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750m 고지에 자리잡은 횡계마을.
그 이름도 유명한 '대관령'을 코앞에 둔 고원 지대의 마을이다.
겨울 추위가 매우 혹독하기로 유명하고,
반면 여름에도 열대야 없이 선선하여 고랭지 채소가 인기를 끄는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고지대가 우리나라에 많지만 아마 횡계처럼 유명한 곳은 없을 것이다.
횡계가 이처럼 유명해지게 된 이유는 영동고속도로를 통한 교통의 영향이 굉장히 큰데,
그 교통의 보조축에는 횡계터미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횡계터미널.
비록 이렇다할 승차장도 없을 정도로 굉장히 작고 초라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상에서 사방으로 환히 등대를 밝혀주는 고맙고 소중한 존재다.
양평부터 시작한 길고 긴 여정 끝에 드디어 횡계라는 낯선 땅에 발을 내딛었다.
양떼목장, 고랭지밭, 대관령고개 등등 인지도가 무척 높은 동네인지라,
인구 6천명의 조그만 면인데도 무척 정비가 잘 되어있는 모습이다.
대관령면사무소 바로 옆에 자리잡은 횡계터미널.
정식 이름은 '횡계시외버스공용정류장'으로 중심가에서 살짝 왼편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은 무척 낡아보이지만, 그래도 햇살을 받으니 조금 따스하고 화사하게 보인다.
하지만 지금(2월말)의 횡계 날씨는 결코 따스하지 않다.
이 때가 겨울치곤 꽤나 포근한 날이어서 장평, 진부에서조차 살짝 덥게 느껴졌었는데,
횡계에 도착하고 버스에 내리자마자 썰렁한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을 정도로 무척 좋은 날씨였는데도 대관령은 굉장히 싸늘하고 썰렁하기만 했다.
횡계터미널 대합실의 모습.
가운데 놓인 석유난로가 고지대 추위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있었다.
고지대에 자리잡은 덕분에 이 곳에서는 유독 스노우보드, 스키 등 레저장비도 많이 보였다.
대합실 구석의 조그만 매표소에선 아주머니 두 분이 재잘재잘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 위에는 일일이 주인 분께서 일일이 손으로 직접 쓴 시간표가 걸려있었는데,
역시나 영동고속도로의 무서운 위력을 실감케 한다.
동서울행과 원주행 노선이 하루 25회나 있는데,
왠만한 시골터미널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배차다.
비록 타지역 노선이 굉장히 빈약하기는 하지만,
서울가는 노선이 많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속도로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한다.
비록 대관령이라는 험한 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횡계는 엄연히 강릉 생활권이다.
게다가 타지역에서 오는 모든 시외버스가 강릉 종착에 횡계를 중간 경유지로 설정해놓아,
강릉방면 시외버스는 아예 20~30분 간격으로 묶어놓고 안내하고 있다.
말이 20~30분이지 체감으로 느끼는 배차간격은 10분도 채 될까말까한 수준이니...
확실히 영동고속도로 라인의 동네치고 교통이 불편한 곳은 없는 것 같다.
요금이 변할 때마다 고생을 꽤나 할 것 같은 수동식 요금표.
교통이 불편한 동네는 전혀 아니지만, 연결되는 지역이 너무나 한정적이다.
서울, 강릉, 원주 등 몇몇 도시를 제외하면 연결지역은 손에 꼽을 정도.
수요가 적은 시골터미널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숫자가 쓰여진 칸보다 텅텅 빈 칸이 더 눈에 띌 정도니... 조금은 안타깝고 쓸쓸하다.
난로가 놓인 대합실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바로 앞에 승차장으로 향하는 출구가 나타난다.
명색이 승차장으로 가는 출구지만 실제로는 그냥 반대편의 '후문'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왜냐하면, 승차장 출구로 나와도 이렇다할 승차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유소와 바로 붙어있는데다, 지붕만 덜렁 있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승차장...
하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욱 '시골터미널'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터미널도 아니고 정류소도 아닌 애매한 생김새지만 입지 하나만큼은 어느 무엇보다 탄탄하다.
서울, 강릉, 원주를 수시로 이어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버스터미널.
대한민국의 정상에서 모든 것을 조심스레 내려다보는...
고요하면서도 신비한 등대같은 존재다.
첫댓글 다음에 강릉가는 길에 한번 하차를 해보아야 겠군요... 버스는 10년마다 바뀐다고 할때 저 건물은 시간적으로 완전히 정지된 느낌이 듭니다.
'언젠가는' 바뀔 날이 있을거라 믿습니다. ~
2월인데도 눈이 안쌓였네요.... 날이 많이 따뜻했나 봅니다. 제가 몇 년 전 3월에 갔을 때에는 눈이 사람 키만큼 쌓여 있었는데..... 평창군에서 동계올림픽을 한다지만, 사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면 주경기장이 될 장소도 바로 저곳을 통하여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지금도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나중에 더 깔끔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월에 사람 키만큼 눈이 쌓일정도면 횡계날씨를 대강 짐작할 수 있겠네요. ㄷㄷ 제가 갔을땐 날씨가 꽤 포근한 편이었지만, 확실히 진부와는 날씨가 다른 것이 느껴지더군요. 고지대의 이점을 잘 활용해서 부디 2018년 동계올림픽을 꼭 개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나네요 휴가나오면 뛰어나가서 횡계에서 버스기다리던게 엊그제 같든데.... 다시 가기는 싢네요..ㅎㅎㅎ
영동지역, 특히 강릉을 가실때마다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나시겠네요...ㅎㅎ
요금표 빈칸이지만 문재를 지나서면 정재가 아니라 전재겠군요.. 원주까지 완행이 운행하던 시절에는 계촌들려 문재넘어 안흥들려 전재넘어 횡성에서 한숨 돌리고 장양리와 태장동을 들려 원주 터미널로 들어가던 노선이 있었나보네요.. 빈칸이지만 행선지로 써 있는걸 보니 말이죠..
장평에서 고속도로를 타지않고 쭉 국도로만 갔다라니... 기사님이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궁금하네요.
고속도로 개통전에는 서울,원주,춘천등 영서로넘어가는 필수코스였지요!! 그시절에는 안흥 정류장 앞 식당에서 소비하는 쌀이 두가마니이상이였답니다...
안흥찐빵이 유명해진 것도 서울에서 영동을 오가는 길목이어서 그랬다는 얘길 들은 것 같아요. 가는 길이 힘드니 식당 장사도 잘 되었겠네요. ㅎㅎ 고속도로가 개량되고 철도까지 공사하는 지금에 와선 그저 먼 과거의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