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장식대 위의 조각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처지처럼 고독에 잔뜩 휩싸여 있다.
역동적인 근육과 이지러진 표정으로 보아 ‘고뇌하는 남자’가 적절한 제목이겠다.
괴로워하고 번뇌하는 남자.
그런데 로댕은 왜 고뇌의 방점을 남자에게 찍었을까?
남자가 짊어진 고뇌의 무게가 여자보다 많다는 걸 웅변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아내의 마음을 혜량해주지 못한 남편의 회한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문득 떠오르는 아내 얼굴.
아내를 저버린 나는 고뇌하는 외로운 남편이 되었다.
조각상을 찬찬히 음미해본다.
희한하다.
뒤꿈치를 들고 몸을 비틀어 오른쪽 팔꿈치를 왼쪽 대퇴부 위에 교차하듯 얹고 있다니.
자연스럽지 않은 그 자세를 따라해 본다.
의자에 앉는다. 고개를 숙인다. 두 뒤꿈치를 든다. 왼손으로 왼쪽 무릎을 감싼다.
몸을 왼쪽으로 살짝 비튼다. 오른쪽 팔꿈치를 왼쪽 대퇴부 위에 갖다 놓고 손등으로 턱을 괸다.
몸이 오른쪽으로 기우뚱 쏠리고 늑골과 허리 근육이 땅긴다.
젠장! 이런 자세로 무슨 고뇌를!?
‘고뇌하는 남자’는 ‘기우뚱거리는 남자’로, 다시 ‘고통스러운 남자’로 변신을 거듭한다.
다시 잔뜩 웅크려 오른쪽 팔꿈치를 왼쪽 대퇴부 위에 교차하듯 놓기.
그러나 완벽한 자세는 나오지 않고 계속 기우뚱거리고 허리가 아파진다.
로댕이 기우뚱거린다.
몸이 기우뚱거리고 마음이 기우뚱거리고 인생이 기우뚱거린다.
아내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비로소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추석 직후 부부이혼율 증가에 한몫 보탠 우리.
아내가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말이 아직도 가슴을 후빈다.
"명절이 끝나도 쉴틈이 없고 끙끙 앓고 있는데도 배려도 없고..., 다음생에 여자로 태어나 명절증후군을 겪어봐요. 어떤 느낌인지..."
로댕이 표현한 것은 쓸모없는 개똥철학과 아집의 구렁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편 모습이 아닐까.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곤 한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아내가 용서를 받아들이고 다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기우뚱거리는 나를 바로잡아 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든다.
남편은 오른쪽 팔꿈치를 왼쪽 대퇴부 위에 교차하듯 놓기.
아내는 왼쪽 팔꿈치를 오른쪽 대퇴부 위에 교차하듯 놓기.
그리하여 서로 좌우 로댕이 되어 조화롭고 균형된 부부 작품 만들기.
첫댓글 재작년 시화전 때 요약해서 출품했는데.. 원본 탈고하여 다시 올립니다.
말년에 믿고 의지할 유일한 사람은 배우자!
꼬고 비틀고... 아무래도 요가 자세를 가르치는 것 같은데 ^^
정말 힘든 자세입니다.
그래도 억지로 계속 자세 유지하면 유연성은 좋아질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인께서 잠시 출타중인가요? 회장님이 잠시 나갔다오시면 오늘도 구수한 된장국을 끓이고 계시겠지요.
와이프가 바빠 된장국 얻어 먹은 지 오래되었네요..
오늘 일요일인데.. 저녁에 된장국 부탁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역시 멋진 회장님
여 고문님도 예쁘고 멋지십니다..
늘 건강하시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은 진짜로 위 설명처럼 난해합니다.
20여 년 전 수원 입구 도로변에 돌로 만든 실물 크기의 모조품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누가 떼어가 버렸습니다. ㅎ
사모님은 지금 함께 사시는 거지요?
말씀대로 난해한 조각입니다..
로댕의 창의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전 돼지띠, 와이프가 호랑이띠인데..
10여년 전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했어요..ㅎㅎ
그래도 그럭 저럭 정을 나누며 잘 산답니다..
전에 사진보니까 예쁜 사모님과 행복한 모습이던데..
선생님도 오랫동안 행복한 부부생활 영위하시길 빕니다..
얼만큼 글을 쓰면 현실의 꼬인 상황을 이렇게 품위있는 해학적 문장으로 풀어나갈수 있을까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 최 작가님, 극찬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마마~!ㅎ
제 졸필이야 어찌 최 작가님의 꽃밭과 더 블라썸을 넘어설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시구요..
연리지 같네요.
인간세상에선 불가능한 관계입니다.
그렇다고 하늘세상에선 가능하다고 증명된 바 없으니...ㅎ
나폴레옹은 불가능이 없다고 했는데..
언젠가는 가능한 날이 오겠지요..
13일의 금요일에 봅시다.
감사합니다..
역시~또 다시!
파격의 신공을
고단한 일뒤에
이런 글 보면
싹~가십니다
글이란 이런거
멋쟁이 회장님!
뉴질랜드 백 작가님, 안녕하세요..
과찬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글로 인해 고단한 몸이 풀렸다면 더 없이 영광이구요..
늘 안전 운전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타금 생각해보는 생각하는 자세 ㆍ황금비율이 맞으면 가능한 자세죠ㆍ황금비율을 맞추면서 부부도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죠ㆍ
황금비율을 아름다운 비례와 질서와 조화라고 일컫는데, 맞추기가 쉽지 않지요..
다만 말씀대로 맞추도록 노력하면서 사는게 부부겠죠...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부부생활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서울에 온 로댕 조각 전시회에서 '생각하는 사람' 오랫동안 직접 봤는데도, 직접 그런 자세 취해 볼 생각은 못 했네요. 조각 작품의 자세를 부부간의 관계에 적용한 발상이 뛰어납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로댕 자세 취해보세요. 운동 됩니다요.
사모님은 이제 다 나으셨지요.
서로 로댕되어 백년해로 바랍니다.
수필로 개작해도 재미난 한 편이 될 것같습니다.
어쩌면 구석구석에서 이렇게 이야깃거리를 찾아 쓰시는지... 이번에는 예술품에 빗대어 쓰신거네요.
로댕의 자세를 참으로 잘 표현해 내셔서 읽는 이가 슬~쩍 따라해 보게도 만드는 힘까지 있습니다. 중간중간 아내의 이야기를 슬그머니 한 번씩 비추어, 보는이이게 가독성을 주셨어요.
잘 읽었습니다. 단편 소설 한권 읽은 것 만큼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로댕 조각상과 와이프의 명절증후군을 연결해보았습니다.ㅎ
작가님이 탈북자의 교통사고를 통해 '눈'을 끄집어 내었듯이 구석구석에서 문득 잡히는 것이 있더이다..
그걸 '홀린다'고 하지요.. 귀신에게 홀리듯 특정 사건과 감정에도 홀리고 꿈속에서도 홀리고...
홀릴 때마다 그때마다 써야한다고 생각해요. 아끼면 똥되듯이 홀린 영혼이 떠나기 전에 얼른 써야지요..
모든 작가들이 그러하고 조 작가님도 그러하다고 생각해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문운 함께 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