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의 의미> 2016. 12. 13.
왼발 1주
오른발 3주
아이가 운명처럼 받아 안은
고통의 시간
그의 걸음은
부자연스럽고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태연히 받아들이는 아이
난 매일 아침
이 아이의 손을 잡고
뒤뚱거리며 함께 걷는다
학교에 가기 위해 걸어야 하는
10분 남짓의 시간은
걸음의 의미를 공부하는
나의 수업 시간
이미 벗어버린 왼쪽발과
아직 벗지못한 오른발의 불균형이
결국 아이의 다리에 무리가 되었나보다
며칠 전부터 왼발의 아픔을 호소하더니
이젠 절룩절룩 걷는다.
아이의 한 걸음이 버거워 보인다.
그걸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버거워
애써 마음을 누르고
아이에게 등을 내주었다.
한참을 걷다가
아이는 그만 내려달라 한다.
씩씩하게 걸으며 지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신의 약한 모습이 싫었는지,
아니면
아빠가 힘들까봐서인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아이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훌쩍 커버렸다.
등에서 내려 절룩거리며
아까보다 더 씩씩하게 걷는 아이
계단을 올라
아이의 반이 보이는 복도에 서서
아빠와 아들은
손을 흔들며 이별의 정을 나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아이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아이를 위해 걸어야 할 나의 길을 생각한다.
무심코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공허하지 않도록
지금도 걷고 있는
내 걸음을 생각한다.
내일은 드디어
남은 오른발의 깁스를 푸는 날
아이와 함께 바람이나 쐬러 가야겠다.
카페 게시글
소소한 詩作
걸음의 의미
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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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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