보며
소쩍새도 밤새도록 울어 목이 쉬었네
어느 화가가 그 홍란꽃 다시 그려 내어도
내 마음의 홍란꽃 향기는 그려내지 못하리
전생 금생 짧은 인연 탓하지 않고
내 생의 긴 인연으로 (부처님 전에)
한 마리 나비와 한 떨기 꽃으로
다시 만나 영생에 들리
나무論
동 봉
처음엔 한 줄기로 뻗어 자라다가
나중엔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지는 나무는,
전생에 복 많이 지어
부모도 잘 만났으나
부모님 말씀 좋은 스승의 말씀
듣지 않아서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져 바람 많은 가지로
세파에 부대끼는 것
처음엔 휘어져 자라나도
나중엔 한 줄기로 곧게
자라는 나무는
비록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 해도
부모님 말씀 어진 스승의 말씀
잘 받들면서 부처님께 기도 잘 해
영광을 한 몸에 누리는
올 곧은 나무 되었더라
산비탈 바위틈에 자라면서
비바람에 시달리며
물 한 모금 먹기 위해
가지는 앙상한 채
뿌리 깊게 내리는 나무는
전생 금생 복 짓지 못해
고충을 겪는 것이고
한아름 같은 나무가
더는 못 자라 칡넝쿨이 감아 삼키는 것은
한 재벌가가 아랫사람
너그럽게 베풀지 못해
더는 뻗지 못하는 형상 같으니
나무는 땅을 보면 죽은 모습이요
푸른 하늘과 해를 보며 자라야 생명이 활기차듯
인간도 저 나무들처럼
지옥 생각 말고 극락 향해 우러르며
베풀고 수행 거듭하면
향기로운 숲 이루는 나무가 되리라
재 물 (財物)
동 봉
나의 재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산소 같고
태어남의 재물은
여름날 휘날리는 큰 숲의
나뭇잎 같네
세월이 지나 산중의
가을 단풍잎처럼 허망하게
나의 재물은 물들고
못 다 가져가는 내 심정은
떨어지는 낙엽 같네
떨어지는 낙엽 쓸어서
불에 태우면
순간 육신은 따뜻하나
불씨는 사라져 버리듯
내 육신 그와 같이
싸늘하게 식어질 것이네
<약력>
▲조실 동봉(東峰)스님. 시인, 화가.
▲ 2000년 한중작가교류전 4군자 대상 수상
▲ 2004년 재단법인 대한불교 일붕선교종 제7대 총무원장
▲ 2001년 태국왕실국립대학원 불교명예박사 학위 취득
▲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캐피탈대학 종교교육학 명예박사학위 취득
▲ 2003년 UN-NGO로부터 아카데미 평화훈장 및 평화상 수상
▲ 2003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상 수상
▲ 2003년 로스앤젤레스(LA)시장 표창장 수상
▲ 2006년 한국문화예술교류단 최초 공로 표창장 수상
▲ 2006년 통일부장관 사회봉사 표창장 및 훈장
▲ 2000년 (현) 한국예술협회 4군자 심사위원
▲ 2000년 재단법인 대한불교 일붕선교종 제6대 총무원장
▲ 2003년 UN본부 방문, 세계평화학술세미나 한국단장
▲ 2003년 (현) 재단법인 세계불교법왕청 평화재단 최고위원
▲ 2007년 (현) 대한불교원로지도자 연합회 이사
▲ 2009년 중국 육조사로부터 최초 법맥건당(대선사)
▲ 2009년 제1회 나옹선사 천복(天福)문화예술제 대회장(법주)
▲ 2010년 일붕신문사 사장. UN 한국기자
▲ 조령산 문경 새재 흥천사 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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