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장 潛龍王의 誕生
스스스…… 스산한 바람이 불고있다. 계절을 예고해 주는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바람마저 추위에 떨고 있다. 그 추위는 어디서 오고 있는가? 무심(無心)한 눈…… 두 쌍의 눈이 마주보고 있다. 추위는 그 두 쌍의 눈길의 부딪침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소름끼치는 살기였다. 마무쌍의 앞에는 흑포괴인 한 사람이 나타나 있었다. 전신은 흑포로 감쌌고, 드러난 것은 차라리 잿빛에 가까운 무심한 눈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왼손에 비스듬히 쥐어져 있는 검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했고, 검도 아직 뽑기도 전에 충일(充溢)한 검기가 그의 흑포 속에서 이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검기는 결코 밖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무형의 검기를 억누를 수 있는 고수…… 강호에 나오자마자 이런 검도고수를 만날 줄은 몰랐군!' "당신이 천랑단주요?" 마무쌍이 침묵을 깨뜨렸다. "그렇다…… 하지만 너는 그것을 모르는 게 좋을 뻔했다." 흑포괴인, 천랑단주는 음산히 말했다. "무슨 뜻이오?" "그것을 안 자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내 이름이 뭔지 아나?" "……" 불쑥, 묻는 물음. 천랑단주인 천랑마효는 묵묵히 마무쌍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마무쌍의 어조가 달라진 것을 알지 못했다. 마무쌍은 빙그레 웃었다. "마무쌍(魔無雙)! 천하의 어떠한 마도 나를 당할 수 없다는 뜻이지…… 아마 당신에게도 마자가 있었지?" "광망(狂忘)한 꼬마! 천랑단의 앞을 막는 자가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 주겠다!" 팍! 마치 섬광이 작열하는 것 같았다. 상상할 수도 없는 빠르기의 검광이 천랑단주에게서 일어나 마무쌍을 덮쳤다. 마무쌍의 눈에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 "앗!" 황제는 물론 궁유명까지 탄성을 토해냈다. 그들이 그것을 느낀 순간에 검광은 이미 마무쌍을 쪼개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파--- 파--- 팟! 매서운 경기가 소용돌이치며 기음(奇音)이 터져나왔다. 두 사람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좌우로 날아내리고 있었다. "마령일견휴…… 마의 그림자를 보는 순간 영원히 잠에 빠져든다는 공포의 마도(魔刀)이던가?" 마무쌍은 웃음기 어린 얼굴로 천랑마효를 바라보았다. '으…… 이럴 수가? 내 마령일견휴는 이미 화경에 이르러 그림자조차 베일 수 있거늘…… 이놈이 백팔십변(百八十變)을 맨손으로 막아내다니!' 반면에 천랑마효의 눈빛은 은은히 흔들리고 있엇다. "한 수가 있다는건가? 흥!" 천랑마효가 내뱉듯이 코웃음쳤다. 그 순간에 그의 손에서는 다시 한 줄기의 도광이 일어나 마무쌍의 몸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쾌(快)만 따진다면 당신은 누구에게도 못지않다!" 마무쌍이 그속에서 태연히 말했다. 싸 --- 싸 --- 싹! 매서운 바람소리와 함께 천변만화의 조영(爪影)이 일어났다. 만수마군의 천금잔백수(天禽殘魄手)였다. 격돌! 한 줄기 도광과 권풍장영조경(拳風掌影爪勁)이 무섭게 맞부딪ㅊ다. '이토록 강할 수가?' 천랑마효는 설마 맨손으로 자신을 상대할 사람이 있음은 상상도 해 본적이 없었다. 더더구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젖비린내도 가시지 못한 꼬마라니! "차 --- 압!" 천랑마효는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최후의 초식을 펼쳤다. 마령파천황(魔靈破天荒)! 마령일견휴의 모든 정화가 한데 어울린 전력을 기울인 일초. 팟! 설명은 느리다. 그러나 그 동작은 미처 필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아하하하…… 손을 놓아라!" 그 무서운 도광 속에서 태연히 웃는 마무쌍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천랑마효의 손아귀가 진동하며 한 줄기 도광이 하늘로 치솟았다. "크흐흐--- 네놈은 속았다!" 한데 천랑마효는 오히려 광소를 터뜨리지 않는가? "단--- 혼참(斷魂斬)!" 한 줄기 검광이 무섭게 마무쌍을 긋고 지나갔다. "음!" 마무쌍의 몸이 퉁겨지듯 사오 장 가량 물러났다. 그의 가슴팍 옷이 길게 베어져 펄럭였다. 피가 치솟음이 당연하나 마무쌍의 가슴에는 보일듯 말듯한 붉은 선이 나 있을 뿐이었다. '으……! 이미 금강불괴란 말인가?' 천랑마효는 간담이 서늘했으나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일, 그의 몸은 더욱 무서운 속도로 마무쌍을 따라붙고 있었다. 마무쌍의 안색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내가 당신을 가볍게 보았다!" 순간, 한 가닥 섬광이 그의 왼손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속도로 뻗쳐나왔다. 채 --- 앵! "으--- 악!"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비명이 터졌다. 천랑마효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치솟으며 그의 몸은 광풍낙엽과 같이 오 장 밖으로 물러났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그의 손에는 반토막 난 단검이 들려 있었다. 그는 경악과 공포, 그리고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마무쌍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그가 먼저 발초했으나 오히려 마무쌍이 빨랐다. 그리고 그는 분명히 그 섬광을 막았다. 하지만 그의 단검은 반토막이 되고 만 것이다. 그의 동작이 조금만 늦었다면 두 쪽이 된 것은 그였으리라! 천하를 공포로 떨게 만드는 천랑단주인 천랑마효가 단 일격에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찌 공포스럽지 않겠는가? "다…… 당신은 누구요?" 천랑마효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음혼참을 견딘다…… 지난 백 오십 년래에 강호가 이토록 달라졌던가?" 마무쌍이 차갑게 말하며 천천히 왼손을 들어올렸다. 도광(刀光)! 음산한 도광이 그의 손짓에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사방에 무서운 살기가 가득찼다. 그 가공스러운 살기는 수십 장을 뒤덮어 방 안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는 황제와 궁유명까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마치 칼끝이 목에 와 닿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무쌍이 왜 마무쌍인지 보여주겠다!" 마무쌍의 몸이 마치 한 자루의 도가 된 듯 신도일체(身刀一體)가 되어 지면을 박찼다. 섬백절(閃魄絶)이었다. 그 가공할 속도를 무엇으로 형용하랴! "자…… 잔백수라도!" 천랑마효가 공포에 찬 외침을 터뜨리면서 손에 든 단검(斷劍)을 내버리고 무릎을 꿇은 것은 그와 동시였다. 그의 잿빛 눈동자는 더 이상 무심치 않았다. 공포, 공포와 절망이 투영되고 있었다. 번쩍! 한 줄기 섬광이 천랑마효의 주위 십여 장을 음산히 밝혔다. "……?" 기대했던 처절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천랑마효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우르르 --- 쿠다당! 그 순간, 좌우에 조경(造景)된 아람드리 회양목들과 정자, 하나가 그대로 밑둥이 무너져 내리면서 나뒹굴었다. 가공(可恐)…… 천랑마효와 황제 등은 말을 잃었다. "당신은 왜 피하지 않았는가?" 마무쌍의 음성이 들려왔다. 천랑마효는 황급히 몸을 돌렸다. 마무쌍이 그의 등 뒤에 태산과 같이 서 있었다. 한데 그의 안색은 약간 창백했다. 입가에는 한 가닥 선혈마저 내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옥음령참혼도(地獄陰靈斬魂刀)! 이 절대마도식(絶代魔刀式)은 펼칠 수는 있으되 거둘 수가 없다. 방금 마무쌍은 천랑마효의 행동이 이상함을 느끼고 도세를 사방으로 분산시켰었다. 삼백 년 공력을 가진 그가 도세를 분산시키는 데도 기혈이 뒤틀린 것이다. 조금의 자비심도 허용치 않는 것이 바로 이 지옥음령참혼도였다. 더욱 괴이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천랑마효가 마무쌍을 향해 털썩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아무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방금…… 방금의 그 신도(神刀)의 이…… 이름이 잔백수라도…… 틀림없습니까?" 천랑마효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마무쌍의 뇌리에 문득 지옥흑마왕의 광오한 외침이 떠울랐다. ---잔백수라환은 천하살수의 지존신물(至尊信物)이다! 그 어떠한 살수라도 이 신물 앞에는 무릎을 꿇으리라!--- "이것을 보고자 하나?" 마무쌍은 왼쪽 손을 슬쩍 들어 올렸다. 소매가 아래로 조금 처졌다. 음산괴기한 기운이 감도는 팔찌가 거기 있었다. 잔백수라환이었다. '저, 정말……!' 천랑마효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지, 지존을 뵈옵니다……" 천랑마효가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변화였다. 그리고 그것은 당년 지옥흑마왕의 위세가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지 웅변해 주는 일이기 도 했다. 복종치 않는 자들에 대한 그 무서운 처단이 있었기에 그러한 일이 오늘날에도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지옥의부의 위세가 이토록 엄청난 것인지는 몰랐다……" 마무쌍은 새삼 신주팔대마존의 위력을 실감케 되었다. 그의 눈에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천랑마효의 모습이 들어왔다. 바ㄷ에는 피가 고이고 있었다. 머리가 땅바닥에 부딪치며 터져 흐르는 피와 가슴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였다. 피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으나 천랑마효는 감히 지혈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다고 목숨을 건질 것 같으냐?" 마무쌍이 냉랭히 말했다. "감히! 지존을 몰라뵙고 동수한 죄! 죽음으로써 만분의 일이나마 갚고자 하니 허락해 주십시오." 천랑마효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허(許)한다!" 냉랭하다 못해 무심하기조차한 마무쌍의 말이 떨어졌다. 이제 약관을 눈앞에 둔 소년, 마무쌍이라고는 믿지 못할 어조. 하지만 그는 십 칠년, 거의 이십 년이란 세월을 신주팔대마존이라는 공포의 존재들과 살아온 것이다. 일반의 척도로는 결코 그를 잴 수 없었다. 마무쌍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천랑마효가 자신의 천령개를 쳐내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손은 머리와 불과 반 치의 사이를 두고 멈추었다. "……?" 천랑마효가 기이한 빛으로 마무쌍을 바라보았다. 마무쌍이 격공지력으로 그의 손목 혈도를 점해버렸던 것이다. 그는 천랑마효의 눈길은 아랑곳 하지 않고 황제를 바라보았다. "폐하, 이자는 폐하를 해하려 한 대역죄인입니다. 하오나 이자의 목숨을 초민(草民)에게 맡겨주실 수 있으시올지?" 황제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자의 목숨은 원래부터 그대의 것이 아니던가?" "망극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 마무쌍은 천랑마효를 바라보았다. "저분께서 당금의 황상이신 것을 알았나?" "모…… 몰랐습니다. 다만 황족이라는 것만……" "누가 시켰나?" "죄송합니다. 가격만 맞으면 상대의 신분은 묻지 않음이 관례라서……" "내가 보기에는 시해(弑害)가 목적이 아니라 납치인 것 같은 데 인도장소는?" "여산(驪山)입니다." 천랑마효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덧붙였다. "주제넘은 말씀이나 그들은 이미 실패한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제 뒤에는 암중의 감시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케 되겠지……" 마무쌍이 괴이한 웃음을 머금었다. 의미가 담긴 웃음이었다. * * * 황하(黃河). 양자강(楊子江)에 이어 중국 제이의 대하(大河). 청해의 파안객라산맥(巴顔客喇山脈)에서 발원한 황하는 무려 만 이천여 리에 이르는 거대한 물길을 형성하고 있다. 황하의 이름은 강물이 황토빛이라 하여 연유되었거니와, 오늘도 황하의 넘실거리는 도도한 흐름은 그칠 줄 모른다. 그 넘실대는 물결 속에 한 척의 범선이 두둥실 흘러가고 있었다. 하류로 내려가는지라 범선의 속도는 노를 젓지 않음에도 매우 빨랐다. 초로의 사공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키만 잡고 있었다. "사공! 언제쯤 낙양에 당도하겠는가?" 그때 선창 안에서 중후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내일이면 됩니다." 사공의 대답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범선은 속력을 냈다. 선창 안은 그다지 넓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는 침상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고, 지금 그 침상에는 한 위엄어린 중년인이 한 사람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그 얼굴은 바로 황제의 것이었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선창 안에는 황제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황제의 눈에 가벼운 웃음기가 떠올랐다. "지금쯤 그들은 매우 괴이하게 느끼겠지…… 하지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후후…… 그때쯤이면 폐하는 이미 궁에 계시겠지만……"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황제는 천천히 옥패 하나를 꺼냈다. 매우 보기드문 한옥(漢玉)이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일개 성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으리라. 옥패의 전면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금방이라도 승천할 듯 새겨져 있었다. --- 군림천하(君臨天下) 천지조복(天地朝服)--- 서기가 감도는 옥패의 ㅇ면에는 여덟 글자가 고전(古篆)으로 뚜렷이 양각되어 있었다. "폐하! 이것이 무엇입니까?" "받아두라! 필시 나중에 쓰임이 있을 터! 거기에 어쩌면 대명(大明)의 국운이 걸릴 수도 있다. 소중히 간직토록 하라!" "동생이라니요? 그게 무슨……" "무어 그리 놀랄 일이 있느냐? 짐은 너를 의동생으로 삼고 싶다는 말이다!" "폐하!" "너는 짐이 늙고 힘없어 너의 형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어찌 감히……" "이제 너를 잠룡왕(潛龍王)으로 봉(封)하리라! 으하하하…… 천하인이 모두 잠룡왕의 정체를 알고자 하나 알지 못하리라! 잠룡왕은 명(明)의 수호신이 될 것이다!" "폐하, 초민은 이제 겨우 만 열 일곱에 불과하옵……" "너를 의자(義子)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면 짐에게 곤란한 일이 생긴다. 짐에게는 눈 높은 누이가 하나 있거든. 핫하하하하……" 선창 안에 있던 황제의 입가에 고소가 스쳐갔다. "강호에 나오자 마자 황제의 아우가 된다! 잠룡왕이라고? 분명히 개꿈은 아닌데……" 황제는 손에 들고 있던 옥패를 다시 간수했다. 그는 황제가 아니었다. 독심환영마후의 천환만화신공으로 감쪽같이 화신(化身)한 마무쌍이었다. 그가 길을 가고 있는 동안에 황제는 귀신도 모르게 궁을 향해 가고 있었다. 더구나 황제를 목숨바쳐 호위하는 자가 천랑마효임은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 세상일이란 이토록 기이한 것이다. "후후……" 마무쌍은 황제를 목을 걸고 호위하라는 말에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뜨던 천랑마효의 모습이 생각나 가볍게 웃었다. 천랑마효가 그토록 멍청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음을 사람들은 믿지 못할 것이었다. 우르--- 릉! 그 순간, 배가 갑자기 크게 요동하더니 사방에서 물이 치솟았다. 망망한 황하의 한가운데였다. 한데도 마무쌍의 안색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사흘만이군? 지루했다……' 그의 입가에 오히려 회심의 미소가 스치고 지나감은 또 무슨 의미인가? "사공! 사공은 어디로 갔는가?" 마무쌍은 갑판에 올라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사공은 보이지 않았다. 우지끈! 쏴쏴--- 그 순간에 범선이 황하의 거센 물살에 휘말려 두 쪽이 나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이없도록 간단하고도 빠른 침몰이었다. 마무쌍의 몸은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너무도 창졸간의 일이라 대응할 방도도 마련치 못한 채, 그러나 물 속에는 그를 건져 줄 인어(人魚)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답지 않고 사나운 게 탈이었지만…… 인어의 수는 다섯에 불과했으나 그들은 최고의 수공(水功)을 지닌 고수였다. 마무쌍은 허위적거리며 그들과 대항하다가 채 십 초도 지나지 않아 제압되고 말았다. 수의(水衣)를 입은 고수들은 마무쌍의 혼혈(昏穴)과 마혈(麻穴)을 제압하고 그의 손에 수갑까지 채운 후에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물고기 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혼혈과 마혈을 짚인 사람이 어떻게 실눈을 뜰 수 있는지를…… * * * 쏴쏴--- 한 척의 범선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 범선의 갑판 위에는 마무쌍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고 그의 뒤에는 다섯 명의 몸에 착 달라붙는 수의(水衣)를 걸친 인물들이 묵묵히 서 있었다. 마무쌍을 데리고 온 자들이었다. 쏴쏴아---!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만이 들릴 뿐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를 앉혀라." 문득 냉랭한 음성이 들려왔다. 마무쌍이 고개를 떨군 채 앉혀졌다. 백의에 복면한 자가 선창 안에서 서서히 나타났다. 그는 복면 속에 드러난 눈으로 마무쌍을 홀깃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귀하가 가짜이고, 거짓 제압당한 것도 알고 있소. 이쯤에서 눈을 뜨는 게 어떻소?" "하하하하……" 그 순간, 마무쌍이 크게 웃으며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그의 좌우 견정(肩井)에 쇠갈고리와 같은 손이 조여왔다. 견정혈은 어깨의 요충으로 점혈만 당해도 반신이 마비되는 곳이다. "뜻밖인데? 당신들이 이토록 똑똑한 줄은……" 마무쌍은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 "나도 뜻밖이오. 귀하와 같이 담대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백의복면인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마무쌍의 목에 섬뜩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좌우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분수아미자(分水蛾眉刺)를 들이댄 것이다. "철저하군. 손에는 수갑이고 어깨에다 목까지……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꼼짝할 수가 없겠군!" 마무쌍은 태연히 웃었다. 백의복면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귀하와 같은 나이에 그런 기도(氣度)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적이 없소. 게다가……" 마무쌍이 냉큼 말을 가로챘다. "당금 황제를 노릴만큼의 담력을 지닌 사람에 대해서도 알려진 적이 없지!" 백의복면인은 마무쌍을 노려보았다. "귀하의 입은 매우 날카롭구료. 폐상(弊上)께서 귀하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인 것 같소." "귀상(貴上)은 누구요?" 백의복면인은 가볍게 웃었다. "귀하는 자신이 손님임을 잊어버린 게 아니오?" 그의 음성에는 은은히 차가운 기색이 떠올랐다. 마무쌍은 가볍게 혀를 찼다. "아, 내가 심문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나는 건망증이 좀 있어서…… 미안하게 됐소." 마무쌍의 태연자약한 태도에 백의복면인의 눈에 놀람이 떠올랐다. 도저히 약관에도 이르지 않는 나이로 있을 수 없는 태도. 노강호(老江湖)라 할지라도 보이기 힘든 태도였다. '이자의 나이는 결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기도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당금 천하에 누가 이런 자를 길러낼 자격이 있는 것이지?' "나는 귀하를 볼수록 궁금증이 나는데 귀하의 진면목을 좀 볼 수 있겠소?" "없소." "뭐라고?" 너무도 간단한 마무쌍의 대답에 백의복면인은 오히려 멍청해졌다. "귀하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오?" 마무쌍이 싱긋 웃었다. "뭐가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신에겐 자격이 없소." '윽! 뭐 웃음이 저래?' 정면으로 마무쌍의 웃음을 본 백의복면인은 가슴이 섬뜩했다. 괴이하게 마음이 흔들림을 느낀 것이다. "천랑단주를 굴복시켰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하나 다음 순간, 백의복면인이 사납게 외쳤다. "하하하……" 마무쌍이 낭랑히 웃었다. "이까짓 무딘 쇠붙이 몇개 가지고 나를 제압했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백의복면인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의 전신 대맥(大脈)에 금제를 가……" 그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분수아미자에 힘이 가했졌고, 견정혈을 제압한 손에 무서운 힘이 들어갔다. "으하하하…… 그렇게 늦어서 뭘할 수 있겠나!" 마무쌍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쨍---!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마무쌍의 목을 파고들던 아미자가 박살이 나 퉁겨졌다. "으--- 악!" "으--- 아---악!" 처참한 비명과 함께 아미자를 쥐고 있던 두 명이 박살이 난 아미자의 파편에 피투성이가 되어 뒹굴었다. "으---윽!" "허억---!" 동시에 마무쌍의 견정혈을 제압하고 있던 손의 임자들이 쥐어짜는 듯한 신음과 함께 퉁겨졌다. 그들의 몸이 썩은 나뭇단인 양 나가 떨어졌다. 그들의 심맥이 박살이 나 즉사한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이럴 수가……?" 백의복면인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주춤 물러나는 순간에 마무쌍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아직도 당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무쌍이 빙그레 웃었다. 백의복면인은 마무쌍의 웃음에 소름이 끼쳐왔다. 그때 그의 눈에 마무쌍의 양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갑이 보였다. 그의 눈에 한 가닥 안도의 빛이 스쳐갔다. "흐흐흐…… 귀하의 무공은 상상밖이군! 하나 주선금고(誅仙禁錮)가 귀하에게 채워져 있는 이상 큰소리는 이르다!" "이것을 그토록 믿는단 말이지?" 마무쌍이 손을 들어올렸다. "물론! 주선금고는 최고고수를 금제키 위해 특별히 만들어져 완맥을 제압하므로 전신의 공력을……"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뎐 백의복면인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치치치--- 치--- 마무쌍의 몸에서 시뻘건 불꽃이 솟는 것 같더니 그것이 손목으로 몰리는 것을 본 것이다. 한철강모(寒鐵鋼母)로 만들었다는 주선금고가 대번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타--- 앗!" 백의복면인은 더이상 느긋하지 않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친 것이다. 그는 다급히 호통치며 번개같이 발검해 마무쌍의 가슴을 쪼개왔다. "이젠 수갑 끊는 것까지 도와주려는가?" 마무쌍은 싱긋 웃더니 느닷없이 불쑥 양손을 내밀었다. 째--- 앵! 날카로운 음향과 함께 백의복면인의 검이 정확하게 주선금고의 연결부분에 격중되어 불똥을 퉁겼다. 치--- 익! "으--- 악! 뜨거!" 백의복면인은 혼비백산하여 검을 내던지더니 펄쩍 뛰었다. 주선금고를 때리는 순간에 검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무서운 열기가 검을 타고 올라와 그의 손바닥을 구어(?) 버린 것이다. "사, 사술(邪術)…… 어, 어찌 이런 일이……" 더듬거리던 백의복면인은 혓바닥이 굳어지고 말았다. 주선금고. 한철강모로 만들었으며 전신의 공력을 금제한다는 주선금고가 녹아내리기 시작함을 본 것이다. '으--- 악! 이건 사람도 아니다! 내 상대가 아니다!' 백의복면인은 마무쌍이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지녔음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그것을 느낀 순간에 그의 몸은 강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펑! "어이쿠!" 그러나 한소리 답답한 신음과 함께 그는 뒤로 퉁겨지고 말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남의 가슴에 머리를 박다니……" 싱글벙글 웃고 있는 사람은 마무쌍이었다. 어느 새 마무쌍이 그의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이다. 그의 손을 속박하고 있던 주선금고도 이미 간 곳이 없었다. "으으……" 백의복면인의 두 눈은 경악이 지나쳐 공포가 깃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에 갑자기 그가 눈을 까뒤집더니 쿵소리를 내며 나무토막과 같이 뻣뻣이 나뒹구는 것이 아닌가. "이토록 지독할 수가?" 마무쌍은 신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백의복면인은 이미 숨이 ㄲ어져 있었던 것이다. 복면이 벗겨진 그의 모습은 사십 가량의 중년인인데, 벌써 온몸이 암청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도저히 마무쌍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느끼자 전혀 망설임 없이 독약을 삼킨 것이다. "지독하군, 도대체 어떻게 훈련을 시켰기에 이토록 자신의 목숨을 간단히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마무쌍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비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끊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마무쌍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목숨을 끊어 비밀을 지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이들의 조직이 그만큼 무섭고 치밀하다는 뜻이지……" 마무쌍은 상황이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은 자의 기도는 범상한 것이 아니었고 그의 무공 또한 일파의 장문인 수준이었다. 그런대도 그가 제대로 반항도 안해보고 상대할 수도, 도망갈 수도 없다고 깨닫자 그대로 독을 물고 죽어간 것이다. 죽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조금도 망설임 없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죽는다고 모든 게 끝날 수는 없지! 이들의 배후에 뭐가 그리 대단한 것이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겠다." 마무쌍이 문득 냉소를 머금었다. 순간, 으으으…… 갑자기 괴기(怪奇)한 기운이 마무쌍의 전신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푸우---" 마무쌍이 혀 끝을 깨물어 한 가닥 혈무(血霧)를 뿜어냈다. 핏빛 운무가 괴이한 형태로 죽은 중년인을 뒤덮었다. 피비린내가 은은히 풍기는 가운데 마무쌍의 몸도 혈무 속에 잠겨 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배가 유령선(幽靈船)이 된 듯 사방에는 삽시간에 가공할 마기(魔氣)와 귀기(鬼氣)가 충만해졌다. "깨…… 어…… 나…… 라! 깨…… 어…… 나…… 라! 마(魔)의…… 주…… 인……이 너…… 를 부…… 르…… 고…… 있…… 다……" 음산한 목소리가 마무쌍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라도 소름이 끼치리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사악(邪惡)하고 유현(幽玄)한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것은 결코 평소 마무쌍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녕 혼비백산(魂飛魄散)할 일은 다음에 일어났다. 죽었던 중년인이 눈을 뜬 것이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눈에 동자가 없는 것이다. 소름끼치도록 희다못해 푸른 빛을 발하는 흰자위 뿐이었다,. "끄으…… 무슨…… 일…… 이…… 오?" 게다가 시체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말을 하긴 하는데 입술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저 깊은 어디에서 울려오는 것 같았다/ 심장이 멎을 일이었다. 음부나백마법(陰府拿魄魔法)! 시체를 되살릴 수 있다는 역천(逆天)의 마공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천마존이 재창조해낸 마교 백팔마전상의 가공할 마공…… "너…… 는…… 누…… 구…… 냐?" 사이(邪異)한 마무쌍의 음성이 귀기스럽게 울렸다. "처…… 천령(天令)…… 십…… 이…… 호(十二號)……" "천령십이호……? 네…… 가 속…… 한 곳…… 이 어…… 디…… 냐?" "으…… 으…… 천…… 천…… 령…… 제궁(天靈帝宮)……" "천령제궁……? 궁…… 주…… 는 누…… 구…… 냐?" "으으…… 으…… 으흐…… 으……" 시체의 미간이 괴이하게 일그러지면서 망설이는 빛이 나타났다. '지독하다…… 죽은 후에도 아직 금제가 작용하는가?' 번--- 쩍! 혈무 속에서 마무쌍의 눈이 괴이한 빛을 뿌리며 시체의 눈동자가 없는 눈에 쏘아졌다. "말…… 하…… 라! 말…… 하라! 이미 너는 죽…… 은…… 자! 이제 너를 속박할 것……은 아…… 무 것도 없…… 다! 아무 것도……" 악마의 속삭임 같은 외침이 마무쌍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 령대제(天靈大帝)……" 신음과 같은 목소리가 시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천령대제? 그가 이번 일을 시킨 장본인…… 인…… 가?" "나…… 나는 대…… 제에게 직…… 접 명령을 받…… 을만한 지위…… 가 아니…… 오…… 모…… 든 것은 문…… 승(文丞)이…… 문…… 승…… 이……" 시체의 목소리에 격한 공포의 떨림이 나타났다. 동시에 그의 몸이 독으로 인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말…… 하…… 라! 문승…… 문승이 누구…… 냐?" "문…… 승…… 은…… 문…… 승…… 은…… 으…… 으……" 푸른 빛을 띤 시체의 눈이 빛을 잃어갔다. 녹아가는 그의 얼굴은 보기에도 공포스러운 것이었지만 그 얼굴에도 처절한 공포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문승이란 자가 누구기에 음부나백마법이 깨뜨려질 정도로 이 자가 그 자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단 말인가?' 마무쌍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한 줄기 혈무(血霧)가 더 짙은 피비린내를 동반한 채 주위를 뒤덮으며 뿜어졌다. "이미…… 너…… 는 사……자(死者)…… 문승이 곁…… 에 있어…… 도 너를 해…… 할 수는 없다! 답하라! 너는 사자(死者)…… 속…… 히 쉬고 싶지 않…… 으냐? 명부(冥府)의…… 손길이 너를…… 부르고 있다. 답하라! 문승이 누구…… 냐?" 녹아내리며 꺼져가던 시체의 눈에서 다시 푸른 빛이 살아났다. "그렇군…… 나는 죽었…… 다…… 문승도 나…… 를 어쩔…… 수 없군……" 그 목소리에는 희열이 깃들어 있었다. 문승의 공포에서 벗어난 것이 그토록 기쁜 듯, 그것은 문승의 능력이 가공스러운 것임을 반증하는 일이었다. '이 자가 웬 딴전이야?' 마무쌍은 뜻밖의 사태에 아연실색했다. "들리지 않느…… 냐? 마의 주인…… 이! 명…… 부의 주…… 인이 너…… 에게 묻고 있다…… 문승이 누…… 구…… 냐?" "그는 천령제궁의 문무승상(文武丞相) 중 한 사람이…… 오. 천령제궁의 모…… 든 일은 그…… 가 하오……" "이번 일도 그가 시켰는…… 가?" "그렇…… 소……" 시체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그의 온몸은 한 줌의 핏물(血水)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천령제궁의 조직과 그들의 움직임, 세력 등 모든 것을 말하…… 라! 속…… 히 대답…… 하…… 라!" 음산한 외침이 다급해졌다. "흐…… 천령대제의 좌하(座下)에 흐…… 문무승상(文武丞相)이 있…… 고 문승은 제궁의 모든 것을…… 처리…… 흐…… 무상(武相)은 가공할 고…… 수…… 그의 존재는 아무도…… 모르…… 문승…… 그는 신비…… 공포…… 악독…… 철저…… 그의 직……속…… 천령사자(天令使者)도 기찰천령(機察天靈)…… 으로 감시…… 문…… 승…… 흐…… 아래…… 에 오대……(五大)…… 흐으으……" 마치 빛이 꺼지는 것 같았다. 목소리가 서서히 잣아들더니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다. 그자리에는 한 줌의 혈수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스스스…… 자욱했던 혈무가 걷히기 시작했다. 소름끼치게 뻗어났던 마기가 사라지면서 마무쌍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안색에는 피곤한 빛이 어리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낯빛은 침중했다. "궁중에서 역모를 꾸미는 자가 있는 줄 알았더니 단순히 그런 종류가 아니다. 완전히 듣지는 못했어도 천령제궁의 힘이 가공스러운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마무쌍은 몸을 일으켰다. "이 자의 태도나 말로 미루어 보아 천령제궁의 모든 것은 신비에 가리워져 있는 것 같다." 마무쌍의 입가에 한 가닥 미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어쩌면 강호에 나오자마자 한 가닥 단서를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무쌍은 천천히 사위를 둘러보았다. "문승……? 그자가 그런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쿠르르릉! 요란한 음향과 함께 배가 침몰하고 있었다. 우르릉-쏴아아-- 물보라가 마치 구름인양 일어나며 배의 모습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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