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Pix X100을 살펴보다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과 변화가 너무 빠르다.
물론 발전과 변화가 가져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아쉬운 점도 있기 마련이다.
겨우 1~2년 전에 구입한 신형 카메라가 성능이나 기능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차례차례 발매되는 신형 카메라들 때문에 ‘구형’이 되어버린다.
모처럼 마음먹고 구입한 카메라가 겨우 1년만에 ‘시대에 뒤쳐진’ 카메라로 느껴지는 것은 상당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5년, 아니 10년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뛰어넘은 디자인의 디지털 카메라, 새로운 기능이나 성능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 성능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
그런 카메라를 ‘10년 카메라’라 부르며, 제품으로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후지필름의 FinePix X100(이하 X100)이야말로 사진 애호가들이 바라던 ‘10년 카메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메라 스타일은 전통적인 심플한 사각형. 클래시컬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진을 찍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성능이나 기능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는 카메라다.
이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예를 들면 조리개와 셔터 속도, 그리고 노출 보정으로 빛을 컨트롤하는 ‘촬영의 3대요소’를 다이얼로 조작하도록 만들어 카메라 상판 오른쪽에 배치했다.
렌즈는 고정식이다.
렌즈는 35mm 판형 환산으로 35mm화각을 가지는 단렌즈.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해서 사진을 즐기길 바라는 강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뷰파인더는 고전적인 레인지 파인더 같은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최신EVF(전자식 뷰파인더) 기구를 넣었고, OVF(광학식 뷰파인더)로 바로 전환할 수도 있도록 했다.
완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방식 뷰파인더를 채용한 것이다.
특히 소형 카메라는 촬영할 때 카메라를 얼굴에 밀착한 뒤, 등을 펴고 피사체 정면에서서 찍는 것이 기본 자세다.
X100은 다른 컴팩트 카메라들처럼 뒷면 액정 모니터로 구도를 정할 수 있지만, 카메라를 얼굴에 밀착해 뷰파인더를 보면서 셔터를 누르는 ‘올바른 촬영 자세’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카메라이기도 하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집약한 디지털 카메라인 X100을 보며, 촬영을 위한 필수 성능이나 기능은 무엇일지,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스타일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FinePix X100을 만지며 생각하다
필자는 카메라에 두 가지 ‘행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손가락의 행복’, 남은 한 가지는 ‘눈의 행복’이다.
개인적인 카메라 기본 평가 기준이기도 하다.
손가락의 행복이란 카메라를 잡고 조작했을 때 손가락에 느껴지는 정밀함이나 편안한 감촉을 말한다.
카메라 무게, 밸런스, 조작성, 각 부분의 ‘만듦새’가 이에 속한다.
눈의 행복은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즐거움과 찍힌 사진을 볼 때의 기쁨을 뜻한다.
눈으로 본 모습 그대로를 뷰파인더에서 왜곡없이 깨끗하게 보는 것, 그리고 ‘본 것 이상으로’ 멋지게 찍히는 것.
카메라는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에게 반드시 이 두 가지 ‘행복’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이 두 가지 행복을 기준 삼아 X100을 최대한 세밀하게 만져보기로 했다.
다만 이번에 살펴본 X100은 외관은 거의 발매 제품에 가깝지만 내부 촬영 기능 등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델.
작동도 되지 않는 베타 이전의 알파 버전 상태다.
물론 촬영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촬영 영상 확인도 불가능했다.
우선 ‘손가락의 행복’부터 살펴보자.
카메라는 크기에 따른 적절한 무게가 있으며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X100은 이 부분에서 이상적이라고 해도 좋다.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카메라를 들었을 때의 밸런스도 좋다.
바디 윗면과 아랫면에는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했고, 깔끔하게 표면을 처리한 모습도 좋았다.
카메라 앞면에서 뒷면까지 검정 인조 가죽이 둘러져 있다.
조리개 설정은 렌즈 경통에 있는 링으로 조절한다.
F2에서 F16까지 1EV 스텝씩 설정할 수 있다.
링만으로는 0.5EV나 0.3EV 설정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조리개 링을 돌려서 1EV씩 F값을 세팅하면 다이얼만이 가진 섬세한 금속의 마찰과 함께, 작은 금속 마찰음이 들린다.
클래식 카메라 마니아라면 공감할 수 있는 즐거운 조작감이다.
셔터 다이얼과 노출 보정 다이얼의 바깥 둘레에는 세밀한 돌기가 나있어 정밀한 감촉이 전해진다.
여기저기 만져보고 싶어지는 ‘손가락의 행복’이 느껴지는 조작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 ‘눈의 행복’인 뷰파인더는 어떨까?
아쉽게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와 예상만 가능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기능이 가능한 다른 X100 기기를 만져본 경험이 있어, 그 때의 기억을 참고로 해서 적어본다.
OVF와 EVF의 전환은 바디 앞면에 있는 작은 레버로 가능하다.
뷰파인더를 보면서 레버를 조작하면 바로 EVF에서 OVF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이 가능하다.
EVF는 144만 화소의 액정모니터에 표시되고 영상은 매우 세밀하다.
이 정도라면 초점이나 계조 묘사 확인도 가능할 것이다.
OVF의 실제 화면은 EVF 화면보다 작아지지만 상당히 선명하다.
광학식 ‘브라이트 프레임’ 뷰파인더는 매우 선명하며 패러랙스 오류(촬영자가 뷰파인더를 통해 보는 이미지 범위와 실제 촬영되는 이미지 범위의 오차를 뜻함)도 보정해준다.
좋은 뷰파인더를 보고 있으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완성된 X100의 뷰파인더가 기대된다.
화질에 대해서는 예상(기대)만 가능한 상태지만, 필자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일찍이 S3 Pro나 S5 Pro의 훌륭한 묘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은 오랜 기간에 걸쳐 필름을 만들어왔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가 된 지금도 ‘사진 현상’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
게다가 고품질 렌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X100에 장착된 렌즈는 묘사 성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새롭게 설계한 대구경 렌즈다.
이 렌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X100의 화질에 불만이 있다면 이 카메라는 ‘10년 카메라’가 될 자격이 없다.
10년이 지나도 ‘화질이 좋다’, ‘놀라운 묘사다’라고 들을 수 있는 ‘눈의 행복’을 가진 X100으로 완성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