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비질하다
유 준 호
어머니가 쓸쓸히 동지섣달 쓸고 있다.
흐른 세월 탓하며 움츠러든 낙엽들
산 날이 쓸려나가니 옆구리가 시리다.
바람이 겨울하늘 비질하여 텅 비운다.
아들딸의 애인이며 껍질인 어머니
깡마른 가슴팍으로 저문 해를 품는다.
[시조사랑 10호, 2018 전반기]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어머니, 계절적 배경은 동지섣달이다. 첫수만 인용하여 보면 초장에서는 “어머니가 쓸슬히 동지섣달을 쓸고 있다.”고 표현하였다. 실제로 쓸고 있는 것은 낙엽인데 ‘동지 섣달’을 쓰,f고 있다고 했다. 시적인 효과를 나타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중장에서는 ‘흐른 세월 탓하며 움츠러든 낙엽들’이라고 했는데 낙엽뿐 아니라ㅣ 어머니도 흐른 세월 탓하며 움츠리고 사는 존재이다. 그렇게 보면 어머니가 낙엽이고 낙엽이 어머니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여기서 초장과 중장은 선경이고 종장은 후정이다. 그러기에 종장 ‘산 날이 쓸려나가니 옆구리가 시리다.’는 후정에 해당한다. 어머니는 낙엽처럼 쓸려나가는 존재이고, 옆구리가 시린 존재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선경 후정의 구성을 하였고, 감정이입의 수법을 사용했고,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형상화가 잘 되었다.
-원용우, 교원대 명예교수, 한국시조협회 고문(계간 2018년가을호 제1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