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명찰을 달고
낙도오지 섬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갖가지 사연과
등대지기가 미처 생각지도 못하던 일상들을 접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찐한 감동을 받기도 하는데,,,,///
가을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1월 15일
'병들어 누운 독거노인과 자식들간의 줄다리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것을 혹 기억을 하시는가?
당시의 이해를 돕기위해 사진을 한장 슬쩍 꺼내보자.

바로 이 사진........///
이제서야 무릎을 치시는구나.
당시 객지로 나간 자식들의 무관심 속에
홀로 방치된
병든 어머니(독거노인)의 사연앞에 우리는 흥분했었다.
그 후
등대지기의 끈질긴 요청으로
자식들이 한 두번 다녀가기는 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하루종일 방안에 누운 채
하루해를 보내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섬마을 가사도우미 아줌씨를 대동하고 이 독거노인의 집을 찾은 등대지기...///

독거노인의 집 앞마당
한켠에 설치된 늘어진 빨랫줄에는
옷가지들이 함초롱이 널려 있었고
집주인을 빼닮은
빨랫줄 아래 고무다라이는짧은 겨울볕을 향하여
/젖은 옷가지가 빨리 마르라고/
연신 주문을 외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안방으로 한 발 먼저 들어선 가사도우미 아줌씨가
뒤따라 들어가던 등대지기를 향하여 소리치기를
잠깐만 밖에서 기다려 달란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복지담당자인 등대지기의 발걸음을 제지하다니...???....///

할머니가 누워있는 방안으로 먼저 들어간
가사도우미 아줌씨가
허겁지겁 움직이는 행동이 다소 수상했다.
자초지정을 알고보니
누워있던 독거노인이 기저기에다 배변을 한 모양이었다.
등대지기를 배려한답시고
잠시 기다렸다가 들어오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자신의 핏줄이 섞인 가족도 아니건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독거노인의 배변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가사도우미 아줌씨의 행동거지를 지켜 보면서
등대지기는 또 한번 가슴찡한 감동을 먹고 말았던 것이다.
하루에
이와같은 독거노인 3가정 남짓을 돌아다니며
파출부처럼 가사일을 도와주고 받는 일당은 27,000원이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사도우미 아줌씨가 쉽게 돈벌이를 하는 줄 아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등대지기는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솔직히 말하지만
자기 부모님의 배변처리를 감당하라고 해도
머뭇거리는 자식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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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동안 할머니의 신변처리는 어떻게 해결을 했을까?
여차 여차 소문을 들어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독거노인의 이웃집으로 가 보았다.

아하,..../
미소를 머금은 이 여인?
어디서 얼핏 한번 본 듯도 한데........///
그래 맞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그 어린신부가 아니던가?
왜, 지난번
낙도오지로 들어가는 여객선안에서
뱃속의 아기문제로 목포의 산부인과를 다녀온다며
얼굴을 붉히던 베트남 신부...///
그런데
이 집이 본인의 시댁이 아닌 걸로 알고있는데
도대체 무슨 일로 남의 집 주방에까지........???
아무리 그래봤자 조사해보면 다 나오는 법/
조사결과는 전격 발표하자면
그 뒷쪽에서 요리를 주도하고 있는 여인도
역시 베트남에서 시집온 신부인데
자기 동포를 만나러 온 모양이었다.
이국만리 타국으로 시집을 와서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낙도오지 주민들속에 부대끼면서
자신의 모국어인 베트남어로 말이 통하는 동포를 만난다는 것은
저네들로서는 상당한 즐거움인지도 모른다.
자기네 부부들끼리는 자주 친목을 도모한다나 뭐라나.....///
그런데 이야기의 본말이 흐트러지면 안된다.
조금전에 누워있는 병든 독거노인의 수발을 들고 있는 이웃이 바로
뒷편에서 요리하는 베트남 신부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베트남 신부와 더불어 또 한 사람 더 소개하자면

바로 이 할머니이다.
예전에 한번 면사무소에 찾아왔을 때 찍어둔 것인데
가사도우미 아줌씨가 방문하지 않는 날에는
틈틈히 이 독거노인을 찾아가
식사수발과 온갖 잡다한 신변처리를 도와준다는 천사 할머니...///
그리고 이 할머니가 바로
지난해 자활근로팀들이 메주콩 재배를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땅뙤기를 무상으로 제공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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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름없는 천사들이 있다.
우리들의 눈에는 쉽게 띄지 않을 뿐이지
소리 소문없이 세상을 밝히는 날개없는 천사들....///
가사도우미 일당에
사비 3,000원을 더 보태서 일당 30,000원을 드릴테니
낙도오지의 단골손님인 당신께서
이 병든 독거노인의 배변처리와
잡다한 뒷처리를 한번 감당해 보시겠습니까?
2007/ 1/23 등대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