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
靑松/김선익
정월 열나흘 덕풍시장 보름대목장이다
기름집 고소한 참기름 냄새
방앗간 매콤한 고추냄새
튀김냄새 비릿한 생선냄새까지
버무려져 풍겨지는 난전거리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시끌벅적한 장날
고만고만한 등 굽은 노파들이
사발마다 수북한 호두 밤 고사리 묵나물
다라마다 그들의 정을 판다
윤기 흐르는 밍크코트의 화장빨 짙은
젊은 여인과 흥정을 할 때면
절반 얼굴을 가린 머플러가 풀석인다
한 오큼 집어주는 인정에 흥정이 끝나고
앞에 찬 전대에서 꺼내는
할머니 뱃가죽 같이 꼬깃꼬깃한 거스름돈
노파의 체온이 묻어난다
추위에 몸을 웅숭그린 노파들
그 속에 정겨운 얼굴
우리 어머니가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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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
푸른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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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23 10:5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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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장날의 모습이 선하네요..덕풍 오일장에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우리의 옛정서가 아직 남아 있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