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생'에 담긴 성장과 관련된 동기부여가
가능한 인지발달 도식(schema) 연구
2023년 06월 05일 청년과정 김효래
미생 드라마
미생을 보고나서 평론 글을 쓰라는 과제를 받았다. 바빠 죽겠는데 무슨 놈의 칼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기에 틈틈이 글을 적었다. 예전에 어렴풋이 미생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중간중간 하이라이트만 말이다. 제대로 본 적은 없고 단지 장그레 사원이 초반에는 불쌍해 보였다가 점점 적응해서 영업부 사람이 다 되어 정직원이 된 내용으로 알고 있었다. 역시 제대로 알지 못 하고, 또 제대로 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미생을 정주행 했다. 예전에 흐지부지 봤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현실 판이 따로 없다. 나도 샨티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에는 실수도 많고, 일도 제 때 안 하고, 직장 상사와의 갈등이 생겨도 상사의 말씀에 존중도 안 하고 무조건 내 말만 맞다 라고 판단하고, 일이 기본적으로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점차 실수도 줄고, 상사와 소통 할 때도 무조건 내 말이 옳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존중해 드린다. 지금은 일이 익숙해져서 인가 후딱 끝내버리려는 일들도 있고 재밌는 일들도 있다. 나도 청년으로써 점차 배워나가며 성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장그레 사원의 노력
어떤 사람이던 직장 생활을 하면 당연히 힘들기 마련이다. 인턴 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높은 직책으로 올라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내가 고등 3학년 때 샨티학교에서 인턴십 활동 때 과천에 있는 ‘이분의 일 코리아’ 출판사에서 근무를 했다. 애초에 나와 잘 아는 사이인 대표님들께서 계시는 곳 이었다. 단순히 인맥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예 내가 누군지 생판 모르는 회사에 들어가면 이력서야 당연히 유심히 볼 것이고 학력도 볼 것이다. 장그레 사원은 고졸 검정고시가 마지막 학력이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출판사 인턴생활 했을 때 열심히 하려고 온갖 노력은 다 했다. 회사 분위기, 회사 사람들, 시켜주신 다양한 업무들과 친해져야 하고 익숙해져야 했다. 처음 나의 출판사 출근 때 장그레 사원과 같았다. 대표님들은 바쁘시거나 출장가시고 나를 일일이 챙겨주실 시간이 없으신 바쁜 분들이셨다. 어떤 일부터 해야 할지 방황을 많이 했었고, 그만큼 업무 실수도 많았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져갔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고 더욱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어떤 일을 하던 간에 노력하지 않으면 잘 되는 일이 없다. 지금도 샨티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 인데 조금이라도 노력하면 될 일을 안 된다고 쉽게 포기해버리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장그레 사원을 보며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다.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다 해낼 수 있다. 극 중에 장그레 사원은 ‘낙하산’ 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받고 일도 척척 해냈다. 어떠한 일이던 힘든 것은 전부 똑같으니까 포기하지 마라. 설령 내가 못 한다고 낙하산 소리 듣는다고 기죽지 마라. 내가 노력하면 조금 씩 조금 씩 바뀌면서 나중에는 회사에서 잘 적응하여 모든 일이던 척척 잘 해낼 테니까.
"힘들더라도 끝까지 버텨라.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리하는 거다."
영업3팀 오차장님께서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장그레 사원에게 조언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을 끝으로 오차장님께서는 퇴사하셨다. 미생이 아닌 타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 중에 “뭐든지 포기하는 순간 핑계거리만 찾게 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는다!”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사람이던 힘든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다가 도저히 안 되면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하지만 난 한 번 시작한 일은 결과가 어떻든 꼭 끝을 봐야만 하는 사람이다. 무책임하니까, 해보겠다고 한 일을 중간에 끝내버리는 거니까. 나도 솔직히 지금 너무 힘들다. 해야 할 일이 많기에... 주변에서는 항상 이 소리를 나에게 하신다. “너무 힘들면 직장 상사나 교장샘께 얘기 드리고 쉬엄쉬엄해. 무리하면 큰일 난다.” 하지만 난 해내고 만다. 어떤 일이 던 안 힘든 일이 없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재미를 찾게 되고 어쩔 때는 일 하기가 즐거워지는 순간도 다가온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일 할 맛이 나질 않을 텐데, 내가 하고 싶고 즐겁고 편한 일을 하면 힘들어도 할 맛이 난다.
작년 2022년 샨티 시절로 예시를 들겠다. 나와 같은 위치에 있었던 청년샘들. 윤수샘과 찬주샘. 이들은 나와 샨티 재학생 동기이자 보조교사 라이프를 같이 시작했었다. 하지만 찬주샘은 울진 산불피해 봉사활동을 끝으로 관두고 윤수샘도 샨티 아이들 얼굴그리기 아트 활동을 끝으로 관뒀다. 나보다 샨티 재학생 생활을 1년 더 먼저 한 친구들이기에 샨티에 오래 남아있으니 지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학생으로 남는 것도 아니고 교사로 남아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위해 봉사하고, 우리 위치의 오차장이나 다름없는 남샘께. 우린 시니어 교사로서 많이 배우는 그런 단계인데! 물론 저 둘이 관둔 것에 대해 싫거나, 관둔 이유에 대해 존중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회사도 다 마찬가지로 본인과 마음에 안 맞으면 때려치우고 새 일자리를 찾는 것이고 잘 맞으면 열심히 일을 해서 좋은 성과를 두면 그만이다. 나도 매사에 힘든 순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고 교사 생활을 때려치우고픈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샨티 학생들 덕분에! 특히 나랑 친한 아이들 현서, 동재, 제문 같은 경우는 힘내라고 응원도 해주고 내 껌딱지 마냥 옆에서 잘 지내주기에 그런 행복함에 긍정적으로 버텼다. 유민이 같은 경우는 내가 군 입대 이유로 샨티 퇴직하면 학교 망하는 지름길로 가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내가 없어도 샨티는 영원하고 계속 잘 성장해 나갈 거라고 말은 했지만 나도 걱정이 많긴 하다. ㅋㅋㅋ 고되고 지치더라도 끝까지 버텨서 샨티에서 좋은 교사로 좋은 형 오빠로 기억에 남도록 좋은 성과만을 가득 두고서 나가야겠다. 제대하고도 다시금 샨티로 돌아와서 일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굴뚝같다. 포에버 샨티! 나는 끝까지 버텼기에 2022년도 승리자 중 하나이다. 2023년에도 승리자가 되려 한다.
김부련 부장님
영업3팀에 잠시 있었던 박과장이 진행한 요르단 중고차 사업 아이템이 있다. 이 사업은 협력업체 수익률이 높게 측정돼서 비리로 의심했는데 장그레 사원은 요르단 현지 업체와 협력업체 직원이 통화하는 도중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기억했고 결국 비리를 저지른 박과장은 감사팀에 붙잡혀가고 퇴사를 한다.
중고차 사업 비리로 인해 김부련 부장님께서 회사 절차대로 퇴사하시고 ‘원 알루미늄’ 으로 발령받아 가셨다. 김부장님 퇴사하시는 모습이 너무 아쉬웠다. 김부장님께서는 영업3팀이 기댈 곳이기도 하고, 오차장께서 퇴사하시는 김부장님께 90도로 인사하는 것을 봐서는 최고의 직장상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회사 사람들과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건네시고 굳은 표정으로 떠나시는 김부장님. 박과장 사업을 승인해준 사람이라 절차대로 퇴사를 하셨지만 드라마 보는 내내 이제는 영업3팀 힘들면 누구에게 기대나 걱정이 됐다. 그래도 나중에는 ‘이상 네트웍스’ 라는 김부장님께서 설립하신 작은 회사에서 영업3팀과 다시 만나지만 말이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으쌰으쌰 일 하면 분위기도 좋고 일 할 맛이 나고 얼마나 좋겠는가, 다른 직장인들의 로망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차장님께서는 김부장님과 같이 일 하고 싶어서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샨티학교에 졸업 할 때 나를 가르쳐주시고 지도해주신 선생님들 세 분이 학교를 퇴직하셨다. 내가 청년반이 되면 이 선생님들과 같이 일 하고 교사라는 위치에 같이 서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새로웠고 한편으로는 좋았다. 나랑 잘 맞는 선생님들이시고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선생님들이시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 통틀어서 좋은 선생님들이 계시긴 했어도 샨티 선생님들 만큼 훌륭하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서 배움의 길을 걸어본 적이 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세 분의 선생님들께서도 퇴직하신다고 해서 매우 슬펐다. 사고나 비리 혹은 좋지 않은 이유로다가 절차대로 퇴사하신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샨티에 오래 근무하셨고 새 출발 하시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있으셨다. 샨티에 더 남아 계셨으면, 내가 교사가 돼서도 쭉 함께 샨티에서 봉사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한 분이라도 더 남아계셨으면 힘들 때 조언을 듣고, 위로도 받고, 기댈 곳이 있을 텐데! 그렇다고 남은 선생님들이 별로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샨티와 작별을 고하신 선생님들이 아쉬울 뿐이다. 나는 지금 샨티에서 보조교사로 근무하는데 있어서 매우 좋다. 미생에서도 영업3팀과 김부장님이 만나 새롭게 일을 하듯이 나도 마음 잘 맞고, 사이도 좋고, 스승님이시자 직장 상사이신 샨티 선생님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어 영광이고 기쁘다. 이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지금 샨티에 남아계시는 선생님들께서 중간에 퇴사를 하신다면, 매우 아쉬울 것 같고 나도 오차장님과 같이 90도로 깍듯이 인사도 드리고 그동안 매우 감사드렸다는 의미로다가 표현을 엄청 할 것 같다. 오차장님도 김부장님을 존경하고 존중했듯이 나도 학생 때 샨티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존중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직장 상사로써 존경하며 존중해드리고 있으니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 요청
장백기 사원은 볼 때마다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마치 어떤 일이던지 맡겨만 주면 다 해내버릴 것 같았다. 이론적으로 매우 뛰어나고 서류 처리, PT 준비도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같은 팀원인 강대리님은 장백기 사원이 아직 한참 부족한데 의욕이 너무 앞서 보이는 눈치였다. 실무 첫 날에도 사업 아이템 보고서를 막 들이밀었다. 그래서 강대리님은 장백기 사원에게 차갑게 대했고 초반에는 일도 맡기지 않았다. 하지만 장백기 사원은 본인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부족하거나 모르는 부분은 본인이 아는 선에서 끝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강대리님께 말이다. 강대리님께서는 장백기 사원이 뭐가 부족하고 뭐가 빠졌는지 바로바로 아시는 걸 봐서는 겉으로는 차갑게 대했어도 늘 지켜보고 있었다는 부분에 있어서 강대리님도 멋지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해 한층 성장한 장백기 사원도 멋지다. 본인한테 왜 일을 안 주냐고 말대꾸 하는 직원이 실수 했을 때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고 차분하게 피드백 해주고 내일 보자는 인사말이 너무 인상 깊다. 윽박지르지 않고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 깨닫게 해주는 직장 상사가 최고로 멋진 상사가 아닐까 싶다.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철강팀으로 들어갔는데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부분에 좌절하기 마련이지만 슬럼프에 안 빠진 것도 대단하다. 강대리님께 잘 배워서 더욱 성장한 장백기 사원이 된다면 나중에 대리로 승진해도 일을 잘 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강대리님께서는 부사수 교육이 무뚝뚝하고 거칠기는 해도 충분히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주고 어느 정도 폼이 올라왔을 때 격려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최고의 엘리트 같다. 죽을 때까지 친해지기 어렵지만 이 사람이 사소한 거 챙겨줄 때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생각이 날 정도로 엄청 고맙고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어느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면 김대리님 같은 좋은 상사가 있는 부서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 일을 저렇게 하나씩 배워가면서 사회초년생이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뭐가 됐든 어떤 일을 하던 어떤 운동을 하던 시작은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을 가지지도 않고 하겠다는 것은 도박을 하겠다는 것 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 뛰어난 인물로 성장할 거라 생각한다.
회사 비리 PT
새 사업 아이템을 생각하던 중 장그레 사원은 비리로 남은 요르단 중고차 사업을 다시 하자고 말을 건넸고, 영업3팀원들은 다 반대했지만 오차장의 열의에 못 이겨 참여한다. 박과장 비리의 온상지가 바로 그 영업3팀 이었던데다, 이 사업이 유망하다는 것을 다들 알지만 쉬쉬하고 있었는데 이를 영업3팀에서 돈만 보고 파렴치하게 추진하려 한다고 생각한 자원팀까지 와서 한 소리를 한다. 마부장은 극대노를 하며 반대를 했지만 영업3팀과 다소 살갑지만은 않은 최전무가 사업을 승인해줬다. 처음에는 최전무가 드디어 영업3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행복해하며 봤는데, 최전무가 그럼 그렇지. 사내 임원진들 앞에서 사업의 당위성을 입증하는 발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판을 키워서 회사에서 공개 망신을 주려는 최전무의 그림. 영업3팀은 당황스러워도 계속해서 진행을 했다. 하긴 쉽게 생각해보면 누가 이런 PT를 좋다고 듣겠는가! 그리고 영업3팀도 잔인하다. 잔인해. 내일 회사 그만 둘 각오하고 해야 하는 일인데... 우리가 비리로 묻은 사업을 타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의 PT니까.
발표를 앞두고 PT를 수정한 영업 3팀. 요르단 주재 지사장 김석우 부사장 앞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호의적이던 부사장은 PT를 듣고는 이게 웬 듣도 보도 못한 구성이냐며 혹평을 가하고, 팀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각된다. 하지만 PT가 코앞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PT가 시작된다.
절망적인 분위기에서 PT가 시작했다. 발표 내용은 사업에 대한 개요부터 시작하는 일반 PT와는 달리 회사에서 그간 있었던 비리 사건을 박과장 사건을 포함, 총 망라해 들춰내는 내용이었다. 관련되어 있던 임원진들은 분노와 비난을 했고 이에 오차장님은 아랑곳 않고 발표를 이어갔다. 회사는 늘 비리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는데 그 사이 경쟁 회사들이 관련 사업들을 대신 수행하며 올린 성과를 보여주며 정치적 문제로 덮어 있던 사업들의 재 시행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한다. 이윽고 본격적인 요르단 중고차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예상 수익률 발표가 이어지고 김부사장의 마지막 발언을 끝으로 PT가 종료된다. 하지만 의외로 임원진들은 결과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영업 3팀을 망신 주려던 최전무도 눈치를 보고선 덕담을 보내며 사장은 PT에 호의적인 평을 하며 이 사업을 건의 한 것이 막내 사원이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장그레 사원은 일어나 벌벌 떨면서도 우리 회사이기 때문에 사업을 건의했다는 말을 했고, 사장 및 임원진들은 이에 만족한 반응을 보내며 PT는 성공적으로 종료된다. 뭐랄까,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비리를 걷어낸다면 다시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장그레. 정말 대단한 작자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 회차를 통해 ‘비리’ 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상사들의 표정이 굳고 재수 없으면 싸움까지 나는걸 보아하니 보통 큰일은 아닌 것 같더니만 ‘이치에 어긋나거나 도리에 맞지 않는 일’ 라고 한다. 장그레 사원은 비리를 찾아내질 않나, 그 사업을 비리를 걷어내고 다시금 새 출발을 한다질 않나, 계약직 사원이라 안타깝지만 그래도 인재가 틀림없다. 나 같으면 나서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파트에도 내가 썼지만 장그레 사원은 일단 무조건 질러본다. 좋은 의견이던 아니던 일단 질러보고 본다. 혹은 본인이 생각했을 때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느끼는 부분은 일단 의견을 제시한다. 나는 정말 그게 안 되는데, 하고자하는 말이 있어도 까이거나 내 말이 도움이 안 될까봐서 그냥 침묵하고 있는데... 요즘은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저런 상황이 종종 있다. 지금은 신경 쓰고 노력하면서 고쳐 나가는 중이다. 내가 제시하려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내가 말 하고 싶은 주장이 있다면 강력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 ‘그건 맞지 않다.’ 혹은 ‘좋은 의견이니 참고해 보겠다.’ ‘아이디어가 좋은데? 그렇게 진행해볼까?’ 여러 가지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겠지? 맞지 않는 거라면 아쉽기도 하겠고, 또는 내가 이해를 잘 못 했을 수도 있다. 만약 내 의견이 채택되거나 참고용으로 쓰인다면 괜히 뿌듯하다. 장그레 사원이 요르단 사업을 다시 진행해보자고 입 밖으로 내 뱉고 영업3팀은 PT 발표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서 좋은 성과를 거뒀듯이 말이다. 시간이 흘러 연말이 되고, 연말 분위기가 사내에 감도는 가운데 장그레 사원은 오차장님으로부터 연말카드 한 장을 받는다. 옥상에 올라가 카드를 펼쳐본 장그레는 "장그레, 더할 나위 없었다 YES!" 라고 써있었다. 연말칭찬 1등!
현실 그 자체인 박영호 차장
미생 마지막 회 즈음에 오차장님께서 원 인터네셔널 퇴사를 하시고 후임으로 오신 영업3팀 박영호 차장. 내가 아는 멘토 선배님께서 직장 생활을 하신다. 그분 말씀으로는 “와~ 저게 현실이지... 솔직히 오차장님은 드라마라서 그런 건지 판타지를 너무 먹여뒀네,,, 박차장님이 오고 나서 오차장님이 그립고 정이 들기도 해서 좋지만 사회의 현실은 박차장님이거나 박차장님보다 더해...” 라고 말이다.
어떤 드라마 던 현실과는 살짝쿵 다른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즐겨본 의학 드라마가 두 작품 있다. 한 작품은 의사들이 시간 날 때 모여서 밴드 활동을 하고, 또 다른 작품은 의사가 자기 환자 수술을 두고는 피곤해서 PC방으로 게임하러 토끼다가 걸려서 혼난 에피소드가 있다. 현실이라면 의사들은 진료에, 수술에, 공부에... 잠자고 밥 한 숟가락 뜰 시간조차 없는 바쁜 직업이다. 짬이 나면 잠부터 자는 직업인데 매일같이 밴드 활동을 한다니! 그리고 피곤하다고 놀러 도망가는 의사가 있다면 바로 자르거나 호되게 혼내야 정상인데 조곤조곤 쓴 소리 두어 번 듣고 말았다. ‘미생’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오차장님이 과장일 때 장그레 사원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봤다. 낙하산이고, 어리버리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인턴이니까, 하지만 점점 실력이 늘고 오차장님은 장그레 사원을 예뻐하는 츤데레가 보였다. 회사에 잘 적응해서 칭찬 한 마디는 해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일이 많아 바쁘면 칭찬 한 마디 해줄 시간 없이 바로 다음 업무를 내릴 것 같다. 말 그대로 일의 연속이고 바쁜 라이프다.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박차장님은 매우 깐깐한 차장이지만 차장이랑 친하게 지내봤자 피곤할 것 같다. 그냥 일만하고 퇴근하는 분위기인 팀이 최고인 것 같다. 물론 짜증은 나겠다만 돌이켜보니 박차장님 말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상급자가 바뀌었다면 사소한 거 하나라도 보고해서 우리 팀이 뭐 이렇고 저래야 한다. 라고 인수인계 차원으로 알려줘야 하는데 대리가 너무 안일했다고 본다. “저희 팀은 원래 이렇게 합니다.” 어떤 상급자가 이 말을 듣고 마냥 기분이 좋겠는가, “너희는 원래 이렇게 하니까 나는 입 꾹 닫고 너희 방식에 따르면 된다?” 대리는 그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들린다. 극중에서 자기 커피는 물 많이 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물 적게 해서 타왔다고 성질내는 박차장의 모습도 보인다. 과연 커피 때문에 성질내는 걸까? 물론 본인 취향에 맞게 커피를 타오지 않았고 한 번 얘기를 해줬는데 기억하지 못 해서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질 낸 포인트는 이거다. 자기도 ‘영업3팀 차장’ 이라는 위치에 처음 갔는데, 자기 무시하고 일처리 하는 부분. 일개 말단이 자기가 시킨 가벼운 일도 안 한 부분이 화가난거다. 며칠 두고 본 것처럼 나오는데, 그 정도로 박차장도 많이 참았다는 거다. 요즘 회사 현실은 오차장님 같은 사람이 아닌 박차장님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박차장님 같은 분은 상사들의 태도가 까칠하거나 말이 험하다고 지적 받을 수는 있어도, 내용 자체는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 이윤 또는 성과를 존재목적으로 하는 조직에서 페이퍼로 소통하고 할 얘기만 효율적으로 하는 게 일의 본질이지. 친하게 하하호호 서로 으쌰으쌰하는 팀워크는 그 일에 대한 태도를 기본으로 깐 상태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장 입장에선 팀 분위기 파악, 체계 재정비, 잘못된 관행 타파하고 싶고, 기존에 있던 팀원들은 기존 관행대로 가야 몸과 마음이 편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팀원들끼리 합이 맞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흘러 갈 것 같다. 뭐랄까 새로 부임하신 차장님이 첫 출근을 하셨다면 아직 팀원 분위기나 기존 방식을 모르시는 것이 당연하니까. 처음에는 다 있는 통과의례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박차장님 역할을 맡은 카메오 김원해 배우는 연기를 너무 잘 해서 오스카상 급이다. 잠깐 나왔지만 존재감이 꽤 컸던 배우다. 배우를 섭외 하랬더니 어째서 저런 회사 상급자를 섭외했을까 대박...
장그레 그리고 바둑
해외 출장 중이던 오과장님이 돌아오게 되는데, 김대리님의 실수로 오과장님이 참여해야 하는 미팅 일정이 꼬였다. 김대리님도 바쁜 상황이라 영업3팀은 장그레 사원을 보내서 어떻게든 바이어를 잡아두라고 시켰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보냈지만, 장그레 사원은 오과장님이 오기 전까지 바이어를 잘 케어했다. 장그레 사원이 한 때 선수 급으로 했던 바둑. 바둑을 바이어에게 가르쳐줬다.
“왓 이즈 디스?”
“바둑.”
“봐 둙...?”
영업3팀에게는 매우 비상사태였고 그 상황에서 입사한지 얼마 안 된, 더군다나 영업3팀에 적응도 안 했는데 바로 이 사태에 투입되어 당황스러웠을 텐데 어떻게 바이어에게 바둑을 알려 줄 생각을 했을까. 물론 영어라곤 1도 못 하고 당장 생각나거나 할 줄 아는 거라곤 바둑뿐이 없었겠지... 오과장도 영어도 못 하는 애를 외국 바이어에게 보냈고, 김대리님도 말 그대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얘기를 했는데 예상외다. 바둑으로 인해 바이어도 지루한 줄 몰랐다며 미팅이 성공적이었다. 오과장님이 싼 똥을 장그레 사원이 치운 대단한 일을 한 거나 다름없다.
본인의 장점이나 잘 하는 것이 있다면 일을 하면서도 잘 써먹을 수 있구나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장점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어색함이 전혀 없고, 잘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고등 3학년 때 독립출판사에서 인턴십 생활을 할 때 사무실에 나 말고는 아무도 안 계셨다. 다 출장을 가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쓰시는 중인 작가님 한 분께서 사무실에 방문하신다고 했다. 대표님들도 차가 막혀 늦으셨고 결국 내가 처음 뵙는 이 작가님을 맞이하고 설명드릴 부분 설명 드려야만 했다. 이 분도 하루빨리 책을 출판하고 싶어 하셨고, 대표님들께서도 빨리 가셔서 그 분과 책 출판 관련 얘기를 나누셔야 했다. 그분이 사무실로 오셨고 나는 차 한 잔 대접 드리며 손님맞이를 했다. 장그레 사원도 처음이라 영업3팀 업무에 대해 잘은 몰랐듯이 나 또한 책 출판에 대해 잘 몰랐다. 대표님들 오시기 전 까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 분께서 나는 어떤 직책으로 근무 하는지 여쭤보셨다. 나는 인턴십 얘기를 시작으로 샨티학교에 대해 설명 드리고 왜 대안학교라는 길을 선택했는지 다 얘기해 드렸다. 나는 남들한테 썰을 풀거나, 내 인생사 얘기 해주는 것도 망설임 없이 잘 하는 타입이다. 대표님들께서 뒤늦게 오셨고 나는 다시 내 위치로 돌아가서 할 일을 했다. 작가님께서는 사무실에 아무도 안 계셨더라면 계속 기다리셨어야 했는데, 내 이야기를 들으시며 지루할 틈이 없으셨다고 하셨다. 또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 봐서는 책 읽고 쓰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고 내가 왜 출판사로 인턴십 일을 하러 왔는지 잘 아시겠다며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아직은 회사 업무나 시스템에 대해 더 알아가야 할 단계였는데, 홀로 뻘쭘하게 오매불망 대표님들을 기다리시기 에는 지루하셨을 테고, 뒤에 일정도 있으시다면 언제 오셔서 얘기가 진행될지 답답하셨을 텐데, 작가님께서는 내 덕분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셨다고 하셨다. 늦고 싶으셔서 늦은 대표님들도 아니신데, 이 때는 내 자신이 뿌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 대처했기에 말이다.
짜증나는 성준식 대리 그리고 또 한 명의 승리자 한석율
성준식은 한석율 사원이 속한 섬유팀의 대리다. 한석율 사원과 갈등이 매우 큰 대리다. 한석율 사원도 본인의 주장을 말 하지만 대부분 성대리가 화내면서 본인 뜻대로 가자는 식으로 짜증을 낸다. 마치 본인 뜻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반박을 하면 성대리의 쓴 소리는 더욱 커지고 만다. 원래는 능력이 출중했는지 섬유팀 문과장에게 큰 신임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다른 팀 선배들과는 달리 일도 맡겨주고 적당히 띄워주기도 하며 무엇보다 한석율 사원이 동기들에게 추켜세워 주는 등 좋은 선배 상사처럼 나오지만... 알고 보니 부사수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고 그 공을 전부 자기 것으로 하는 쓰레기다. 비싼 룸에서 혼자 먹은 술값을 한석율 사원에게 내게 하고 오히려 이 비용을 청구하는 한석율 사원에게 이 새끼 저 새끼 욕 짓거리에 대놓고 소시오패스라는 멸칭을 쓰는 등 개 막장 행보를 펼친다. 내가 한석율 사원 같아도 매사에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고 성대리가 더 심하게 대했다면 퇴사에 모자라 죽어버릴 것 같다. 회사에서 긍정적이고, 농담도 잘 하고, 모든 사람들을 잘 챙기고 대해주는 한석율 사원이 성대리로 인해 회사 생활이 그리 좋지만은 않을 텐데, 마음 고생하는 한석율 사원이 버텨가며 일 하는 모습이 멋지다. 오차장님이 장그레 사원에게 한 말처럼 나도 한석율 사원에게 해주고 싶다. “한석율, 더 할 나위 없었다. YES! 힘들더래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승리자다.” 라고 말이다. 한석율 사원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미소를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매 에피소드 마다 장그레 사원 못지않게 한석율 사원 걱정도 하며 봤다.
마지막 회차를 향해 달려갈 때 한석율 사원은 청솔그룹이라는 섬유팀 거래처 부장이랑 성대리가 차 안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상황을 목격하고 몰래 사진을 찍어서 회사에 알리고 개망신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끝내 한석율 사원은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사무실을 찾아온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인사하던 누군가에 의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들켜 버린다. 바로 불륜의 여자인 청솔그룹 부장의 남편이다. 화가 난 남편은 성대리의 뺨을 때리고 온 몸을 폭행한다. 재밌는 부분은 성대리가 맞고 있는데도 한석율 사원은 말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리지 않고 맞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살짝살짝 말리는 기미가 보이는 부분이 재밌었다. 이 과정에서 신발과 차키, 넥타이까지 바치며 싹싹 비는 찌질한 모습을 보인 것은 덤. 누가 댓글에 이런 말을 썼다. “청솔부장 남편 역할을 맡은 오정세 배우가 미생을 보는 시청자들을 대표해서 성대리에게 사이다를 날렸다” 라고 말이다.
나 같으면 쳐 맞아서 꼴 좋다는 식으로 바라보면서 냅뒀을텐데 한석율 사원은 쳐 맞은 성대리한테 코피 닦으라고 휴지까지 챙겨준다. 고마운 줄 모르고 물티슈를 안 가져왔다며 센스 없는 새끼라고 욕바가지를 퍼붓는 성대리의 뻔뻔한 태도에 대해 어쩜 끝까지 저럴 수 있는지 짜증난다. 박차장과는 다른 꼰대 부류다. 맞는 말을 하시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팀원들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꼰대와, 특정 인물만을 괴롭히고, 본인 의견대로 무조건 진행 되야 한다는! 말 그대로 도움이라고는 1도 찾아 볼 수가 없는 이기적인 꼰대는 다르기 때문이다. 짜증나게도 성준식 대리 역할을 맡은 태인호 배우도 나름 씬스틸러로써 연기 탑 급이다.
나는 저런 상사가 있으면 회사 생활이 편하지 않아서 바로 퇴사 했을 것 같다. 같은 팀 부장이나 회사 전무한테 말을 해도 부서를 바꿔주거나 해결해주지 않을 것 같고 그냥 저런 대리이니까 이해를 해가며 서로 천천히 맞춰가라고 할 것만 같다. 이미 저 사람으로 인해 짜증이 나고, 회사생활이 편하지만은 않고, 온갖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을 텐데! 한 상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도 버틸 만 하면 긍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겠는데, 너무 정도가 심하면 나도 못 버틴다. 정말이지, 한석율 사원이 참아가면서 일을 해 나가는 부분이 안쓰러우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어느 정도 서로간의 오해가 있으면 풀거나, 맞춰갈 부분은 맞춰가야 같은 팀원끼리 합이 잘 맞는데 말이다. 내가 고등 3학년 때 샨티학교에서 인턴십을 나갔을 때 모든 직원 분들께 존중도 받고, 예쁨도 받고, 서로간의 무언가가 안 맞더라도 미워하거나 싸움이 났던 적이 없었다. 혹여나 내가 실수를 했어도 무엇 때문에 실수를 했는지 잘 듣고 수긍해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라는 다짐도 했다. 인턴십 했던 회사 내에서 나랑 맞지 않는 사원 한 분이 계셨다. 내 아이디어인 디자인으로 한 과제물을 제출했었는데 본인이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계속 다시 해오라는 말씀을 하셨었다. 그 분의 마음에 쏙 들 때 까지 해야만 통과가 된다고랄까... 하지만 나는 그분의 말씀도 이해가 갔다. 애초에 그동안 해왔던 회사만의 방식이 있었는데 내 멋대로 바꿔도 안 되는 것이고 그동안 해 오셨던 분이 전문가시고, 회사 시스템을 잘 아시니까! 하지만 나도 내 의견을 강력히 주장했던 적이 있었고 그 분께 약간 대들 듯이 말씀을 드렸다. 그래도 그 분은 내가 뭐가 틀렸는지 말씀해주셨고, 내 의견도 존중해주시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셨지만 왜 허용이 안 되는지도 차근차근 잘 알려주셨다. 성준식 대리가 저 분이었다면 일단 나한테 윽박 부터 지르고 본인이 하자는 대로 좀 하자고 짜증부터 냈을 텐데... 내 인턴십 직장 생활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제발 성준식 대리 같은 사람은 피해가며 일을 하고 싶다.
장그레 다운 장그레 강대리 다운 강대리
장그레 사원은 철강팀의 문제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해결책을 제시했다가 그 해결책으로 철강팀의 문제가 해소되고 철강팀의 칭찬을 듣게 된다. 철강팀 사업에서 중요한 배가 베트남 인근에서 사고가 나서 가라앉게 된 에피소드다. 띄운 배가 구멍이 나서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철강팀은 영업3팀에게 작년의 영업2팀 선박 사고 때는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물어보며 조언을 들었지만, 이번 일은 훨씬 큰 사고 같다. 이 상황에서 장그레 사원이 김대리님께 쏘아 올린 한 마디가 있다. “배에 구멍이 났으면 때우면 되지 않나요?” 간단한 생각이지만 이 말을 실무에 적용하는 강대리님도 대단했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일을 대처해서 장그레 사원 덕분에 철강팀은 위기를 넘겼다. 장그레 사원이 다른 팀 사원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아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본인이 속한 영업3팀에서 인정을 받기 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점차 성장해나가더니 다른 팀원들에게도 마침내 인정을 받다니! 장그레 사원은 정답은 몰라도 해답은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신입이 대안을 질러 보는 대로 대답해주고, 존중해주는 강대리님도 멋지다. 강대리님은 본인 팀의 부하직원에게도 존댓말 쓰고, 긴박한 회의 때 장백기가 도움도 안 되는 말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이 상황에 헛소리 말라고 짜증내는데 장백기의 주장이 왜 안 되는 건지 신속 명료하게 반박해 주는 게 진짜 배울 점이 많고 같이 일 하고 싶은 상사 같다. 미생에서 본 상사 중에 업무능력이나 인간으로써 가장 리스펙하는 인물에 꼽힌다. 감정에 휩싸이지도 않으면서 냉철한 판단과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가진 멋진 강대리님. 진짜 내가 봐도 멋지다. 처음에는 귀에 블루투스 끼고서 장백기 사원을 무시하는 성대리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지고 따뜻한 사람이었다니! 장백기의 성장 과정도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그중의 한 가지는 철강팀에서 강대리님을 만나 같이 일을 해서가 아닐까 싶다. 강대리님 역할 맡은 오민석 배우님 리스펙!
나도 언젠가 한 번 장그레 사원처럼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일단 질러봐 볼까 싶다. 나는 평소에 어떤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를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의견을 내면 수렴이 안 될 것 같거나 상황과 맞지 않는 이야기 일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장그레 사원처럼 일단 맞던 틀리던 얘기라도 꺼내보면 다른 사람들이 판단을 해주거나 혹은 좋은 의견이면 참고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또한 도움이 안 되어도 이런 부분 때문에 안 된다고 말이 나오겠지? 나의 의견에 존중을 안 해줄 사람이 누가 있단가, 아예 말도 안 되는 소리면 한 소리 듣겠지만 어느 정도 생각하고 지른 말이면! 수렴이 되면 좋은 예시가 된 것이고, 안 되어도 실망은 하겠지만 이 아이디어는 이럴 때에는 도움이 안 되는구나 라고 수긍하고 서로의 의견에 존중하며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내가 재학생 시절 샨티대화 시간에 안건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며 토의하는 시간에 내가 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의 말이 있었는데 왠지 말 하면 이 말을 할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질러보긴 커녕 침묵 상태로 다른 사람들 의견만 듣다가 끝내버린다. 어떨 때에는 내가 얘기하려던 아이디어가 옳았던 상황이 있었고, 또 어떨 때에는 내 아이디어가 이번 안건과는 취지가 다른 상황이 있었다. 틀린 의견을 제시한다고 뭐라고 한 소리 듣는 것도 아닌데, 왜 망설이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안 꺼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재학생 때 보다 의견도 잘 내고, 옳던 안 옳던 일단 내 생각은 어떤지 의견을 잘 표현한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 개인적으로 웃기던 대사가 있다면 김대리님이 장그레 사원에게 날린 멘트다. “쉿 장그레 그러다 독박 쓴다...함부로 조언 같은 거 하지마” 근데 장그레 사원으로 인해 철강팀도 위기를 넘기고 장그레 사원 한층 더 성장했네? 장그레 사원의 노력과 성장 과정이 다 보인다. 보여!
마치며
이만한 현실에 가까운 드라마다. 직장인들의 힘든 현실이 잘 녹아있는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며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샨티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욱 정신없고 바쁜 회사 기업들도 한 둘이 아니다. 나랑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도 있었고, 나보다 대단한 사람들도 있었고, 내가 피하고 싶은 상대의 사람들도 있었다. 한 회사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김부련 부장님이 설립하신 회사에서 영업3팀 모두 만나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느꼈다. 돈이나 권력보다 저렇게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살면서 알게 되었다. 나도 익숙하고 편한 장소이자 내 모교인 샨티학교에서 마음 맞는 샨티 9기 동기들 두 명과, 샨티학교에서 스승이셨던 선생님들과 같이 일을 하니 매우 좋다. 회사 다시 들어가고 스타일이나 마인드나 프로가 되어가는 모습에 감동했다. 한편으로는 대단한 스토리인데, 각 부서 팀에 어울릴만한 신입들을 일부러 엇갈려서 집어넣어 좌충우돌하는 모습 그런 모습에서 회사에 점점 맞춰가는 신입들의 성장기를 잘 그려낸 것 같다. 배우들 또한 캐스팅이 신의 한수였다. 성장 스토리 미생 최고의 드라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X8Z-8QgSnEaxI8YL42cC-CBUsC9AjVy6rWa74zj0uxo/edit?usp=sharing
구글 독스로 보실 수 있는 파일 입니다.
첫댓글 바빠 죽겠는데 무슨 놈의 칼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아주 잘해낸 효래, 멋져요. 미생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주변 사람들을 더욱 믿고 사랑하게 된 것 같네요. 항상 응원할게요.^^.
직업사회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익힌 '실력'을 넘어서는 진짜 삶의 실력이 필요할 텐데, 그런 실력은 오직 실전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고, 실전은 반드시 실수와 상처입음을 수반해야만 하죠. 후자가 주는 고통을 우리는 다들 회피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회피가 아니라 직면과 극복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석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