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정기검사를 받았습니다. 별 일 없이 통과했지만, 탄화수소가 허용치를 초과해서 나오는 순간이 가끔씩 있다고 하면서 정비를 받아보라고 하네요.
배기가스에서 휘발유 냄새도 나고 해서, 지난 겨울에 점화플러그를 구입해 놨었죠. 그런데 너무 추워서 미루고, 놀러다니느라 미루고, 그렇게 점화플러그는 잊혀져 갔습니다만,
드디어 점화플러그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일요일... 등산을 포기하고,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 서둘러야죠.
냉각수를 넣을때 자동차의 진공펌프를 이용하기위해서, 자동차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냉각수의 양이 얼마 되지 않네요. 다 회수하면 2리터입니다. 1년도 되지 않았으니 재사용할겁니다.
모토라드에서는 냉각수를 무조건 교체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제가 점화플러그를 DIY로 교체하게 만든 큰 이유중 하나였죠.
아래 사진의 중앙부근에 두 개의 전동팬 커넥터가 보입니다. 케이블타이를 자르지 않고 커넥터를 뽑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이렇게 생겼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하마터면 부러뜨릴뻔 했습니다. 양쪽을 누르면서 뽑으면 되는 거였어요.
워터펌프의 날개가 플라스틱이네요. 녹아서 사라질 위험이 없어서 안심입니다. 어떤 자동차는 워터펌프 날개를 금속으로 만드는데, 냉각수 첨가제와 반응해서 녹아서 없어지는 일이 있거든요.
워터펌프쪽은 냉각수 호스를 풀지 않고 워터펌프쪽의 나사 (Water pump stub to water pump cover)를 풀어서 분리시킵니다.
스팩에는 이 나사의 조임토크가 6 N-m인데, 나사를 풀기전에 마킹을 해놓고, 그 마킹위치로 조여질때의 토크를 측정해보니 4 N-m였어요.
냉각수가 지나는 이런 원형의 부품을 조립할때는 모든 나사가 동일한 토크로 조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립하면서 처음엔 3 N-m로 모든 나사를 조이고, 그 다음엔 4 N-m로, 그리고 5 N-m로 조였습니다. 5 N-m가 되니까 마킹해놓은 지점을 지나쳐서 조여졌더군요. 그래서 6 N-m로는 조이지 않고 5 N-m에서 끝냈습니다.
냉각수 호스는 뜨거운 온도에서 클램프에 의해 눌러져있었기때문에 호스를 분리시키는 것이 우려울 수 있습니다.
호스를 강하게 잡아서 돌리면 안쪽과 바깥쪽이 분리되면서 호스를 못쓰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살짝 잡아서 조금씩 비틀어줘야 합니다.
라디에이터를 분리시켰습니다.
블로바이가스 파이프를 분리시켜야 하는데, 나사못 하나가 고착되어있어요.
아... 오늘 작업은 쉽지 않을것 같은 느낌입니다.
드라이버는 돌아갔는데 나사가 그대로 있으면 고착입니다. 이 고착의 느낌을 느낀 바로 그 순간, 푸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만약 "더 힘주면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결국은 나사의 허리가 끊어져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됩니다.
운 좋게도 임팩이 들어갈 공간이 되네요. 임팩으로 뚝딱 풀어냈습니다.
풀어낸 나사를 보니, 끝부분에 넓게 록타이트 같은 것을 발라놨네요.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블로바이가스 파이프는 얇아서, 힘껏 잡아당기면 부러진다고 합니다.
엔진헤드의 금속부분에 히팅건을 이용해서 250도의 뜨거운 바람을 가해주면, 작은 힘만 가해도 쉽게 빠져나옵니다.
점화코일을 뽑아야 하는데, 예전에 누군가가 작업을 했던 모양입니다. 모서리를 두들겨 팬 모양이네요.
플라스틱의 상태가 좋지 않네요. 금방 부러질것처럼 보여요.
점화코일은 이런 공구를 이용해서 뽑아내야 쉽습니다.
이 공구는 점화코일을 뽑을때도 좋지만, 점화코일을 끼울때도 좋습니다.
지난번에 작업하신 분이 점화코일을 끼울때 이 공구를 사용했다면 두들겨 패지 않았어도 되었을 겁니다.
공구를 사용해서 뽑아내더라도 삭아버린 플라스틱은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네요.
뽑을때 멈칫거리면서 주저하면 여지없이 부러집니다.
한 번에! 주저함 없이! 단호하게 뽑아야 합니다.
점화코일 하나는 테두리가 모두 떨어져버렸어요. 파란색 공구가 걸릴 자리가 남아있지 않아요.
아.... 나쁜 예감은 언제나 맞는군요.
고무부츠를 뒤집으면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헛된 꿈에서 깨야 겠습니다.
공구통을 모두 뒤져서 점화코일을 뽑아내기에 가장 적당한 모양의 공구를 찾았봤습니다.
너무 후져서 평소에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이 싸구려 바이스 플라이어가 이번에 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회가 여러번 있지는 않을테고, 한 번에 뽑지 못하면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세 개의 점화코일을 빼면서 요령이 생겼죠. 주저함 없이... 한 번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죠?
하지만, 더 큰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소켓을 넣고 아무리 돌려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시진을 찍어보니...
하얀색 동그라미가 보이나요?
소켓이 너무 굵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16mm 소켓은 흔하지 않아서 발품을 팔아서 구입했는데... 공구상에 갔을때에도 다양한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소켓이 너무 굵다니??
소켓의 직경을 줄이기위해 열심히 그라인더로 갈아냈습니다.
갈고, 넣어보고, 갈고, 넣어보고... 무한 반복.
그러다가 소켓이 구멍에 박혀서 들어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 처했고, 진땀을 뺐습니다.
정신줄 놓는줄 알았습니다.
처음에 구입했을때는 이랬는데요,
왼쪽을 얇게 만들고, 가운데도 얇게 만들고, 오른쪽은 더 얇게 만들어야만 점화플러그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해보니, 12년동안 사용한 점화플러그 끝부분의 금속이 뭉특해 졌네요.
점화플러그를 조립하면서 20 N-m로 조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시간이 몇 십초 지난 후에 다시 20 N-m로 조여보면 또 돌아갑니다.
시간이 몇 십초 지난 후에 다시 20 N-m로 조여보면 또 돌아갑니다.
음...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그만 조이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바이스 플라이어로 뽑아낸 점화코일은 다음번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작업하기 수월한 맨 가장자리에 꽂았습니다.
라디에이터의 밑부분에 고정되는 막대기는, 조립전에 이렇게 고무를 먼저 끼워야 합니다.
이제 냉각수를 넣어야 하는데, 진공펌프를 이용하려 했는데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씨름하다보니 해가 졌고, 사진도 찍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진공펌프를 포기하고 그냥 냉각수를 넣어야만 했습니다.
진공펌프를 사용하면 딱 한 번에 끝났을 것을...
냉각수 넣고, 에어 빼고, 냉각수 보충하고, 에어 빼고... 몇 번에 걸쳐서 이 짓을 하는데, 아주 미치겠더군요.
냉각수의 온도가 90도정도가 될때까지 엔진을 돌려야 하고, 엔진이 다 식을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거예요.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립니다.
아무튼, 교체에 성공했고, 몸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몇 십만원 절약했네요.
첫댓글 대단하심!~
그런데 쥔장은 자가정비의 즐거움을 택하셨지만, 전 모토라드에 공임비 주는 즐거움을 택하렵니다. ㅎ
최근 피아지오 플라이 125 점화플러그 교체햇엇습니다. 드라이버로 커버 하나 벗기면 바로 나오는 플러그가 잇어 자가정비의 즐거움을 한껏 누렷엇지요...
그런데 카울 벗기고, 냉각수까지 등등등.. 걍 모토라드에 공임비 주는 즐거움을 택하겟습니다~ 헷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