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온 세월을 되짚어 보려니 한참을 더듬어 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세월보다 뒷자락으로 보내버린 세월의 길이가 더 길어졌구나 하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으니 마음이 허섭하다.
2010년을 맞을 때는 2009년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 옆에 있는 남편에게 “올해는 무언가 열심히 할 것을 찾아야 겠다”고 하며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틀 속에 갇힐 생각 말고 느긋이 좀 쉬어라” 고 한다. 허섭한 마음에 썰렁한 기운만 더 보태는 것 같아 섭섭하다.
혼자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 봐도 뾰족한 묘안은 없다. 그저 한 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건강하게 지내기로 마음을 가져본다. 과로와 무리한 생활,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한 오해와 충돌, 고독과 불안, 환경과 먹거리의 오염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대사회는 그야말로 스트레스 사회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장본인이다. 교감신경의 긴장을 가장 많이 가져오는 것은 노여움, 시기심, 공포감 같은 인간이 갖는 마이너스의 감정으로 이러한 감정에 지배를 받고 있으면 우리 몸은 상처를 받고 병들거나 치매에 걸리기 쉽다. 작은 예로 충치를 살펴보면 이 또한 스트레스와 관계가 깊다.
입속에 분비되는 타액은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다. 타액에는 식품을 소화하는 효소뿐만 아니라 식품에 포함되어 있는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기 위한 면역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몸에 해로운 것을 되도록 체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입안의 세균번식을 막아주기 때문에 충치예방 작용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교감신경의 우위가 되어 타액 분비가 적어져 충치가 생긴다.
건강유지나 병의 치료를 위해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거나 받더라도 잘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서도 느긋한 기분으로 평온하게 살 수 있는 방식이나 마음자세로 변화시켜가며 취미나 여가를 즐기는 등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해서 스트레스를 조금씩 해소해야 하겠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싸워 무조건 이기려하지도 말고 인생의 길동무로 삼아 좀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지혜 또한 몸에 익혀 마가식구 모두 건강한 기축년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김정화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