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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인도 네팔 기행- 2일차 : 1월 6일 (수요일) 델리
윤상현 추천 0 조회 139 10.08.15 15:45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델리 '센추럴 바자르'

 

델리 : 정부 청사거리. 길 끝 안개 속이 대통령 궁이다. 

 

 

2일차 : 1월 6일 (수요일) 델리(17~18세기 이슬람교 무굴 제국의 수도)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그다지 피곤하지가 않다. 05시 30분. 새벽잠이 없는 습관은 여행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침낭 속의 아우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아침 시간에 공동세면실이 바빠지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자. 미지근한 물로나마 머리를 감는 등 잡사를 마치고 나니 6시가 되어간다. 아우를 흔들어 깨워 배낭을 꾸린다. 일행들과 로비에서 6시 30분 미팅이다.

짐을 챙겨들고 내려오니 다들 잠이 부족한지 아직까지도 부스스한 모습에 동작이 굼뜨다. 로비 한 편에 배낭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서니 어둠 걷힌 아침거리가 지난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직도 짙은 매연에 안개는 여전한데 뿌연 한 사이사이 어수선한 상가 거리가 드러나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닥불을 피웠다.

이어진 몇 개의 힌두 사원을 지나 안개 저편에 자리 잡은 크리스찬 공동묘지의 철문을 밀치고 들어선다. 시장 통 뒤편, 안개 속에 숲과 섞인 묘지의 십자가들이 으스스하다. 다 함께 둘러서서 몇 가지 요가동작으로 아침 몸 풀기를 대신한다. 그 중에 웃음 요가는 빈 묘역을 웃음으로 채워 넣어 익숙하지 않은 이곳의 교교함을 날려주니 심신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다시 거리에 나서니 그 사이 거리를 어정거리는 소가 더욱 늘었다. 마치 이들도 사람의 생활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양, 그저 동네 나들이도 다니며 친구 만나고, 때 되면 알아서 식사도 해결하는 모습이다. 지난 밤 야채 가게에서 버려진 푸성귀들이 거리에 널렸다. 아무데고 쇠똥이 질펀한 모습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인도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이런 풍경에 빨리 무심해져야한다.

숙소 골목 건넌 편에 ‘골든 카페’. ‘카페’라니 우리 식으로 무슨 찻집이 아니고 그냥 시장 안의 보통 식당이다. 아침식사로 푸석한 쌀밥을 곁들이 ‘치킨 커리’를 주문했다. 이곳 식당들의 써빙 방식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음식을 열 명이 시켰다하자. 우리 같으면 아마도 한꺼번에 조리하여 10개의 그릇에 나눌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매 1인분마다 따로따로 조리를하여 차례대로 내어온다. 빠른 문화에 젖어있는 우리네 방식으론 그저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다. 다 늦게 차려온 ‘커리’, 달랑 한 그릇. 인도에서의 첫 식사. 그야말로 소박한 밥상이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가끔은 ‘커리’를 즐기는 나로서는 아주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그런대로 입맛에 맞다. 아우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음식인지라 절반쯤을 남겼다. 아우가 남긴 몫까지 깨끗이 해결한 뒤 ‘짜이 커피’까지 한 잔하고 나니 비로소 인도라는 실감이 난다. 젊은 종업원의 유창한 한국말 실력이 놀랍다. 오로지 이 가게에서만 일하면서 여행자들을 상대로 독학으로 배웠다는데 여느 유학생 출신 못지않다.

기차표 예매를 위하여 델리 역으로 향한다. 시간은 이미 09시를 넘겼고 거리는 더욱 복잡하다. 두드러진 빨간 ‘가디건’ 차림의 여학생들이 ‘자전거 릭샤’를 타고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 간다. 지난 새벽의 고즈녁 함은 사라지고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델리의 ‘쎈추럴 바자르(중앙시장)’다.

시장 통 혼잡한 길을 따라 내려오니 그 끝에 ‘뉴 델리’역이 옅은 황토 빛으로 섰다. 각종 교통수단 (경차 택시, 오토릭샤, 싸이클릭샤)이 뒤섞여 혼잡한 역전 광장을 비켜 돌아 청사 2층에 오르니 외국인 전용 예약 사무소가 자리했다. 60여 평 남짓한 방에 마련된 여러 개의 부스에서 벽에 걸린 열차 시간을 참고한다. 이번 여정에는 ‘뉴델리’에서 ‘고락푸르’까지 네 구간의 별도 승차권이 필요하다. 창구에는 십 여 년 전에나 보았음직한 성능 떨어지는 컴퓨터가 놓여 있고 ‘도트’식 프린터의 짜그락거림이 시끄럽다.

이제는 ‘올드 델리’를 방문할 시간이다. 지하철을 찾아가기 위하여 역사 앞 횡단보도를 건너 시장 통에 들어서니 마치 남대문시장을 방불케 한다. 원색으로 화려한 물품들이 가득하고 각종 먹을거리가 널린 가운데 간이 좌판의 상인들도 온갖 물건을 갖췄다. 기차여행중의 안전한 짐 보관을 위하여 쇠사슬이 필요하다. 맞춤한 물건을 리어카 행상에게 구입한 뒤 중앙 시장의 인파를 헤치고 간다. 죽 이어진 그 길의 끝에 3호선 ‘아쉬람 마르그’역이 자리했다.

지하철 역사 안에서 사진촬영 절대 금지다. 공항에서처럼 엄격한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다. 테러의 위험이 상존한 곳이다. 전동차의 디자인이 씸플하다. 한 정거장을 가니 중심가인 ‘라지브 촉’역(Rajiv Chowk, 코넛플레이스)이다. 다시 2호선으로 환승하여 두 정거장, ‘쎈츄럴 쎄크러테리어트(Central Secretariat)’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서니 아직까지도 옅게 남아있는 안개 속에 야산도 하나 없이 사위가 광활하다. 어느덧 태양은 중천에 솟아 이른 아침 찬 기운은 사라지고 제법 눈까지 부시며 따스하다. 낮 밤의 체감 일교차가 엄청 큼을 알겠다.

비교적 정리되고 한산한 거리들을 몇 굽이 꺾어 느릿하게 걷다보니 넓게 마련된 차도 끄트머리 야트막한 언덕 따라 중세풍의 건물들이 양 옆으로 늘어섰다. 인도 정부의 여러 부서 청사다. 그 한 가운데로 굳게 닫힌 철문 뒤편, 바로 대통령궁이다. 족히 수만 평은 되어 보이는 황토 빛 붉은 터전 위에 소박한 조경이 되었는데 두 열의 관상수 저편에 둥근 지붕 첨탑을 갖춘 궁궐이 섰다.

날이 점점 따뜻해지니 겉옷이 거추장스럽다. 차례에 의하여 대통령궁의 대칭점에 서있는 ‘인디아게이트’를 찾아간다. ‘릭샤’ 꾼들이 우리의 행색으로 지레 짐작을 하고 흥정을 걸어온다.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다지 바쁘지도 않은 터라 부담 없이 타박거리며 30분을 걷는다. 길 가에 마련 된 잔디밭 위엔 가족 단위 소풍객이 제법 많다. 바닥에 자리를 깔고서 어떤 이는 일광욕이요 누구는 음식을 펼쳤다. 둘러앉은 한편에 공놀이와 깔깔대는 모습이 여늬 경우에 다르지 않다.

‘인디아게이트’ 의 모습이 분명해질 즈음 연도에 각종 잡상인이 함께했다. 솜사탕과 땅콩 등의 먹을거리에 목걸이와 팔찌 등의 장신구, 또는 아이들 장난감 등으로 왁자한 가운데 약장사의 ‘코브라 쑈’도 자리를 잡았다.

둥근 광장에 우뚝한 ‘인디아 게이트’. 높이 42m로 독립문 닮았다. 1차 대전 때 참전한 인도군인 수 만 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영국이 세워준 위령탑으로 4만 3천명의 전사자 명단이 빼곡히 음각되었다. 그 아래편엔 꺼지지 않는 호롱불이 소박하게 타 오른다. 훤칠한 근위병사는 소총을 메고 격식을 갖추어 경비 중이다. 수학여행을 온 것인지 한 무리 교복차림의 여학생들이 밝은 웃음소리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다시 인근의 국립 박물관으로 향한다. 계속 된 걸음 때문에 무릎이 저려온다. 카메라를 맡기란다. 여러 가지 위협 요인으로 인하여 이 부분에 대하여 보통 민감한 것이 아니다. 보수공사로 어수선한 전시실에서 피곤도 하여 유물들에 그다지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한 시간 정도 대충 둘러본 뒤 북적이는 로칼 버스에 몸을 싣고서 다시 전철역을 향한다.

어찌어찌 다니다보니 점심도 건너뛰었다. ‘코넛 프레이스’의 상가 거리에 ‘KFC’ 간판이 선명한데 출입문에 선 푸른 제복의 경비원은 엄격한 표정으로 잡인을 통제한다. 급한 대로 쎄트 메뉴로 해결을 하고서 다시 전철을 타니 마침 퇴근시간 무렵이라 초만원이다. 더러 만원 전철은 타보았어도 이런 최악의 콩나물 전철은 듣도 보도 못했다.

숙소에 들러 짐을 챙겨들고 예의 시장 통을 통과하여 뉴델리 역을 향한다.

도착하던 새벽의 썰렁함은 간데없고 휘황한 조명 아래 형형색색의 물건들과 사람이 넘쳐나는 삶의 현장이다. 인파를 헤치고 20분 남짓에 델리 역에 도착한다. 또 다시 뚝 떨어진 온도에 서늘함을 안고 프렛 홈에 섰다.

‘델리’ 발 ‘아그라’ 행 야간열차 저녁 7시 5분 발. 우리 일행의 수에 맞추어 침대를 다 확보하지도 못한 채 열차에 오른다. 인도의 열악한 철도 시설을 대충 짐작은 하였지만 막상 눈에 들어온 광경은 상상 이상이다. 각각의 블록마다 위아래 옆으로 8개씩 배치된 침대가 한 눈에도 불결해보일 뿐만 아니라 온통 역한 냄새까지 배었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들은 도저히 몸을 눕힐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애초에 배낭 짐 하나 덜렁 메고서 각오하고 떠난 몸 아니던가.

혹시나 자기 침대가 없을세라 서둘러 자리 잡고서들 침낭을 펼친다. 결국, 우선 내 몫 챙기기가 어색한 나에게 돌아온 침대는 없었다. 아예 미리 챙겨두었던 등산용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서 객실 출입문과 화장실 사이의 출입 계단에 자리를 잡는다.

이윽고 열차는 출발하고 사위는 완전히 어두웠다. 차창 밖의 도시는 전력난이 심각한가보다. 주변의 조명이 잠깐 새에 사라지고 나니 기차 길 옆이 어떤 형편인지 거의 알 수가 없다. 곧 무료해지며 피곤이 몰려온다. 밤 새 이렇게 쪼그리고 갈 일이 심난하다. 각오는 했지만 첫 기차 일정부터 이러니 좀 안타깝다. 아우를 불러 앉혀 두어 개 팩소주를 꺼내놓고 육포를 안주삼아 몇 모금 넘겨보니 빈속에 알싸하여 뜨거운 기운이 번진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느린 기차에 실려 간다. 얼큰한 김에 잠이나 한 숨 자 두자. 차가운 벽에나마 등 기대고 귀마개와 안대를 두르고서 모자까지 뒤집어쓰니 여간 포근한 게 아니다.

한참을 잤나 싶었는데 이제 겨우 9시다. 애당초 초저녁잠이었던 데다가 자리까지 불편하니 얼마나 견디랴. 이런 내가 못내 안쓰러웠던지 한 일행이 걱정해 준다. 선뜻 먼저 침대에 올라가 몸을 눕힌 자신이 미안했던지 괜시리 너스레를 떨며 위로한다. 좀 덜렁이면서도 체면을 아는 친구다. 생김생김과 언행이 꼭 막내 제수씨를 연상케한다. 아마 나이도 그 또래이리라. 또 다시 목수건까지 더하고서 잠을 청해보는데 아까의 잠이 꽤나 달았던지 더 이상 잠은 오지 않는다. 별빛마저 스러진 대륙의 밤 길, 수 없는 간이역을 지나치며며 느릿하게 안개 속을 헤어간다.

‘델리’에서 ‘아그라’까지 열차 운행표 상에는 겨우 2시간 30분 거리다. 하지만 기차는 벌써 6시간 30분 째, 시계는 이미 새벽 1시 30분을 넘어섰다. 이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는데 계속 안개가 발목을 잡으니 그 한정거장의 시간적 거리는 얼마나 될지 모른다.

느닷없이 역무원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드디어 열차는 ‘아그라 역’ 구내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지칠만하니까 도착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뻣뻣한 허리를 풀며 역사를 빠져나와 ‘오토릭샤’에 몸을 싣는다. 피곤하니 길게 흥정하기도 귀찮다. 역시나 심한 매연의 짙은 안개 속에 ‘릭샤’는 속력을 낼 수가 없고 엄습하는 냉기에 어금니마저 부딪친다. 다시 한 번 가벼운 옷차림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안개를 뚫고 30분을 달려 타지마할 인근의 ‘라스미 게스트하우스(G.H)’에 닿는다. 옷들은 습기를 머금어 눅눅하고 몸은 눅신하다. 역시나 닫힌 문은 여러 번 두드려도 기척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시간은 새벽 2시 반이다. 눈 비비는 종업원은 전봇대 같은 키에 콧수염을 잘 가꾸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철수라는 이름도 갖고 있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숙소에 많은 한국이이 드나들어 이런 이름까지 얻게 됐단다.

킹싸이즈 침대 두 개가 놓여있는 방에 4명이 배정되었다. 어쩌다 보니 일행 중에 내가 제일 연장자인데 가장 젊은이들 3인과 함께 방을 쓰게 되었다. 나이 살이나 먹어 애들에게 혹시나 부담을 줄까싶어 먼저 간단히 손발만 씻고서 침낭에 몸을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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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8.16 13:27

    첫댓글 부럽습니다 인도여행 저도 함 가고 싶은 곳입니다.

  • 10.09.13 08:34

    무굴 제국도 함께 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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