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9년경 김산 귀향후 壺堂卽事 등 조신(曺伸,1454~1528)
*김산 봉계에 귀향하여 지은 시로 추정
>김천문화원 적암유고 >오언율시 >김진곤 재번역
壺堂卽事
조신(曺伸,1454~1528)
性癖貪臨水(성벽탐림수) 성벽이 물가에 임하는 것을 탐하여
買田新鑿池(매전신착지) 밭을 사서 새로이 연못 팠는데
力微纔半畝(력미재반묘) 힘이 미약하여 겨우 반 묘 크기지만
泉活動盈陂(천활동영피) 샘의 활동 비탈까지 채우니
島勢魚千里(도세어천리) 섬 형세 천리 가는 물기모양이고
壺形酒百卮(호형주백치) 호리병 모양 술 백 잔을 담은 듯하네.
家僮愁問我(가동수문아) 집 아이 근심스레 나에게 묻기를
來此每何爲(래차매하위) “이곳에 와서 매번 어찌하고자 합니까.” 하네.
一日一回到(일일일회도) 날마다 한 번씩 돌아보면
每到或忘歸(매도혹망귀) 매번 이르러 간혹 돌아가길 잊기도 하네.
試水泥封杖(시수니봉장) 물을 시험하니 진흙이 지팡이에 붙고
巡堤草拂衣(순제초불의) 둑을 돌아보니 풀이 옷깃에 스치네.
魚鰕未及長(어하미급장) 고기와 새우는 아직 자라지 못했지만
蛙黽己相依(와민기상의) 개구리와 맹꽁이 이미 서로 의지하네.
鑒貌臨澄澈(감모림징철) 맑은 물에 임하여 얼굴을 비춰보니
誰爲塵世機(수위진세기) 누가 어수선한 세상 베틀 되겠는가?
榾柮栽爲几(골돌재위궤) 그루터기 안석으로 키워서
松枝橫作橋(송지횡작교) 솔가지 가로뉘어 다리 만들었는데
渡危疑泛筏(도위의범벌) 위태로이 건너려니 뗏목 타는 것 같지만
坐穩覺乘軺(좌온각승초) 앉아보니 평온하여 가벼운 수레 탄 것 같네.
蒲葉蝸粘殻(포엽와점각) 부들 잎에는 달팽이 껍질 붙어있고
莎根蚓轉腰(사근인전요) 향부자 뿌리에는 지렁이 꾸물대네.
每來觀物化(매래관물화) 매번 와서 사물 변화 살펴보니
幽事暮還朝(유사모환조) 그윽한 일 밤낮으로 일어나네.
獨有觀魚樂(독유관어낙) 홀로 고기 보면서 즐기니
徐來戒勿喧(서래계물훤) 조용히 와서 떠들지 말라 경계하니
深深見鱗次(심심견린차) 깊고 깊은 곳 차례차례 바라보니
閃閃認跳翻(섬섬인도번) 번득번득 뛰어오르는 걸 발견하니
忽作東西隊(홀작동서대) 홀연히 동서로 무리 짓다가
俄成上下屯(아성상하둔) 갑자기 상하에 머무네.
持竿不忍釣(지간불인조) 낚시대 들고 낚시질 참지 못하니
香餌莫須呑(향이막수탄) 향기로운 미끼 삼키지 말거라.
喜雨(희우)
조신(曺伸,1454~1528)
喜雨蘇羣槁(희우소군고) 단비가 마른 만물 소생시켜
騷人罄一歡(소인경일환) 시인은 반가움 토해내네
園田初着潤(원전초착윤) 전원에 처음으로 윤기 돌고
地水漸生瀾(지수점생란) 땅의 물 점차 물결이 생겨나
政自移秧急(정자이앙급) 정사 저절로 모심기 급하니
曾無曝麥難(증무폭맥난) 보리 말리기 어려움 일찍이 없다네.
天公應念我(천공응념아) 천공이 나를 생각함에 응하여
飽食且身安(포식차신안) 배불리 먹게 하고 몸 편하게 하네.
入夜如傾瀉(입야여경사) 밤 되어 동이로 쏟아 붓는 듯 하여
更祈風伯回(갱기풍백회) 다시 풍백이 돌아오길 기도하니
農人喜相報(농인희상보) 농부는 반가움 서로 알리고
天賜感難裁(천사감난재) 하늘이 내린 감응 가누기 힘드네.
旱種猶生色(한종유생색) 가뭄에 심은 것은 생기가 돌고
低田亦免灾(저전역면재) 낮은 곳의 밭들 역시 재앙을 면하여
千村歌帝力(천촌가제력) 모든 마을 임금 힘을 노래하니
早晩酒尊開(조만주존개) 조만간 술잔이 열리겠네.
喜晴(희청)
조신(曺伸,1454~1528)
宿雨初開霽(숙우초개제) 여러 날 내리던 비, 비로소 개이니
霧披朝日光(무피조일광) 안개 걷히고 아침해 빛나네.
山如新沐罷(산여신목파) 산은 목욕 마친 듯 산듯하고
澗比舊流長(간비구류장) 시냇물 예전보다 길어졌네.
草樹精神出(초수정신출) 초목에는 정신이 나오고
禽魚意趣忙(금어의취망) 금수와 물고기 뜻한 대로 바쁘네.
老夫仍倚杖(노부잉의장) 늙은이 지팡이에 의지하여
歎息謝蒼蒼(탄식사창창) 맑은 하늘에 감사하며 탄식하네.
復雨
조신(曺伸,1454~1528)
十日而復雨(십일이복우) 열흘만에 다시 비 내리니
豊年兆己微(풍년조기미) 풍년 조짐 이미 나타나네.
豆根乾更潤(두근건갱윤) 콩 뿌리 마르자 다시 적시고
渠水減還增(거수감환증) 도랑물 줄었다가 다시 불어나네.
前日茄抽葉(전일가추엽) 어제는 연 줄기 잎을 틔우더니
今朝魚可罾(금조어가증) 오늘 아침 그물로 고기를 잡겠네.
黑雲西北騖(흑운서북무) 검은 구름 서북으로 몰려가는데
幽坐意難勝(유좌의난승) 그윽히 앉은 뜻, 이기기 힘드네.
時時止還作(시시지환작) 대대로 그쳤다가 다시 내리니
雲薄又回縈(운박우회영) 옅어진 구름 다시 얽히니
電影纔光閃(전영재광섬) 번갯불 방금 섬광을 번득이더니
雷威忽震驚(뇌위홀진경) 천둥소리 갑자기 놀라게 하네.
澗沙兒運重(간사아운중) 개울 모래 아이들이 다시 옮기고
廚竇婢疏清(주두비소청) 부엌의 구멍은 계집종이 청소하네.
明日可褰霽(명일가건제) 내일 날이 개이면
快然通衆情(쾌연통중정) 여러 사람 기분이 상쾌해지리.
題金烏山廢菴
금오산 폐암을 제목으로 하다
조신(曺伸,1454~1528)
有佛絶香火(유불절향화) 불상은 있는데 향화가 끊어져
無僧自暮朝(무승자모조) 승려 없어 저절로 저물고 해가 뜨네.
古寮垂破裓(고료수파극) 오랜 요사채엔 찢어진 가사 자락 걸려있고
枯井剩殘瓢(고정잉잔표) 마른 우물에는 깨진 표주박 남아있네.
逕覆今秋葉(경복금추엽) 오솔길엔 이번 가을 낙엽이 덮혀 있고
廚餘昔日樵(주여석일초) 부엌엔 지난날 땔감이 남아있네.
忽然遊客到(홀연유객도) 문득 나그네 이르렀다가
歸後更寥寥(귀후갱요요) 돌아간 뒤 다시 쓸쓸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