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어제 중단했던 하서해변에서 출발하여 나아해변을 지나고
터널구간은 차량으로 이동하고 감포항을 경유하여 양포항까지 가려고 한다.
봉길터널구간을 빼면 30km쯤 될 듯하다.
- 걸었던 날 : 2024년 3월 2일(토)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10~12코스(하서해변-주상절리-읍천항-나아해변-봉길터널-감포항-양포항)
- 걸은 거리 : 30km (약 48,000보, 8시간)
- 거리 누계 : 198km
- 글을 쓴 날 : 2024년 3월 6일.
어제 중단했던 하서해변으로 왔다.차량은 솔밭 가족 휴양지 옆 주차지에 주차를 하고 걷기 시작했다.날씨는 어제 보다 덜 춥지만 그래도 아침이라 제법 쌀쌀하다.아침 식사는 광주에서 가져간 약간의 호박죽을 먹었는데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여서 차게 먹었더니 더 춥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모자 위에 자켓의 모자를 눌러 쓰고 스키용 마스크로 안면을 가렸으며 최대한 바람를 막기 위해 단단하게 채비 한 모습이다.아침 파도는 해안가 바위와 방파제에 사정없이 부딧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겁나게 사납다.오늘도 어선들은 출항을 못 했을듯 하다,
하서항을 지나 와상주상절리대를 만난다.누워 있는 주상절리대 모습인데 자연이 만들어낸 독특한 모습이며 실제 사진보다 안내 현판의 사진이 더 멋지고 사실적이여서 현판에 있는 사진을 인용한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아내와 담소하며 같이 걷기도 하지만 따로 떨어져 걷기도 한다.내가 사진을 찍거나 현판 글을 읽을 때 떨어 질 수도 있고 걷는 속도가 다르기도 하다.나는 평범한 길을 시간당 4.8km가 적당하지만 아내는 5.2km 속도로 걷는 편이다. 걷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달라서 걷는 속도가 다르기도 할 것이다.왜냐 하면 한 사물을 보더라도 생각이 다르고 하나의 자연 현상을 보고도 감동하는 정도가 다를 것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감성이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한 날 한 시 한 장소를 걷는 걸음의 속도가 다른데 이성인 남녀가 부부로 만나 살면서 일생의 속도를 맞춘 다는건 쉬운 일은 아니다.그래서 서로 많은 노력이 필요 하겠다.이것은 남,여 또는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형제간에도 자매간에도 부모와 자식간에도 같은 노력이 필요하겠다.속도를 맞춘다는건 뭘까?.뒤 따라 가는 사람이 부지런히 따라 갈 수도 있겠지만 힘들게 따라 가는 것보다 앞서 가는 사람이 조금 기다려 주는 방법이 가장 쉬울 수 있겠다. 결국 기다려 주고 배려하다 보면 인간 관계도 좋아지고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앞서 걷는 아내을 보며 속도라는 걸 생각 해 봤다.그런데 아내는 참으로 잘 걷는다. 그 만큼 건강하기 때문이다. 매일 천변길을 걸었던 저 기운이 매주 헬스클럽에 서너번 출근하고 무등산과 지리산 그리고 백두대간을 걷고 히말라야를 다녀 온 나 보다 더 잘 걷는다.히한하다.
해안가 바위 틈에서 소나무가 질긴 생명력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본다.육상에서는 소나무를 키우기는 참 힘들다.그런데 저 소나무는 양분도 없는 바위 틈에서 해풍과 이슬만으로 푸른 이파리를 내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생명력이란 대단한 것이다.긴 세월 갈라진 바위 틈으로 뿌리를 내어 뻗으며 살기 위한 양분을 모았을 것이다.그리고 앞으로도 저런 모습으로 계속 살아 갈 것인데 살고자 하는 질긴 생명력을 인생에서도 배울만 하다.
나아해변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보인다.1977년 캐나다 원자력공사가 주 계약자로 전반적인 책임를 맡아 가압중수로 원자로 방식으로 1983년 준공하였고 1~4호기까지 운영되고 있었는데 2017년 수명을 다한 1호기를 조기 폐쇄 할 계획이였다.이른바 탈원전 정책이다.그러나 최근에는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는 등 현대사에 말이 많은 원자력 발전소다.나는 뭐가 맞는지 어떤것이 최선인지 잘 모른다. 다만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해야 한다는 것과 발전소 핵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들이 필요하고 우리의 후세대에게 안전하고 경제적인 환경을 만들어 물려 주어야 하는 것들이다.월성 원자력 발전소 건물에 따쓰한 햇볕이 내리 쬐고 있었다.
나아 해변을 벗어나면 월성원자력 발전소를우회하여 내륙으로 걸어야 한다. 우회 방법은 차도를 이용하여 터널구간을 통과 해야 하는데 통상 좌석버스 150번과 150-1번을 이용하여 2.5km 구간의 봉길 터널을 통과 한다.마침 월성 원자력 발전소 기념관 앞에서 회차하는 버스가 있어 가서 봤더니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701번 버스였고 10여분후에 출발 예정이었다.그 버스를 타고 하서해변으로 이동하여 나의 차량으로 터널을 통과하고 문무대왕릉 해변으로 갔다.버스를 기다리고 차량을 가져 오는데 2시간을 허비 했다. 2시간이면 9~10km는 걸을 수 있는 시간인데 아까웠다.그런데 어떻하랴? 여행자에겐 이런 일이 다반사 이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문무 대왕릉은 해상 수중릉이다.이곳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무덤이다."삼국사기 문헌에 문무왕이 생전에 내가 죽은 뒤에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하니 화장하여 동해에서 장사를 지내라"라고 유언 하였다.그리하여 아들인 신문왕은 바위에서 장사를 지내고 그 바위를 대왕암이라 불렀다(현판글 참조) 장사를 지낸후 1년 뒤에 바다의 용이 나타 나고 바위에서 자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나라의 어려운 일들이 잘 풀린다고 하여 만든 피리가 "만파식적"이다.현판 글들을 읽으면서 역사 공부도 하고 새롭다.
문무대왕릉 주변에는 사람도 많고 갈메기도 많았는데 사람들이 새우깡으로 갈메기를 꼬시고 있어서 새우깡 맛을 본 갈메기들이 어서 달라고 사람들 주변으로 모여 들고 있다.그러다 생존하는 사냥 기술을 잊어 버리지나 않을까? 괜한 망상이다.내 나이대 사람들은 경주 문무대왕능을 경주 수학여행때나 구경했을 정도로 먼 곳이였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들도 부모님 따라 쉽게 오기도 하고 저렇게 새우깡으로 갈메기와 놀기도 한다.해변을 벗어나 도로 다리 위로 올라 이견대와 감은사지 삼거리를 통과하여 해안길로 접어 내려 갔다.나는 잠시 짬을 내서 감은사지 돌 탑도 보고 싶었지만 때로는 이견이 있어 그냥 지나 간다.
걷기가 불편한 몽돌해변을 지난다.
이제 감포항을 향해 꾸준하게 걸어야 한다.오늘 목적지는 감포항까지 인데 부지런히 걷다 보면 양포항까지도 갈 수 있을것 같았다.동해의 해변은 각기 형태가 다르기도 하다.어떤곳은 은모래 해변이고, 어떤곳은 검은 모래 해변이고, 어떤곳은 작은 자갈 해변이고 몽돌 해변도 주먹보다 큰 몽돌 해변이 있는가 하면 작은 자갈 해변이 나타나기도 한다.이번에는 어른의 반주먹 크기의 몽돌해변이다.빠른 걸음으로 걷기에 여간 불편하다.앞서 가고 있는 세명의 중년 남자들은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걸은듯 하여 그들을 추월 하는데 한참이나 걸렸다.몽돌 해변은 그 만큼 빨리 걷기가 불편한 구간 이였다.
감포항 남쪽 입구에서 12번째 QR마크를 획득 했다.감포항에는 휴일을 맞아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평화로워 보였다.넓은 항구에는 전문적인 어선단이 정박한 모습이다.서해바다 작은 어촌마을에는 "선외기"가 많다.비교적 가까운 바다에서 작업을 하고 가까운 섬들을 쉽게 다니기 위해 육상에서 오토바이 타듯 쉽게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참 동안 "선외기 "라는 말의 뜻을 몰랐다. 왜냐하면 어민들이 말하면 "소내기" 또는 "쏘나기" 이런 비슷한 말로 들렸다.그런데 정식적인 의미는 프로펠러 추진 엔진이 배의 후미 밖에(선외) 설치 한 배를 칭하는 이름이었다.지난주 2024년 2월27일 전남 영광군 향화도 어민회관에서 어민에게 해상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문제길 함장의 강의를 들었다.어민 해상안전 교육은 법정 교육이여서 반드시 받아야 할 교육이다.문제길 전 함장은 해양경찰에서 평생 근무를 했고 해양경찰 최대 함정에서 함장생활과 해양경찰 교육생의 교수를 역임하고 퇴임하였다.그런데 퇴임후 본인의 경험을 재능기부하는 마음으로 전국의 어민들에게 법정교육을 강의 하는 멋진 남자이다.나도 어민들 틈에 앉아 강의를 받았는데 강의가 끝난 후 어느 여성 어민이 "오늘 강의는 귀에 쏙쏙 들어 오네!" 라면서 자리에서 일어 났다.명강의 였나 보다.이제 양포항까지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그래서 다시 부지런히 걸었다.매번 트래킹 둘째날 많이 걷게 된다.첫째날은 걸음이 뻑뻑하고 힘들기도 하는데 둘째날은 처음 한 두 시간 지나고 나면 정말 편하게 걷게 된다.속칭 질이 나서 그런가?
오류고아라 해변을 지나고
세상이 변화 하고 달라짐을 본다.내가 알고 있는 민박이나 펜션은 구식이다. 동해안 경치 좋은 곳에 크고 새로운 건물들은 모두 풀 빌라다.어떤 시설인지는 모르나 이용료는 상당히 비싸게 운영 된다고 하는데 저 문화는 또 얼마나 갈지 모를 일이다.왜냐하면 세상은 또 변화 하고 인구 구조가 급변하기에 저런 시설 또한 우려스러웠다.10년후 또는 20년후 어떤 문화가 유행될지 모르고 저 건물들이 20년 후에도 소비자에게 꾸준하게 환영 받을 업종인지 모르겠다.제주도 올래길을 걸으면서도 봤다.중국의 자본과 거대 자본들은 제주 해안가에 고급 리조트를 짓기 시작했다.속칭 난 개발이였다.그런데 건물을 완성하지도 못하고 폐허가 된 리조트 건물들을 많이 봤다.그리고 코로나 펜데믹 시대는 또 어땠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 호텔들도 영업을 유지하기 힘들어 구조 조정을 하고 있는 시대이다.세상이 생각대로 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지금은 차박의 전성시대 이다.각종 차량들이 캠핑을 하러 해안가로 몰려 나왔다.전통적인 캠핑카도 있지만 SUV차량으로 와서 탠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다.이것은 현 시대의 문화인듯 하다.아마도 차박을 경험하지 않고는 이 시대 문화인 취급을 받지 못할지 모르겠다.그 만큼 지금은 차박을 즐기는 광박의 시대이다. 최근 차박의 문화가 커진것은 연애인들의 영향이 큰 듯하다.몇몇의 연애인들이 캠핑하는 모습들은 흥미가 되고 시청율도 올라 가고 호기심이 되면서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차박 캠핑을 따라 하게 된 듯하다.오래전에는 단순한 여행만으로도 일반인이 따라 했는데 지금은 차박을 하고 해외에서 극한 캠핑 장면들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또 얼마나 그들이 부럽고 따라 하고 싶겠는가? 세상은 요지경인 셈이다.단순하게 차박은 나도 하고 싶다.가벼운 장비만으로 평범하게 자연을 즐기고 재 충전을 위한 편안한 휴식을 한다면 참 좋은일 일것이다.
양포항 가까운 해변에서 가는 자갈 구르는 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해변의 자갈은 작은 잔 자갈이다.파도는 쉼 없이 밀려 들고 다시 빠져 나간다.그러면서 자갈은 파도에 밀려 부딧치고 모서리는 깍이며 아주 조금씩 모양이 변해 갈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자연은 그렇게 조금씩 변화하며 윤회 하고 있는 것이다.
오후 5시 양포항에 도착한다.해파랑길 10코스 하서해변에서 봉길터널 구간을 지나 11번과 12번 코스를 한꺼번에 완주하였으니 많이 걸었다. 그렇게 30여 km를 넘게 걷고 나니 피곤하다.양포 삼거리에서 어렵게 잡은 택시를 타고 하서해변으로 가는데 택시기사님도 먼 거리를 걸었다고 하시며 깜짝 놀라셨다.이렇게 이틀째 일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