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하우스를 연출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
'러브하우스는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희망을 전하는 감동 다큐 프로그램인가,
시청자들에게 주거 공간에 대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인테리어 쇼인가?'
글쎄요, 사실 러브하우스 연출가로서 항상 감동적인 사연을 찾고
우리 주위의 아름다운 이들을 찾아나서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그래도 러브하우스가 버라이어티 쇼인 '일.밤'의 한 코너인 이상은
오락적인 재미와 볼거리 역시 제공해야하는게 의무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초연이네 러브하우스는 약간의 모험이었습니다.
집이 공개되면서 새하얀 집이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게 아니라,
긴장 코드 음악과 함께'과연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라는
자막이 쾅 박히는 엉뚱한 구성...
어떤 시청자는 오히려 이런 의문을 던지지 않을까
'과연 PD는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이번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디자이너는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할아버지가 폐자재를 주워와 만든 집이 참 운치가 있다. 마치 꼴라쥬를 보는 듯한 집...'
'아무리 이쁘고 멋진 집을 지어도 이전에 할아버지가 손보신 집처럼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오는 집은 안나오지 않을까.'
사실 시골에다 하얗고 예쁜 집을 지으면 주위 풍광과는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금새 파리똥이다 밭에서 불어오는 먼지다 낙엽이다 해서 금새 헌 집이 되죠.
그래서 이번 러브하우스를 지으며 주안점은,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집, 더 고풍창연한 멋이 우러나는 집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이 시도한 산화강판 '일명 코르텐'은 그런 점에서 딱 어울리는 재료지요.
다만 하얗고 원색 계통의 색상을 주로 선보이는 기존의 러브하우스와는 많이 달라보이겠지요?
매주 똑같은 방송을 만들면서 때로는 새로운 시도나 모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방방마다 색조톤을 다르게 잡고 간것도 약간의 모험이었습니다.
오랜세월 손주 남매와 낡은 집을 돌봐오신 할아버지 방은 고색창연한 '브라운',
가족을 위한 마음씀씀이가 고운 초연이 방은 깨끗하고 밝은 '화이트'
착한 동생이자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민규 방은 희망찬 '스카이 블루'
이번 러브하우스는 장애가 있는 가족을 위해 그 장애 극복에 촛점을 맞춘 기능성 인테리어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정열을 닮은 집에, 착한 가족을 위한 맞춤형 인테리어가 목표였습니다.
'박수홍의 러브하우스'를 맡아 연출한지도 벌써 6개월이 넘었는데요.
너무 똑같은 그림에 똑같은 구성으로 식상해지지 않토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은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장수 코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장순각 교수님이 한 마지막 클로징 멘트가 오늘 방송의 방점이라 생각합니다.
'부지런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초연이네 가족에게 잇달아 닥쳐온 불행에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이은 비극에도 무릎꿇지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