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아니지, 가장 저렴한 가격입니다. 물론 세금도 차중에선 가장 적게 냅니다. 경차인데다 화물차로 등록되어 있으니 아마 2만 몇천원 정도로 다른 차에 비해 무척 낮은 편이지요.
배기량은 799cc, LPG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LPG값이 차를 살 때(약 400원대/리터당)에 비해 만만치 않게 올라 지금은 770원대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휘발류나 경유에 비해선 아직도 저렴한 편입니다. 얼마전 라디오를 들으니 휘발류를 100%로 할 때 경유는 85%, LPG는 50%선으로 조정을 하겠다고 하니 상대적으로 경유가 많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쉽게 표현해서 가장 저렴하고 유지비도 가장 적게 드는 차라는 이야깁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이 이 차를 대중적으로 타지 않는 것은 약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 차를 약 4년 정도 탄 내 주관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만 약 3가지 정도로 함축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사회적인 시선입니다. 요즘 나오는 예쁜 경승용차도 아니고 경차에 화물운반 기능을 추가해 작은 화물차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타우너나 다마스가 단순히 화물차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승합차로도 나오지만 워낙 차가 작다 보니 이용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화물차를 승용차처럼 타고 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 주차장에서도 내차 외엔 같은 차종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승합차, 화물차도 구경하기 힘듭니다. 오직하면 큰 딸 녀석이 내 차로 학원에 데려다 줄라치면 학원 정문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미리 내려 달라고 하겠습니까.
둘째는 승차감, 운전편의성입니다. 아무리 작은 차라도 고급스럽게 왜 못 만들겠습니까. 차 가격 때문에 일반 승용차엔 기본인 것들이 이 차종엔 아예 붙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자동클러치, 파워핸들 이런 것들은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옵션에도 없기 때문에... 내 차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다 한 것입니다. 일명 풀옵션이지요. 에어컨, 썬루프, 내부에 붙이는 내장 등등... 그러나 에어컨은 비 올 때 성애제거 목적외엔 잘 켜지 않습니다. 차라리 창문을 열고 다니는 게 시원하지요.
전에 타던 차가 1톤 트럭이었습니다. 회사업무용이었지만 승용차를 폐차한 후라 출퇴근도 하고 승용차처럼 타고 다녔지요. 현재의 내 차를 타다가 예전의 그 트럭을 잠깐 운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타보니 승차감이 그랜저처럼 느껴지더군요. 고급 승용차나 택시라도 타보면 마치 리무진처럼 느껴집니다.
뿐만 아니라 LPG차인 이 차종은 겨울이 쥐약입니다. 모든 차가 겨울엔 예열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만 이 차종은 예열을 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예열이 될 때까지 정지선마다 시동이 꺼집니다.
어떻게 이런 차를 운전하고 다니냐구요? 계속 타고 다니다 보면 그럭저럭 적응이 됩니다. 물론 성격이 기본적으로 무던해야겠지만요.
셋째는 안전성입니다.
차가 작고 앞이 일반 승용차처럼 엔진룸이 나와 있는게 아니라서 정면으로 큰 충돌시엔 끝입니다. 일반 화물차들은 무거운 짐을 싣기에 승용차와 달리 차체에 철골 프레임이 철로처럼 길게 있어서 다소 다행이지만 이 차는 작아 그런 것도 없고... 하여간 정면으로 부딪히면 갑니다.
나 스스로도 많이 느끼면서 운전하는 것이지만 누가 그러더군요. 겨울철엔 길에 옆으로 누워있는 이 차종을 많이 본다고... 바람이 조금 세게 불라치면 한강다리를 이 차로 건널 땐 조심해야 합니다. 바람영향으로 앞으로 가던 차가 갑자기 좌우로 흔들거리기 때문입니다. 아마 초보 운전자들에겐 상당히 심각하게 위기가 느껴질 것입니다.
서울시내에선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이 차종을 거의 볼 수 없는 데가 있습니다. 바로 고속도로입니다. 차의 최고속도는 계기판에 140으로 나와 있습니다. 내가 이 차로 최고속도를 낸 기억은 아마 130~135 정도일 것입니다. 그것도 내리막 길로 길게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키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가 옆에 고속버스라도 지나 가게되면 이 차는 옆차선으로 휭하니 수평이동하게 됩니다. 그곳에 차가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고속도로엔 항상 차들이 쌩쌩 지나가므로 아찔아찔 하지요.
그래도 나는 고속도로는 탑니다. 다만 천천히 갈 뿐이지요. 하지만 천천히 가도 소용없는 곳이 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 일반 차들은 높은데에서 서해의 풍경구경하면서 느긋하게 가겠지만... 내 차는... 쉽게 설명하자면 서해대교를 차로 지나가는데 서해대교가 갑자기 좌우로 흔들거린다면... 아찔아찔 하겠지요. 높은 곳에서... 30~40정도의 속도로 비상등을 켜고 벌벌거리며 내려오는 모습이 놀이기구를 처음 탄 시골사람처럼 혼이 나가 있는 모습입니다. 놀이공원의 기구를 타는 것이라면 안전이라도 보장받지만 이건 머리에서 쥐가 날려고 합니다.
최근 2주일 전부터 우리동네 사람들은 아침마다 20~30여분씩 어떤 차가 시동소리 요란하게 계속 깔~깔~깔~ 거리는 것을 들었을 것입니다. LPG차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연료탱크에서 엔진으로 가는 파이브의 LPG를 다 태우고 엔진을 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LPG가 얼어서 다음날 시동을 걸 수 없게 되지요. 그래서 연료를 다 태우고 시동을 껐는데도 날씨가 차가워지니 아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첫 시동 이후 낮엔 정상적으로 별 무리없이 사용하는데 아침이 문제입니다. 20~30여분 동안 20여차례 요란스럽게 시동걸기를 하다가 겨우겨우 시동을 걸게되면 출근을 하곤 했지요.
매일 아침 아내를 학교까지 내 차로 데려다 주고 출근을 합니다만 그제는 아내가 연수를 간다고 가방까지 들고 차에 올랐습니다. 이 날도 여전히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아침 조회시간이 10여분밖에 남지 않았다는데... 시동은 유난히 걸리지 않고 할 수 없이 아내는 택시를 타려고 걸어서 가고 나는 햇살에 차가 녹을 때까지 대기하려고 다시 집으로 들어 오 고... 경비 아저씨가 주차장까지 따라나와 내 차 앞을 막고 있는 차를 밀어서 옆으로 빼 주며 ‘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까지 했었는데 시동도 못걸고 가방들고 털털거리며 다시 들어오는 내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 보았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차를 샀던 때가 86년인가 87년인가? 적당한 새 차를 사라며 아버지가 돈을 주셨는데 나는 돈을 아낄 요량으로 중고차 시장엘 갔다가 까만색 호로짚차에 반해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사고 말았지요. 다음날 아침, 새로 산 차로 아버지 출근을 시켜드리겠다며, 집앞 공터에서 동네사람들이 쳐다 보는 가운데 아버지를 옆자리에 앉게하고 시동을 걸었는데 끌~끌~끌~, 끌~끌~끌~ 소리도 요란하고 매연도 소독차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시커멓게 동네를 다 덮고도 남게 나오면서 10여분 넘게 시동을 걸었으나 결국은 밧데리가 나가 그마저도 안되어 지켜보던 수많은 동네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아버지는 그냥 걸어서 출근하시고...
지금은 쌍용자동차에서 짚차를 만들지만 당시엔 동아에서 만들고 그 전신인 거화에서 만들었던 짚차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순천의 어느 농장에서 탈만큼 타고 낡아빠진 차를 업자가 싸게 구입해 녹슨 껍데기는 잘라 버리고 새로 도색한 후 호로차(천으로 뚜껑을 만든차)로 산뜻하게 만들어 중고차 시장에 내 놓았던 것을 초보자인 내가 엔진룸 한 번 열어보지 않고 구입했던 것이었지요.
그 뒤로 중고차는 타지 않고 프라이드, 프레스토, 슈퍼살롱, 1톤트럭 등을 타면서 차로 그렇게 큰 고생은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타우너를 타면서 새삼스럽게 20여년 전의 초보운전시절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