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바비큐 파티가 시작될 무렵, 모두가 1층 광장으로 나와 함께 준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테이블과 의자를 나르고 신문지를 덮어 식탁을 세팅하고 이후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순서로 이어졌지요.
조명이 환하지 않았던 관계로 어두운 상황에서도 모두 바비큐 파티를 즐기겠다는 일념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와중에 아드님들 두신 댁들 넘 부럽더군요. 테이블 하나에 엄마 두 명 달라붙어 '에이그, 에이그' 하면서 옮길 때 척 나서서 기냥 훨훨 나르듯 옮겨줍니다. 기운들이 아주 그냥 누렁이 황소 기운입니다.
"뭘 들 그렇게 잘 멕여 잘 키우셨기에 기운들이 그렇게 쎈가여? "
어머니들과 진행을 도와주시는 스님, 그리고 바비큐 구이에 자원해 나서주신 아버지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바비큐 열기는 더해졌습니다. 넉넉하게 준비된 물티슈가 참 요긴하게 쓰였지요. 의자도 닦고 식탁도 닦고... .
소시지, 베이컨, 삼겹살, 닭꼬치 등 바비큐 재료들이 불 위에서 익어가는 동안 '언제 고기를 뒤집는 것이 적당하냐'는 주제로 잠시 토론이 이어지기도... .
다른 한 편에서는 캠프 파이어가 준비됩니다. 캠프 마지막 저녁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캠프 파이어! 자그마한 크기로 만들어진 캠프파이어라도 아이들은 타오르는 불길이 신기한 듯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박스 종이를 한 장씩 던져가면서 불을 지피는 일에 동참합니다. 더운 여름 밤, 활활 타는 불길이 뿜어내는 열기도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데 캠프 파이어를 앞에 두고 왜들 이렇게 숙연한 자세를 취하는 거냐 ...들??? 택훈이는 뭐 못 볼 걸 보았니?
불장난은 했지만 자다가 지도 그리는 일 만큼은 없도록 해달라고 맘 속으로 기원들을 하는 게지. 쯧쯧쯧.
?
'고기 뒤집는 시간'에 대한 난상토론이 끝난 후 집게와 가위를 획득(?)하신 분은 바로바로 김택훈 아버지(첼로)셨으니... . 열대야 찜통 더위에 불 앞에서 고기를 구워야 하는 지난한 미션이었습니다. 좀 더 쉽게 풀어 쓰자면 시쳇말로 '딱 걸렸다' 내지 '지대로 걸렸다' 뭐 이 정도로 표현되겠습니다. 옆에 살짝 다가가 "어머, 넘 더우실텐데 어쩌세요?"라 여쭈니 땀을 닦으시며 "하하, 뭐 어차피 땀 흘리는 건데요 , 뭐" 하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껄껄 웃으시더군요.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랴!!!' 실로 부정(父情)이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요. 이후 바통을 이어 받으신 스님(사진)두 분 께서 고기를 구워주시느라 많이 애써주셨습니다.
고기를 굽는 불판이 하나라서 각 테이블에 고기가 좀 더디게 서빙되긴 했지만 모두 참을성 있게 양파와 김치, 엉겅퀴를 먹어가며 실로 오랜 시간 고기를 배급받기까지 기다렸습니다. 쑥과 마늘만을 먹고 인내하며 사람이 되었다는 단군신화의 웅녀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기 익기를 기다리면서 몸 안에 사리가 생긴 분도 있었다는 근거없는 통신도 전해졌구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바비큐 고기등이 어느정도 돌려지고 나자 지휘자님의 건배 제안이 이어졌습니다. 모두 성북청소년오케스트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건배!!!!!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어우러져 캠프 마지막 저녁은 그렇게 깊어 갔습니다. 테이블 중앙에 보이시는 분들이 아마도 제 기억에 클라리넷 유진이 가족 같습니다. 이 가족분들 정말 이날 급호감이셨습니다.
조명이 어두워 고기가 간혹 타거나 좀 설익거나 했는데 아마도 어머님이 그 부분이 좀 걱정되셨나봅니다. "이거..익었나? 너무 탔나? 안 보이는데 어디 조명 좀 없나?" 하시니 큰 따님(아마도 유진이 언니) 왈," 그냥 어두운데서 잡숴 두세요. 일단 먹고 봐야지 밝은 데서 보면 못 먹어요."하더군요. 정말 쏘 ~쿨 한 따님 아닌가요?
솔직히 야외 나와서는 맛 없는 것도 먹고 탄 것도 좀 먹고 설 익은 것도 먹는 재미잖아요. 다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그렇게, 그렇게 열심히 드시고 유진이를 데리고 그날 귀가하기위해 자리를 뜨셨습니다.
잠시 유진(클라리넷 고1 왕언니)이 얘기 좀 할게요. 저는 어제 바비큐장에서 유진이를 처음 보았는데요. 계속 접시 들고 오가면서 익은 고기를 가족들을 위해 서빙하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대개 아이들이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챙기느라 바빠서 이런 모습 보여주기 흔치 않잖아요. 오케스트라 동생들도 본받았으면 하구요. 유진 부모님, 따님 잘~~키우셨던걸요?
개그맨 이정수 아저씨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캠프장에는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구요. 아이들은 아저씨의 사인을 받으려 줄을 서는 진풍경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뮤지컬과 드라마 출연 준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준비하시는 일에 행운과 인기가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그렇게 캠프 마지막 날 밤은 깊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바비큐 시간이 끝난 뒤 열 시 쯤 잠자리로 들어갔구요. 그 때부터 흐드러지게 무르익기 시작한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담소 시간은 꽤 오~~~~~~~~~~~~~~~~~~~~~~~~~~~~랫 동안 이어졌다는 후문은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 이럴 때 부모게시판이 따로 있음 참 좋을텐데... . 부모님들에게 차암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라 이 게시판에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아쉽네. 아무튼 참 좋은 시간이었는데!!!!
바비큐와 캠프 파이어를 준비하느라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구요. 질서있게 따라 준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참 행복하고 뿌듯한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