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돈보스꼬 성가대 총무입니다.
원래 오늘은 2월 15일 교중미사에서 저희가 부른 묵상곡 Ave Verum Corpus 게시물을 올리려고 했는데요, 그보다 어제 설날 합동 위령미사 중 2층 성가대석에서 있었던 작은 미담을 먼저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자유게시판에 올릴까 하다가, 발생 장소가 2층 성가대석이고 관련 내용도 있어 성가대 게시판에 올립니다.
2층 성가대석은 건축 구조상 히터의 열기가 천장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매우 덥습니다. 반면 미사시간에 1층은 추워서 히터를 계속 가동하게 되고, 그 열이 자연스럽게 2층으로 모이게 됩니다.게다가 어제는 설날 합동 위령미사라 신자분들이 2층까지 가득 차 있어 열기가 더욱 심했습니다.
미사 중 한 어르신께서 더위로 몸이 불편해지셨고, 함께 오신 아드님께서 (정말 효자이십니다) 어머님의 외투를 벗겨 옆에 접어 두고 편히 앉히신 뒤, 주보로 부채질하며 팔다리를 주무르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주변의 신자 분들이 곧바로 물과 아이가 마시려고 가져온 새 음료, 약과 여러 비품을 건네며 도와드렸습니다.
저는 가지고 있던 소형 선풍기와 물병의 물을 종이컵에 따라 드렸고, 어르신 뒤에 계시던 젊은 형제님은 주보로 계속 부채질해 주셨습니다. 미사 끝나갈즈음 그 어르신은 기력을 회복하였고, 효심 많은 아드님의 부축과 함께 2층 성가대석을 내려갔습니다. 물론 몇몇 젊은 자매님들이 계단 내려갈 때 부축을 해 드려고 하였습니다. 성가대석 계단 내려가기가 어렵거든요.
그 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가 “gift (기프트)” 였습니다.
그 상황에서 그 단어가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사실 그날 ‘gift’라는 단어를 포함해서, 2월 15일 불렀던 묵상곡 게시글을 쓰려고 미사 전에 열심히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 gift (기프트)는 단순히 “선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재능, 은사라는 뜻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재능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또한 선물이란 무엇일까요? 남에게 주고 베푸는 거죠.
Gift의 어원이 give(주다)에서 파생된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진정한 재능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남을 위해 베푸는데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제 그 모습을 보며, 선물은 꼭 특별한 능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미리 가방에 넣어 온 물,
비상약, 작은 간식,
그리고 제가 더위를 식히시라고 드린 손선풍기까지.....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선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물건들을 준비해 오게 한 마음,
누군가를 향해 내민 손,
그 순간의 선택 자체가 하느님께서 공동체 안에 심어 두신 또 하나의 gift (기프트),
곧 살아 있는 은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 손선풍기라니 의아하실 수 있지만, 사실 이 선풍기는 제가 성가대 단원이기 때문에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입니다. 저는 이날 2층 성가대석에서 제 목소리가 아니라 작은 손선풍기로 제가 가진 gift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성가대 단원이 아니었으면 그 순간에 그 장소에, 꼭 필요한 순간에 손선풍기가 없었을 것입니다.
동절기 교중미사 때 2층이 덥기도 하고, 성가를 부르고 나면 땀이 나기 때문에 백팩에 항상 넣어 다니거든요.
또한 평소와 달리 이날은 일반 미사였음에도 (성가대봉사가 없는 일반미사에는 굳이 무거운 백팩을 메고 성당에 오지 않습니다. ) 신기하게도“오늘은 백팩을 메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자꾸 들어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
하느님의 작은 이끄심이었을까요.
어제 미사를 통해 느낀 점은 이것입니다.
재능은 노래하거나 가르치는 능력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을 나눌 수 있는 마음 역시 하느님께서 주신 재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제
성가와 기도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작은 나눔 속에서
공동체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선물”은
단순히 주고받는 물건을 넘어
서로를 살게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원래 묵상곡 게시글에 쓰려고 했던 ‘gift’ 이야기를 조금 더 덧붙이며 글을 마칩니다.
gift는 재능과 선물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닙니다. 기독교 전통 안에서는 내가 가진 재능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이해합니다. 혹시 자신의 목소리가 남다르다고 느끼신다면, 그 gift를 아직 충분히 나누지 않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노래를 잘 못한다고요?
목소리의 가능성은 저희 지휘자 선생님께서 정확히 알려 주실 겁니다. 저희가 잘 지도하고 돕겠습니다. 우리 2층에서 같이 노래합시다..
그리고 어제 합동 위령미사에서 정식 성가대 봉사가 아니었음에도 성가대석에서 함께 열심히 노래해 주시고 화음도 보태 주신 저희 성가대 왕형님과 왕누님이신 아우구스티노 형제님과 로사 자매님께 감사드립니다.
— 돈보스꼬 성가대 올림 —
첫댓글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글 감사합니다.~~~
도림동 성당이 정말 정이 넘치고 인정이 많은 본당임을 알수가 있을 것 같아요.
늘 열심 하신 성가대를 위해 기도 하겠습니다,
힘내세요.~~~^^
교우분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저희 성가대에 성원 감사드립니다 더욱 분발해서 좋은 음악 많이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