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찜닭 좋아하세요?
여름감자가 한창 맛있는 요즘이야말로 안동찜닭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죠. 총각은 숭덩숭덩 자른 여름감자와 당면을 닭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닭고기 맛이 맛있게 밴 채 간장에 조려진 감자와 당면은 그저 생각만으로도 침이 츄릅!
감자는 포근하고 당면은 쫄깃하고 닭고기는 촉촉, 수북한 한 접시도 금세 없어지는 안동찜닭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 그건 닭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마지막 당면 한 줄까지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끔 만드는 매콤한 유혹, 바로 고추 덕분이지요. 안동찜닭에는 당연히 안동고추. 안동찜닭은 반드시 안동에서 먹어야 제 맛인 것처럼 안동고추 없는 안동찜닭은 앙코 빠진 붕어빵, 달걀 빠진 콩국수, 문어 빠진 타코야끼!!
안동찜닭의 결정적 킥,
안동고추 안동찜닭의 결정적 레시피, 안동고추가 8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안동은 매해 5600여 농가가 2075ha에서 5759톤의 고추를 생산하는 고추의 도시. 실제로 안동의 고추생산 면적은 전국대비 5.2%로 최고를 자랑하죠. 이미 많은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맵고 강렬한 고추의 이미지 또한 뜨거운 안동의 여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고추의 도시, 안동에서도 북후면 도진리는 마을 전체가 안동고추를 재배하는 고추마을. 도진 고추작목반에서는 벌써 2014년 햇고추를 수확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입니다. 마침 안동찜닭에 넣을 고추가 떨어진 총각은 햇고추를 얻으러 이제부터 북후면 도진리로 갑니다.

안동시내에서 영주방면으로 직진, 십 여분이면 도착하는 안동시 북후면 도진리
안동시 북후면 도진리는 모래가 많이 섞인 사질토로 매해 탐스러운 안동마와 안동생강, 그리고 안동고추를 키워내기로 유명한 곳. 지난밤 태풍이 다녀간 도진 고추 작목반장 장대걸씨 고추밭은 다행히 무사합니다. 강력한 바람대신 소롯이 비만 뿌려준 고마운 태풍입니다. 오랜만에 비 맛을 본 장대걸씨의 고추밭이 푸르게 살아납니다.
올 봄부터 여름까지, 그 흔한 장마비조차 없이 참 지독한 가뭄이었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고추는 퇴비가 넉넉해도 영양이 부족해집니다. 영양이 부족한 고추는 열매를 지켜내기가 어렵구요. 모두 5000평, 마을에서 최대 규모의 고추농사를 짓는 장대걸씨의 여름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지요. 가까운 개천의 물을 끌어다 대고, 수시로 영양제를 뿌리면서 고추가 이 고비를 견뎌주기만을 바랐습니다.

안동시 북후면 도진리, 산아래 비탈에 자리한 장대걸씨 고추밭
사정은 다른 농부들도 비슷합니다. 개천에서 가까운 곳은 대개 논이고 고추밭은 거의 산자락에 위치합니다. 하루 종일 햇빛을 받기에는 좋지만 물을 끌어대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지요. 그렇게 절박할 때 태풍이 와 주었습니다. 3박 4일 비가 내렸지만 이렇게 비가 고맙긴 처음이었네요. 비록 씨알이 좀 작지만 안동고추는 늠름하게 버텨주었습니다. 태양보다 더 붉고 곱게 물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장대걸씨의 눈물겨운 햇고추 수확 날입니다.

2014년 햇안동고추를 수확하는 도진 고추작목반장 장대걸씨
8월, 산간지역이자 분지인 안동의 태양은 뜨겁다 못해 장렬합니다. 여과 없이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는 단 오 분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확작업은 아침 여섯시부터 시작, 대개 열시를 넘기지 못합니다. 송곳 같은 햇살과 빽빽한 고추밭이 만나 뿜는 복사 열기가 엄청나기 때문이죠. 무리하다가는 자칫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열기를 고스란히 받는 노지의 안동고추는 태양을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색도, 맛도, 향기도 강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안동은 예로부터 고추요리가 유명합니다.


아내 장순복씨. 옛부터 안동과 안동고추는 인연이 깊은 사이
달달한 엿기름물에 고두밥과 무를 삭혀 새콤달콤하게 먹는 겨울음료, 안동식혜는 반드시 생강과 함께 고추를 우려서 넣어야 그 발그레한 색감과 알싸한 맛이 완성됩니다. 오늘날 안동찜닭에서 포인트 역할을 하는 맛 역시 고추죠. 결 고운 안동 고추가루만을 사용하는 안동풍산김치는 이미 김치계를 평정한지 오래구요. 그렇게 안동과 고추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인연에 인연을 더해 온 특별한 사이.
단순히 생산면적만 넓은 게 아니라 안동인의 삶 속에서 안동고추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이제 안동고추는 지역을 넘어 전국을 향해 도약하고 있습니다.

생산은 농부가, 가공 판매는 농협이 맡는 안동고추
도진 고추 작목반장 장대걸씨를 비롯한 작목반원 33농가는 남안동 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안동고추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고추를 생산하는 데만 전념하고 그렇게 생산된 안동고추의 유통과 판매는 농협이 맡는 거죠. 고품질의 안동고추를 생산해 좋은 상품으로 가공,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안동고추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는 윈윈 시스템입니다.
8년 전부터 남안동 농협과 함께 안동고추를 생산하고 있는 장대걸씨는 농부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마음 놓고 농사 지을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장대걸씨
“수확기엔 고추가 익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가 없어요. 지금은 하루 종일 고추를 따내야 되는 시기인데, 판매에 신경쓰다보면 고추 따는 시간이 턱도 없이 부족하거든요. 매일 수매차량이 와서 고추를 거둬 가니까 농사짓는 사람으로선 한시름 덜었죠.”
판매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은 농부라면 누구나 바라는 세상입니다.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살 수 있게 품질 보증이 확실한 제품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꿈이구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동고추는 그런 세상과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뒤에는 엄청나게 콧대 높고 까다로운 수매기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