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 밥상>, 얘들아 밥 먹자!
한국의 40~50대들은 학창시절 엄마가 싸주신 ‘엄마의 도시락’을 기억한다. 지금이야 대부분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있어 엄마가 싸주시는 도시락은 사라졌지만 예전의 우리 어머니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밥과 반찬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등교하는 자녀들의 손에 쥐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이제 대부분의 초, 중, 고에서 여름방학을 하게 된다. 특히 임대주택에 사는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의 점심을 걱정하게 된다. 이러한 대부분의 고민들을 아파트단지라는 보편적 주거공동체에서 해결해보자는 시도에서 탄생한 것이 ‘엄마손 밥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파트단지 내 맞벌이가정 자녀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교양학습, 문화놀이, 아동보호 및 야외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단지 여건이 허락하는 곳에서는 마을축제를 열어 주민 장기자랑이나 아나바다 장터, 농산물 직거래장터, 미니 취업박람회 등 생활과 직결된 프로그램을 입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2005년 여름방학에 처음 시행되어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해 여름 수원매탄6단지와 부천상동단지에서 ‘엄마손 밥상’이 처음 시작되었다. 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실시된다. 2005년에 5개, 2006년에 6개, 2007년에 14개, 2008~9년에 각 20개, 2010년에 35개, 2011년 48개 단지로, 작년 겨울에는 최대로 106개 단지, 금년 여름에는 96개 단지로 확대되었다. 대단히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주로 대도시 보다는 중소도시 위주로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 사업의 구조적 틀은 공기업이 NGO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주거공동체 활성화에 관심을 가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NGO인 주거복지연대가 아파트관리소, 입주민, 전문가들과 함께 담당한다. 재원은 2005년 11월 주거복지연대와 LH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LH의 사회공헌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엄마손 밥상 프로그램은 방학 중 입주민과 아파트관리주체가 협력하여 진행한다. 이를 통해 맞벌이 가정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민들은 자녀들의 점심문제를 매개로 서로 교류하게 되면서 아파트 공동체를 활성화 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마을축제와 같은 부대행사를 실시하여 임대단지와 분양단지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지역사회 통합의 여건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느 단지의 경우에는 관리소와 입주민, 입주민 상호간에 신뢰감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주택업무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입주민의 주거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았다.
엄마손 밥상은 아동, 청소년들의 문화 소양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우선, 조손가정, 한무모 가정이 많은 임대단지의 특성상 엄마손 밥상과 연계한 인성교육은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엄마손 밥상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은 학원의 개념이 아니라 보육, 교육, 인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동들에게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습의 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학부모, 관리주체, 조리사, 학습봉사들의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이렇듯 엄마손 밥상 프로그램의 성과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한국토지공사의 지속적인 사업비 지원이다. 매년 금액의 다소에는 차이가 있지만 10년 동안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둘째, 아파트 관리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여 커뮤니티 형성의 계기를 만들려고 하였다. 셋째, 주민조직(부녀회, 노인회 등) 및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입주민들의 참여와 봉사활동이 없이는 진행할 수가 없었다. 넷째, NGO인 주거복지연대의 아이디어 발굴과 정책건의, 지속적인 집행역량 확보이다.
그러나 일부단지의 경우 점심을 제공할 조리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고, 주민들과의 갈등과 무관심 때문에 지속성을 가지고 매년 진행할 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엄마손 밥상 프로그램이 임대주택단지라는 주거공동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도 있으므로 공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의 모범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임대주택 단지들이 참여하여 더욱 확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해운대에서도 시도해볼만한 사업입니다. 부녀회를 중심으로 하면 어렵지 않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