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1박 2일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 단풍이 너무 너무 아름답다! 올해의 설악은 나뭇잎이 말라 비틀어 지고 색도 이쁘지 않아 꽝 이었는데 별 기대하지 않고 온 대둔산의 단풍은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고 소박하면서도 은은히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자태가 환상 이었다. 보는 나의 눈이 얼마나 맑고 시원 하던지!
토요일 내가 새벽 4시에 집에서 출발. 연주네 도착 4시30분. 약수역에서 박경희 픽업ㅡ4시 45분 수원 영통 영식이집에서 영식 용관 픽업 ㅡ 5시 30분 영식이네 집 부터는 경희가 운전. 나랑 연주 용관이 3명이 뒺좌석에서 자고 영식이는 조수석에서 경희랑 이야기~ 8시 다 되어 나들목 산장에 도착해 밥 해 간거에 김치랑 멸치볶음. 라면 끓여 아침을 먹고 홍아부부 도착해 케이블카 타고 등반지로~ 원래는 영식.연주.경희ㅡ3명 1팀 홍아.임성부부 2팀으로 "꽃이 피는 벽" 을 가고 나랑 용관은 "구조대" 길을 가려고 했는데 꽃이 피는벽 바로 옆에 "내가 낸데길" 이 있는데 마침 거기에 앞팀 말번이 등반 준비중이라 구조대길 갔다가 앞팀이 많이 밀려 있어서 기다려야 하는것 보단 안전 빵으로 바로 등반할수 있는 '내가 낸데길'을 가기로 했다. '꽃이 피는 벽' 길과 서로 마주 보며 갈수 있는 장점도 있고~ "내가 낸데길" 은 작년 늦가을에 지인 2명과 같이 내가 선등을 했었는데 3피치 오버 크럭스에서 쌩쑈를 한 적도 있어서 1년 뒤인 오늘은 좀 늘었을까? 기대도 되는곳. 게다가 작년엔 앞팀에 왕초보가 있어서 너무 많이 기다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8피치중 결국 5피치까지만 하고 탈출해서 뒤에 못한 세 피치가 궁금도 하고~ 영식. 홍아팀은 꽃벽으로 가고 나랑 용관이는 장비를 차고 있는데 남자 2명이 와서 바위에 붙어 있는 등반 안내도를 보더니 '어 구조대길 아니고 내가 낸데길 이네?' ㅎ 이사람들은 구조대길을 간다는게 잘못 와서 내가 낸데길로 온거였음. 선등자는 망설이는데 후등자가 어차피 왔으니 그냥 우리 뒤로 따라 붙자고 하니 우리 뒤팀으로 오기로 한다. 나는 작년 초등때는 1피치 스타트도 까리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부드럽게 힘있게 잘 된다. 음 역시 실력이 늘었군~ 그러나 방심은 금물ㅠ 잠깐 발이 미끄러져 30cm 정도 추락. 아이고야 다행이다 ㅎ 용관이는 영식이의 대학 2년 선배로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영식이랑 같이 등반을 하는 너무도 인성이 훌륭한 친구. 안가본 길도 잘 알고 어떤 오지에 내놔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길을 찾아낼수 있는 완전 야생 그 자체. 이런 용관이가 뒤를 봐주니 믿음직 스럽다. 2피치 종료후 크럭스 3피치에 오니 역시 크럭스라 앞팀 4명중 아직도 세컨이 등반중이다. 그런데 기다리면서 보니 앞팀이 4명인데 거기도 2명 2명 씩 2팀으로 등반중~ 그러면서 뒤에 선등자는 앞 선등자가 퀵을 걸어놓으면 세컨이 회수를 안하고 걸려있는그 퀵으로 선등 등반을 하니 속도가 빠르다~
기다리면서 간식 먹으며 원기 충전 하고 나도 3피치 진입. 작년에 30분이상 씨름했던 그 크럭스. 이번에도 물론 프리로는 못했지만 몇분 안걸려서 바로 통과. 작년에 그 씨름을 해서 홀드도 기억하는데다 힘도 늘어 정말 다행히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ㅎ 2번 해봤으니 3번째 다시 한다면 프리로 할수있지 않을까?
3피치 종료후 하강해서 4피치로 갔더니 앞팀 4명은 4피치 5피치를 한방에 끊는다. 4.5 두피치가 한 바위에 있어서 실력있고 담력있으면 가능한데 와우ㅠ 난 안돼ㅠ 무서워ㅠ 4피치 끊고 5피치 끊고 한피치씩 할거야.
내 생각대로 정상적으로 한피치씩 끊기를 정말 잘헀다. 4피치는 좀 쉬웠지만 5피치 마지막이 좀 까리하다. 작년에도 그랬나? 생각안남ㅎㅎ 4.5피치 한방에 끊다 추락하면 자일 길이와 무게때문에 많이 떨어질것같은데ㅠ 5피치 마지막 볼트에 퀵을 하고 크랙 진입을 해야 하는데 추락에 대한 겁이 난다. 겁이 나니 힘도 딸리고 힘이 딸려 겁이나는걸까? 텐 받자ㅠ 잠시 쉬며 힘 축적ㅠ 5피치 종료. 5피치까지는 콫벽 영식이랑 홍아 팀이 보여 등반 하는것도보고 서로 이야기도 하고 멀리서 나마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6피치로 들어서면 꽃벽이 보이질 않는다.
6피치로 가는데 앞팀에서 엄청 힘쓰는 소리가 난다. 6피치 부터는 내가 해본적이 없기에 어려운곳 인가? 살짝 두려워져 앞팀에 물어봤다. '앞팀 선수님들~거기 어려워요?' '아니요~잘 하시면서 뭘 그러세요' (내가 잘한다고? ㅋㅋ ) '아닌데요~ 저 못해요ㅠ'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일단은 무조건 가야하는데ㅠ 그런데.. 뭐지? 아무것도 아닌데 앞팀 말번이 왜케 낑낑 거렸을까? ㅎ 그냥 쉬운길~~ 7피치인지 8피치인지 헷갈리는데 마지막 상단이 멘틀링 동작을 하면서 오르면 끝인데 방법을 몰라 헤매다 아하! 하고 찾아내서 드디어 전 피치 다 완료!
인수.선인은 슬랩때문에 무섭고 그나마 대둔산 설악산이 나에겐 리딩하기에 부담이 적은곳이라 이번엔 꼭 리딩 해야지 하고 별렀는데 의외로 대둔산 신청자가 적어 내 빌레이를 볼 사람이 없어 응관이를 급 수배하길 정말 잘했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작년보다 실력도 좋아졌고 자신감도 좀 더 붙었고! 역시 리딩은 계속 해봐야 두려움에서 해방된다.
8피치 완등 종료후 4번 하강을 해야 걸어갈수 있는 등산로로 접어들기 때문에 첫 하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령 누나" 하고 부르는 영식이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에서 난다. 엥? 영식이가 왜 여기에? 알고보니 꽂이 피는벽 하강이랑 우리 내가 낸데길 하강이랑 하강코스가 같았던것! 2번째 하강 앵거 쪽으로 가니 와! 반가워라! 영식.연주.경희. 홍아. 있었고 마지막으로 임성이 등반해 올라오고 있었다 . 이산기족 상봉만큼이나 반가운 해후! 우리가 서로 다른코스로 등반 했는데도 시간 딱 맞추어 모두 하강코스에서 만나다니! "누나 3피치 크럭스에서 너무 잘하시던데요~" 하며 영식이가 덕담도 잊지않는다 이러니 영식이를 어찌 이뻐하지 않을수가 있나. ㅎㅎ 하강해서 내려가는 케이블카 타러갔더니 단풍 보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시간 뒤에나 탑승할수 있기에 걸어서 내려갔다. 걸어가도 30분 안걸리니 스트레칭도 되고 다음에 표도 다시 쓸수있으니 차라리 더 나은듯.
너무 아름다운 단풍의 유혹으로 사진찍기 놀이하며 쉬엄쉬엄 내려오니 선미가 천안에서 부터 마중 와있다. 선미는 여름에 무지외반증 수술을 해서 올해는 등반을 못하는데 대둔산 와 있는 우리를 보러 일부러 먼길을 왔다. 삼겹살. 쏘세지. 치즈 잔뜩 가지고! 다들 허기져 나들목 산장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가 준비해온 양념 오리주물럭에 막걸리, 마가목주로 건배~ 영식이왈~ 홍아가 침착하고 안정되게 등반을 정말 잘해요! 첫 인상엔 체격이 있어서 이렇게 잘 할줄 몰랐는데 이번에 같이 등반 해보니 홍아의 진가를 알았다며 끊임없는 홍아 자랑! 홍아 사랑! 원래 우리 산빛에 인재가 많지! ㅎㅎ
홍아도 영식이랑 느낌이 통했는지 영식이랑 친해져서 많은 이야길 나누고 임성은 남편의 모습이 흐뭇한지 간간이 고개 끄덕이며 맞장구에 여념없고 경희랑 연주랑 선미랑 나는 연신 건배 건배! 술 못하는 용관은 그림자 처럼 제자리만 지키고ㅎㅎ 하지만 밤을 새도 모자랄판에 아쉽게도 홍아.임성 부부랑 경희는 서울로 가야해서 안타깝게 헤어지고 남은 우리 5명은 삼겹살. 쏘세지. 치즈 구워 계속 먹방~ 영식이가 11시까지 먹자는걸 내가 내일을 위해 10시 까지로 자르고 숙소 들어가서 꿀같이 달콤한 잠~
첫댓글대둔산 등반후기 1 제목을 보며 2도 있구나 라는 기대감으로 아껴가며 찬찬 읽어내린 후기글~^^ 워킹으로 등반으로 몇 해 동안 해마다 갔던 대둔산였는데 올해처럼 🍁이 '이쁘다 이쁘다' 가 소리가 저절로 나왔던건 굿초이스 일정과 함께 했던 유쾌한 님들의 덕분인듯 합니다 ♡ 등반보다 더 기다려지는 대장님의 리얼후기~ 이번에도 기대감을 져버리지않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첫댓글 대둔산 등반후기 1 제목을 보며 2도 있구나 라는 기대감으로 아껴가며 찬찬 읽어내린 후기글~^^ 워킹으로 등반으로 몇 해 동안 해마다 갔던 대둔산였는데 올해처럼 🍁이 '이쁘다 이쁘다' 가 소리가 저절로 나왔던건 굿초이스 일정과 함께 했던 유쾌한 님들의 덕분인듯 합니다 ♡ 등반보다 더 기다려지는 대장님의 리얼후기~ 이번에도 기대감을 져버리지않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설악에서 실망해서 그런지 대둔산 단풍이 더욱 이뻐 보였지?
멋진 풍광과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과의 등반은 완전 힐링 이었어! 함께 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