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다시 글을 씁니다. 원래 1,2주에 1개씩 제가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천성이 게을러 그리 되었습니다. ㅠㅠ
저는 어릴 적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꽤 오래 살았습니다. 아기였을 때 부터 중학교 2학년 은평구 홍제동으로 이사할 때 까지 살았으니 서울 북촌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 듯 합니다.
가회동에 대한 제 추억 중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한옥집들의 아름다운 처마 선과 담벼락, 툇마루,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로같은 골목길입니다. 닭장이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아파트에 산지 벌써 수십년인데 가끔씩 가회동의 추억이 떠오를때면 순간 처마밑에 매달아 띄우던 메주냄새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동네 뒤에 있는 삼청공원은 무척 재미난 놀이터였습니다. 물이 맑아 가재가 여기 저기 널려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되지만 이른 아침이면 성인 남자들이 나체로 작은 폭포 밑에 줄서서 냉수 마찰 하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밤 늦게까지 동무들과 뒷동산에서 하던 술래잡기, 동네 골목길에서 하던 땅따먹기, 비석치기, 구슬치기, 말타기 게다가 깡뽁이는 덤으로 ....
그러고 보니 어린시절을 참 재미있게 보냈네요.
한국 가곡을 들을 때면 자주 어린시절 가회동의 추억이 아스라히 떠오릅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소개하는 유경환 시, 박지훈 곡인 '도라지꽃'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노랫말도, 곡도, 반주도 모두 빼어나게 아름다운 이 곡은 제게는 가회동에 묻어버린 저의 타임캡슐입니다.
도라지꽃
유경환 작시, 박지훈 작곡
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 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물들었네
도라지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가
목축이고 지나가네
비취이슬 눈썰미에
고운 햇살 입맞추고
저녁노을 지기 전에
꽃봉오리가 오므리네
꽃입술에 물든 하늘
산바람이 비켜가네
꽃송이에 담겨진 하늘만
산그늘이 젖어있네 젖어있네
산속에 핀 도라지꽃
기다림에 젖어있네
아주여성합창단 제24회 정기연주회입니다.
테너 윤서준선생의 연주입니다. https://youtu.be/iMiiAz5mWL4
계명대교수 소프라노 강혜정선생의 연주입니다.
부산소년소녀시립합창단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연주합니다.
몇해 전 문득 생각이 나서 가회동에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던 집 일대가 모두 헐리고 그 자리에 외국 대사관저가 들어와 있어 황망했었습니다. 게다가 서울의 대표적인 주택가였던 동네에 웬 중국인 관광객이 그리도 넘쳐나는지 ....
가지 말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