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완 순 시인·소설가 |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며 웰-빙의 기가 한풀 꺾였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고 고용사정이 악화되어 서민의 삶이 곤궁해지면서 웰-빙문화가 서서히 퇴조하고 상처받은 영혼과 가슴을 치유 받고 싶어 하는 힐링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위로받기를 원했다. 성속귀천을 떠나 승자독식주의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다친 가슴을 치유 받고 싶어 했다. 힐링 독서, 힐링 음악, 힐링 무용, 힐링 여행, 힐링 자선, 템플 스테이가 가장 주목 받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왜 이렇게 힐링을 원하며, 무엇이 우리에게 그토록 깊은 상채기를 남겼을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파하고 치료받기를 원하는데 병인이 도대체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에서 근로시간이 제일 길지만 임금은 오히려 OECD평균의 60%로 제일 낮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OECD국가 34개국 중 32위이고, 자살률은 1위이다. 열심히 일하지만 노력에 비해 받는 대가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에 국민의 대다수가 좌절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강한 스트레스를 주고 높은 패배감을 안겨준다. IMF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심화된 고용불안과 일자리 감소, 노동시간 증가로 인한 건강 불안과 노후생활 걱정이 힐링을 불러왔고, 빈부갈등과 세대갈등이 심화 되면서 힐링 문화가 가속화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대다수가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은 그 아픔 정도가 조금씩 다르고 대처법도 서로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앓고 있고, 힐링을 통해 치유받기를 원하지만, 이는 개인적인 문제이면서도 사회가 풀어야할 사회적인 문제이다. 개인적인 수준에서 치료하는 것은 치유라기보다 상처를 봉합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힐링은 사회적인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며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힐링은 문화가 확산되는 시대상황을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고, 힐링 문화의 시작은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정보화시대는 산업화시대에 비해 공동체의식이 약하고 개인적인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지만, 개인은 집단을 통해서 습득하고 생존하기 때문에 상처는 사회적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마음의 치유는 기억의 치유로 완전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외치지만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상처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치유는 개인적인 문제이면서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힐링의 문제는 개인과 국가가 함께 풀어야할 이슈이다.
모든 국민이 힐링 되기 원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공동체의식을 회복하고 우리 모두 삶의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기에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한다. 진정한 힐링을 위해서는 저축보다 소비를, 심판보다 용서를, 증오보다 사랑을 선택해야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아를 포기하면 갈등이 해소되고, 갈등이 사라지면 힐링이 이루어진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명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