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산행기 – (용마능선)
일 시 : 2019. 11. 16(토) 09:00
만난 곳 : 사당역 4번출구
예정코스 : 사당남현동 ->사당군인아파트 ->관음사->거북바위- >사당능선-> 용마능선 -> 과천향교
->과천역 (예상 소요시간 : 4시간 )
산행참가자 : 강신찬, 김상희, 김호경, 신상기, 윤용국, 이계혁, 장인주, 이상 7명
산행기록 : 윤용국
거의 3주간 감기로 게으름을 피우다가 체력점검도하고 그동안 못보던 상산회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등산을 결심하고 나선다. 아침부터 제법 자욱한 안개가 오늘의 산행에 지장을 주지않을까 걱정하며 확인해보니 오후에는 맑고 기온도 올라간다고 나온다. 사당역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목동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접근이 한결 쉬워서 좋았다. 약속시간에 도착해보니 상산회 고참들인 상희와 호경이가 이야기하다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준다. 조금 있으니 상기회장, 계혁, 인주가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총무인 신찬이도 도착했다. 10여분을 더 기다리다 더 이상의 출현자가 없음을 보고 출발한다. 총 7명이다.
출발하면서 근처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산다. 내 기억으로는 최근 산행시 주류 준비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 같은데 무엇보다 호경이가 산행에 빠질 때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호경이가 있다.
여전히 아침안개가 자욱하여 미세먼지를 걱정했으나 공기의 질은 좋다고 한다. 관음사근처까지 둘레길이 겹쳐있는 코스였다. 출발하면서 또 하나 변한게 있다. 호경박사가 사진기이상으로 사진기를 지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약간의 자유를 누리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는때는 총무인 신찬이에게 핸펀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요구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1시간 반쯤 지나서 휴식을 취하면서 호경이가 간식을 먹자고하니 대뜸 상희가 무엇한게 있다고 벌써 간식이냐고 핀찬을 주자 모두 조용해진다. 다시 산행을 하는데 갑자기 앞에서 환성이 들린다. 바삐 가보니 안개는 걷히고 밑으로 한없는 운해가 펼쳐져 있다. 행여 운해가 사라질까 저마다 서둘러 사진찍기에 바쁘다. 그런데 조금더 올라가자 운해사이로 멀리 북한산 봉우리가 나타난다.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지리산에 온 것 같다” “설악산 분위기다” “중국 황산에서 보는 경치같다” “관악산에서 이런 경치는 5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싶다” 등 감탄의 소리가 들린다. 우리 일행도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 우리는 완전히 구름위에서 거닐고 있다.
연주대를 옆에두고 우리 일행만 왼쪽으로 용마능선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12시 경 아늑한 장소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간식을 펼친다. 떡, 과일, 삶은달걀, 김밥, 마른 안주거리 등등 거기에 막걸리와 소주—아래 구름이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소주파(호경, 인주)와 막걸리파(나머지 사람들)로 나뉘어 운중취담을 나눈다. 이야기는 젊었을 때 호기롭던 때를 떠올리며 세계각국을 넘나든다. 지리적으로 유럽, 아프리카, 미국을 넘나들고 언어는 우리말에 더불어 불어, 독일어 등등. 소주파인 인주와 호경은 소주 한병정도는 거뜬하다는데 요즈음 시골에서 마름노릇하며 농사를 짓는다는 인주가 소주한병을 마시고 얼큰한 기분으로 삽을 메고 논두렁을 거닐다 미끄러져 논에 처박힌 이야기에 모두 배꼽을 잡는다. 그럼에도 농사철 수확이 끝나고 보니 큰 배 한척이 들어왔다고 오늘 저녁은 자기가 사겠단다.
13시 정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계획대로 용마능선을 타고 과천 향교 쪽으로 가기로하며 출발한다.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길이다 보니(우리일행뿐) 한가롭기는 한데 낙엽이 깔린데다가 길도 좁아 헷갈리기가 쉬었다. 조그마한 언덕을 두셋 지나자 조그마한 소로가 둘로 갈린다. 하나는 능선을 타고 위로 오르고 한길은 능선 옆으로 조금은 편안하게 보이는 길이다. 여기서 관악산코스는 눈을 감고도 훤하다는 상기회장(따라서 이번 코스를 추천했던 것임)과 관악산 다람쥐라는 전임회장 상희 선택이 갈린다. 상희가 위로 오르는 능선을 타고 나머지는 상기가 취한 편안해보이는 길을 따른다. 다만, 호경이가 상희 혼자가는 것은 안된다고 상희를 따른다. 우리는 조금 지나면 두 길이 만나리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결과적으로 중요한 교훈을 다시 배우게 된다. 즉, 좁은 길을 택하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느니라, 혹여, 넓고 쉬운 길에 유혹되어 패망의 길로 갈까 조심하라는 것이다.
길이 좁고 낙엽등으로 그리고 어제 비 온 후라 미끄러웠기 때문에 몇몇이는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그래서 조심스러운 코스였다. 서로 갈라진 두 팀은 결국 다시 만나지 못하고 서로 멀리서 다른 능선에서 바라보며 안부를 전하게 되었다. 그후 상기를 따른 팀은 길이 애매하여 결국 산등성이에 있는 군 통신선을 따라 계속 나가게된다. 조그마한 고개를 4~5개 넘어서자 통신선이 끝나는 곳, 높은 곳에 군 초소가 나오고 길은 막혔다. 그대신 초소 좌우로 단단한 철조망이 쳐져있고 철조망 옆은 길이 없다. 철조망 좌우를 살피다기 오른쪽이 조금 편하게 보여 오른쪽 철조망옆으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초소쪽에서 마이크로 철조망 옆에 계신분들 제목소리가 들리면 손을 흔드세요 라는 소리가 들린다. 내려갈 길에 대한 확신이 없어 반갑게 손을 흔드니 오른쪽 철조망쪽으로 가면 남태령고개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하며 혹시 물어볼 사항이 있으면 전화로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두번 반복한다. 고맙다고 손을 흔들고 용기를 내어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는데 좁은 곳은 바위와 철조망사이에 틈이 없어, 철조망에 붙어 간신히 좁은 곳을 넘어서며 가는데 조금 더 내려가니 아예 바위낭떠러지가 나타나고 도저히 갈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골짜기 쪽으로 없는 길을 헤치고 내려갔다가 다시 철조망쪽으로 돌아오길 몇 번 반복, 옷은 엉망이되고 베낭주머니에는 나뭇잎이 가득하다. 그래도 철조망이 끝나는 곳에서 출구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내려온다. 5명의 팀은 3팀으로 갈린다. 인주는 먼저 길이 있는 곳을 찾아보겠다고 앞서 가고 계혁과 신찬이는 그 다음을 따르고 상기와 나는 제일 뒤에서 따르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철조망안 부대 쪽에서 상기와 내가 있는 곳을 향하여 “거기 계세요?”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반가운 마음에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니 갑자지 자기들끼리 전화로 “여기 찾았습니다”라며 부산해지더니 우리보고 그자리에 기다리고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철조망에 있는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소리쳐 고맙다고 말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 있자 군인 한명이 나타나 일행이 우리뿐이냐고 묻길래 총 5명인데 앞에 3사람이 갔다고 하니 우리 앞에 두사람이 있어서 그들도 별도로 안내를 하고 있다고 하며, 그런데 한명이 안보인다고 한다. 알고보니 군내부에서 철조망주변을 CCTV로 감시를 하는데 갑자기 한사람(나중에 보니 장인주)이 나타나서 추적을 하는데 갑자기 화면에서 사라지고 조금 후에 또다른 2사람(신찬과 계혁)이 나타나 길을 잃고 헤메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찾아나선 것이라고 한다. 사라진 사람이 인주라고 판단하고 상기가 인주에게 전화를 하니 인주는 철조망쪽에서 떠나 용마능선쪽으로 가겠다는 생각으로 산쪽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고 철조망쪽으로 내려오면 군인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하나 능선쪽으로 가보겠다는 대답이다. 그래서 서로 전화로 상황을 연결하기로 하고 철조망을 따라 (우리는 철조망 밖, 군인은 철조망 안) 문이 있는 곳으로 계속 안내를 받으며 나가는데 갑자기 인주가 나타났다. 알고 보니 산등성이 쪽으로 계속 나아갔는데 어처구니없이 다시 철조망으로 내려오게 됐다는 것이다. 아무튼 웃을 수도 없고 서로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결국 철조망 문을 통해 군부대로 들어서게 되었다. 신찬과 계혁도 이미 군부대내로 들어와있었다. 서로 비로서 안심을 하고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남태령쪽에 있는 정문쪽으로 나아온다. 군부대는 군수송사령부였다. 부대안을 통해 안내를 받고 오는 동안 상희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는데 전화를 받을 수가없다. 군부대내에서는 전화를 사용할 수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종된 것일까?) 정문쪽에 오니 경찰차 2대와 경찰들이 보인다. 입구에 있는 안내소로 안내된 우리는 거기서 신상기록을 작성하여 제출하고 나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군부대 정문을 나서면서 보니 16:20분이다. 군부대내에서 시간은 약 20분정도 소요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약3시간을 헤메고 다닌 셈이다. 헤메고 다니는 내내 우리가 택한 코스가 용마능선이 아님을 알게되 상기회장은 자기때문이라며 자책하는 말을 몇번이고 하였다.
군부대를 나서자 즉시 상희와 호경에게 전화연락을 취하고 과천쪽에서 하려던 뒷풀이를 사당동쪽에서 하기로 하고 사당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17:00사당역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우리는 상희의 안내로 맛있는 매운탕집으로 가서 회포를 풀었다.
호경과 상희는 그런 좋은 경험을 함께할 기회를 놓쳤다고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를 기다리는 그 긴 시간동안 둘이서는 편의점에서 이미 한잔 한 것같다. 상기는 자기 때문이었다고 미안한 마음을 거듭 표하고, 큰 배가 들어왔다고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는 약속한 인주대감이 대접한 풍성한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오늘 하루의 피로를 푼다. 집에 와서보니 오늘 걸은 거리는 19,000보 (11km)이다. –끝-
(이번 산행의 특이한 상황으로 사설이 길어졌음을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