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어린이지도교사들은 모든 절에서 천진불이 뛰노는 행복한 모습을 꿈꾼다. 사진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배경원, 이수진, 진성철, 이윤진, 유상진, 양선영 지도교사. |
즐거운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벅저벅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느 직장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쉴 틈이 없었다. 휴일은 반납한지 오래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천진불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법회 지도교사 진성철(33·보각), 유상진(31·반야), 이수진(43·수일지), 이윤진(28·극락행), 배경원(25·태경), 장은미(27·등각심), 양선영(32·명아행) 씨가 한 자리에 모였다. 진눈깨비 내리는 저녁. 3평 남짓한 사무실은 한산하고 차분한 바깥 풍경과 달리 명랑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난 이후 적막감만이 감도는 빌딩에 선생님들이 한 명씩 찾아들자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린이 행사에서 쓰이는 율동 도구와 어린이 포교 용품이 즐비한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사무실. 마음 넉넉한 7명의 지도교사들이 웃음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잦은 웃음이었다. 잠시 적막감이 감돌자 다시 이어지는 수다. 해맑은 얼굴만큼이나 가슴 따뜻한 마음을 간직한 이 시대 부루나 존자들의 모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린이지도교사들의 직업은 다양했다. 경찰에서부터 대학 교직원, 공공근로요원, 사회복지사, 임상병리사, 공예작가, 자영업자 등 가지각색이었다. 다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염원하는 세상은 같았다. 천진불이 뛰노는 불국토. 그곳이 바로 그들이 한결같이 꿈꾸는 세상이었다.
어린이 법회 선생님 보며 교사 꿈꿔
“스님이 항상 강조하셨죠. 놀아도 절에서 놀아라. 절은 제 마음의 안식처였어요. 제 인생의 절반은 절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가 받은 공덕을 회향하기 위해 어린이지도교사가 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유상진, 지도경력 7년, 용화선원 출신)
“아들 덕택이죠. 어린이법회를 운영하는 사찰이 없었어요. 제 스스로가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마음 먹었죠. 지금은 고등학생인 아들과 어린이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어요(이수진, 법회경력 6년 군법당 청룡사 출신)
“은석초등학교 출신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절에 다니는 것이 몸에 뱄어요. 화성 신흥사에서 매년 개최하는 캠프에서 법회 지도 선생님들을 보며 어린이법회 지도사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이윤진, 지도경력 9년, 연화어린이회 출신)
참가자 모두 어린이법회 출신들이며 그곳에서 지도교사의 꿈을 키웠다. 어린이법회는 그들에게 있어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가슴 졸이며 절 마당을 깨금발 들고 걷기도 했지만 말썽을 부려도 혼내지 않고 다독여주는 인자한 스님과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반겨주는 법회 선생님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좀처럼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나이가 먹어갈수록 점점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게 그들의 불교와의 인연은 어린이법회에서 시작됐다.
철부지 시절.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절에 가자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며 때를 썼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린이법회지도교사가 됐다. 교회에 가자는 학교 친구들의 숱한 유혹도 있었지만 절이 좋았다. 그들을 이끈 것은 무엇보다 사찰 스님들과 어린이법회 선생님의 인자함이었다. 어린이법회에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훗날 지도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자신이 맡은 아이가 자라 지도교사가 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모녀가 혹은 모자가 함께 어린이지도교사로 활동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연등축제 등 각종 사찰 행사 전담
이수진·김민성 모자는 어린이 포교로 불연을 맺게 된 영원한 도반이다. 이 씨가 어린이지도사가 되겠다고 발심한 것은 재적 사찰인 김포 해병대 청룡사 어린이법회가 지도자 부재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부터다. 중앙승가대 보육교육원에 입학한 이 씨는 연등축제를 준비하면서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를 알게 됐고 레크리에이션에 흥미를 느끼는 것을 발견한 이 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지도교사를 권유하게 됐다. 부처님 법이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도교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사찰에서 어린이법회를 지도한다. 연등축제를 비롯해 각 사찰에서 열리는 어린이 불교 행사를 도맡는다. 직장 생활과 어린이법회 지도교사를 병행하는 삶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부처님의 품안으로 이끄는 일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의 존재가 가장 빛을 발하는 장소는 단연 어린이 캠프 현장. 처음에는 다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지도교사 선생님의 한결같은 모습에 푹 빠져든다.
“아이들은 자신의 시간이 없어요. 항상 바쁘죠. 법회에서 혹은 캠프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즘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존중 받는 아이들은 상대방의 진심을 압니다. 캠프가 끝날 때 쯤되면 되려 서운해 하는 것은 아이들이에요. 그런 온정은 아주 오랫동안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게 마련입니다. 10명 중에 7명은 다음 캠프에서 또 만나죠.”
어린이불자들이 없어 불교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단다. 그들이 어린이법회 선생님을 통해 불연을 맺고 또 선생님이 됐듯 자신들을 거울로 삼고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어디선가 불심의 씨앗을 키우며 자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날 때 쯤 그들은 차분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사찰이 어린이법회를 운영하고 법당을 가득 메운 아이들과 지도 교사들이 마음을 주고 받는 행복한 모습을 마음 속에 그렸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1034호 [2010년 02월 01일 18:20]
첫댓글 아~~~ 경재 민성이가 사진에 없어 섭섭해..... ㅠㅠ
쫌 그렇긴하네요... 근데 나두 열씸히 ㅇㅒ기했는 왜 저의 얘기는 하나도 없는 걸까요?
기사가 나왔군요~ 울 귀염둥이 경재, 민성이가 없어서 아쉽긴 하네요~^^;
근데 내 안경 저렇게 컸었나요??ㅋㅋ
다들 따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