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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막연하게 시작했죠. 문단 안팎에서 이렇게 관심이 클 줄 몰랐죠. ‘디카시’를 발표하는 시인이 늘어나고, 유명시인이 ‘디카시’만 묶어 시집을 내기도 하며, ‘디카시 마니아’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죠. 문학지에서 조명을 받는가 하면 관련 토론회며 ‘디카시전’도 열리고 있죠.” 최근 평론집 <디카시(詩)를 말한다>(시와에세이)를 펴낸 이상옥(50) 마산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2004년부터 자신의 인터넷 서재(http://member.kll.co.kr/lso/)에 ‘디카시’를 쓰기 시작한 뒤 그해 10월 <고성가도(固城 街道)>라는 시집을 낸 이 교수는 불과 3년 만에 문단 안팎의 ‘폭발적인’ 관심에 자신도 놀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원로 이상범(72) 시인도 디카시집 <꽃에게 바치다>(토방)를 냈다. 16번째 시집을 낸 이 시인은 꽃을 소재로 한 디카시 60여편을 모았다. 이 시인은 “건강의 회복을 위해 손바닥 안에 드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산과 들, 야생화와 원예종의 꽃을 두루 섭렵했다”고 밝혔다. ‘디카시’가 무엇인가? 이상옥 교수는 “언어 너머의 시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한 시”라고 소개. 그는 “디카시는 단순한 시와 사진이 조합된 시사진(시화)이 아니라 디카로 찍은 사진은 '언어 너머 시'다”고 설명. “디지털 시대에 보다 ‘진화된 멀티언어예술’이라고 그는 강조. 다시 말해 “디카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시적 형상을 찍는 시”가 디카시라는 것. 디카시를 키워드로 하는 문학용어들은 ‘사물의 상상력’ ‘신의 상상력’ ‘에이전트’ ‘파인더’ ‘멀티언어예술’ ‘날시(raw poem)' '극순간포착’ 등이 있다. 그의 자작시 해설을 들어보자. “어둔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 시가 생각나지 않는가. 별은 시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 산 속에서 이름 모를 꽃을 만나면 시가 생각나지 않는가. 꽃은 시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시는 아름답고 맑고 진실한, 삶의 가장 가치로운 것들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디카시를 쓰게 된 동기는? 이상옥 교수는 디카시를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 “시는 ‘언어 너머’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다. 출근하는 길 차장에 비치는 자연의 풍경이 어느 순간 완연한 시의 형상으로 포착될 때가 있었다. 그 때마다 언어 너머 존재하는 시의 형상, 저걸 어떻게든 담아야 할텐데 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다 디지털 카메라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는 “디카에 찍힌 시를 불러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문자시를 쓸 때의 상상력과는 다른 국면이었다”면서 “단순하게 생각하면 신의 말씀을 듣는 예언처럼 그대로 기록하고 전파하면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낙조” 사진을 찍어 놓고는 그 옆에 “하루치의 슬픔 안 덩이/붉게 떨어지면/짐승의 검은 주둥이처럼/아무 죄 없이/부끄러운 산”이라고 시를 써놓았다. “파도”치는 장면의 사진을 찍어 놓고는 그 옆에 “저 물비늘/해변에 막 닿은/파닥이는 마음/뭐라고 응대해야 하 것 같은데/아직 말을/익히지 못한 나는/엉거주춤 붉은 얼굴”이라고 해놓았다. 이 교수는 마산에 있는 창신대학에서 통영분교까지 비오는 날 승용차를 몰고 가면서 차장 밖으로 보이는 장면을 디카로 찍은 뒤, 그 옆에 시를 붙여 놓은 게 “고성가도”다. “비 내리는 봄날 늦은 오후/구형 프린스는 통영 캠퍼스로 달린다/차장을 스치는 환한 슬픈 벚꽃들 아랑곳하지 않고/쭉 뻗은 고성가도의 가등은/아직 파란 눈을 켜고 있다”(디카시 “고성가도” 전문) 그는 “일상적 삶을 펜으로 쓰는 대신 디카로 찍는 것이 오늘의 글쓰기의 새로운 풍경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나는 뉴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시의 가능성을 디카로 찾아보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
디카시의 전망은 매우 밝다 그는 디카시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보고 있다. “디카시는 대중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 홈피나 블로거가 상용화되면서 사진을 올리고 간단하게 메모하는 형식의 글쓰기는 이제 매우 익숙한 표정이 되었다. 이같은 일반적 글쓰기를 예술의 형식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디카시라는 개념이라고 보면, 디카시는 이 시대의 새로운 주류적 시쓰기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그는 2005년 11월 한국시문학아카데미 발표회에 참석해 “여러 정황으로 보다 디카시가 앞으로 사이버 공간뿐만 아니라 종이매체, 그리고 전시공간 등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존재 양태로써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시의 장르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상옥 교수와 가진 대담(<디카시 마니아> 게재)에서 “디카시가 철저한 즉흥시지만 디카시는 가벼움을 넘어선 뭔가가 담겨야 한다”면서 “즉흥으로 찍었지만 보는 사람이 디카시를 오래 들여가보게 만들어서 시선을 고착시켜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평론집에는 ‘디카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문덕수 홍익대 명예교수의 ‘무사상시 이야기’와 배한봉 시인의 ‘극순간의 포착’, 박서영 시인의 ‘직관이 불러온 시를 받아쓰다’ 등의 글도 담아 놓았다. 이상옥 교수는 디카시와 관련한 작업을 숱하게 해오고 있다. 디카시집으로 <고성가도>에 이어 <환승역에서>를 펴냈으며, 무크지 <디카시 마니아>를 두 차례나 냈다. 그는 1989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평론집 <현대시의 투명한 언어>를 냈고, 시문학상(29회)과 유심작품상(5회, 평론부분) 등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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