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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소녀의 기도
서정범
나비 소녀는 15세 때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백일 기도를 했다. 외롭고 괴롭고 허전하고 슬프고 우울해서 신에게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아울러 신의 세계를 좀 더 깊이 알고 싶고, 신과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서이다. 나비 소녀는 낮이나 밤이나 기도를 했다.
기도를 시작한 첫 주일에는 무척 졸렸다. 그러다 깜박 잠이 들었다. 그때 누군가 꿈에 나타나 머리칼을 쥐고 끌고 간다. 끌려가다 보며 나무에 이마를 부딪혀 깜짝 놀라서 깼다. 그런데 꿈대로 실제 나무에 부딪혀 깨는데 이마가 붓곤 했다. 또 어떤 때는 잘생긴 젊은 남자가 밥을 가지고 와서 시장한데 어서 먹으라고 한다. 숟갈을 들고 밥을 퍼먹다가 혓바닥을 깨물어 깨어나는 경우도 있다. 너무 졸려 깜박깜박 잠이 들지만 꿈을 통해서 깨개 되는데 이는 신이 소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다.
2주일 째로 접어들자 졸리지는 않은데 눈물이 나오고 슬프기 이를 데 없다. 기도하려고 앉으면 아무 이유도 없이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나오고 혼자 흑흑 흐느껴 울게 되었다.
3주일 째 접어드니까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안정되고, 부러울 게 없을 정도로 마음이 흐뭇하여지며 기도시간도 제대로 지키게 되었다.
3주일 째 되면서부터 눈을 감고 있으면 신이 보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이고, 아버지가 흰말로도 보이고, 나비로도 보이고 꽃으로도 보인다. 죽은 동생은 주로 빨간 꽃송이로 바뀌었다. 그 밖에도 이름 모르는 신들이 그녀를 안아주는 것같이 포근함을 느끼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것같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신이란, 사람이 죽어서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떤 날은 기도를 하고 있으면 어디로 갈까 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 할아버지, 범, 말 등이 나타나 길을 안내해 주었다. 어떤 때는 길을 안내해 주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어디로 갈까 하며 꿈에서도 무척 애를 쓰게 된다. 해가 보이는 쪽으로 가면 그 길이 제대로의 길이 된다. 그러나 길을 가도 한이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막막한 길을 그냥 가기만 했다. 결국 그 길은 신은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어떤 때는 길을 가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갑자기 큰 선인장이 땅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그런데 그 선인장이 머리를 푼 악령이 되어 길을 막고 못 가게 한다. 그럴 때에는 햇빛이 그 악령에 비치면 사라진다.
기도를 하며 또 계속 걷는다. 어떤 때는 말이 와서 타고 가라고 해서 말을 탈 때도 있다. 길을 가다 때로는 퉁소 소리가 깊숙한 곳에서 은은하게 들려오는데 맑고 깨끗한 소리였다. 이 퉁소 소리는 신의 음악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계속 걷는데, 이때는 걷는 것이 춤을 추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기도를 하고 있노라면 명산이 보인다. 가보지 않았어도 그 산의 모습, 계곡, 봉오리, 절 등이 보이고, 그 절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디로 가면 폭포가 있다는 것 등이 선하게 눈에 떠오른다. 그리고 산에 꽃들이 피어 있는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그녀가 15세 때 백일 기도를 하고 얻은 것은 신이 있다는 확신이었고, 신을 갈구하면 신은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며, 신을 사모하면 신은 연인이 되어 포근하게 안아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십자로에서 어디로 갈지 모를 때 해를 보고 가면 된다는 것은 '+'자로의 '+'이 태양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17세 때 밤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을 때의 꿈이다.
꽃가마를 타고 저승엘 간다. 길이 좁아서 가마에서 내려 걸었다. 산이 병풍같이 길 옆으로 깎여 있고, 마을이 여기저기 있다. 모두 나무로 된 집이다.
이빨이 크게 입 밖으로 나온 할머니가 나타나더니 마음에 드는 집을 골라서 여기서 살라고 한다. 이런 집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더니, 그 할머니가 욕심이 많으면 안 된다고 꾸지람을 한다.
그러면서 강아지 두 마리를 갖다 놓더니 어떤 것이 좋으냐, 마음에 드는 것을 가지라고 한다. 두 마리 다 갖겠다고 하니까 또 욕심이 많다고 꾸지람이다. 하나만 가지라고 흰 강아지를 주는데, 검은 강아지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강아지에게는 무엇을 먹이느냐고 했더니 먹이를 안 주어도 된다고 하면서 365일 잘 보살펴 주라고만 한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것은 강아지 얼굴을 자세히 보니 몸뚱이는 강아지인데 예쁜 어린이의 얼굴이었다. 세 살에 죽은 그녀의 동생의 얼굴이었다. 가슴에 품었던 강아지가 떨어져 달아나는 바람에 깜짝 놀라 깨었다.
흰 강아지는 죽은 동생인데 살결이 무척 희어 흰 강아지로 나타나고, 검은 강아지는 죽은 조카인데, 그 어린이는 얼굴이 검은 편이다.
저승에서 어린이들이 강아지로 변신된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가슴에서 강아지가 떨어졌다는 것은 아우와의 이별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녀의 꿈에서 말은 죽은 아버지를 상징하고 있다. 아버지의 얼굴이 말과 같이 긴 말상이었다.
그녀는 주로 신당에서 기도를 할 때 계시를 받는다고 한다.
기도 중 갑자기 고속도로가 나타나더니 길이 흔들리고 끊어지고 하는 환상이 나타났는데, 다음날 고속도로에서 큰 참변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기도 중 느닷없이 어느 요직에 있는 분의 이름이 보이며, 그분이 장관이 된다는 계시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전화번호부에서 그분의 이름을 찾아내어 그 부인에게 남편이 곧 장관으로 승진될 것이라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실제로 그 분이 장관이 되었다고 한다.
대개 기도를 하면 밤일 때에는 다음날 올 손님, 아침일 때에는 그 날 올 손님의 환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기도를 거의 마칠 때 갑자기 뚱뚱한 여자가 환상으로 나타난다. 그 뚱뚱한 여인이 어디를 함께 좀 가 달라고 한다. 그래서 베이지색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가자고 해서 비행장 계단을 올라가는데 미끄러워서 계단을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없이 돌와와서 열차를 타고 갔다. 정거장에 내리니 베이지색 차가 대기하고 있어 다시 그 차를 타고 뚱뚱한 여자네 집엘 갔다. 360평이나 되는 집인데 큰 연못이 그 가운데에 있었다. 남쪽 채에는 남편의 첩이 있는 방이 있었다. 그녀가 그 방에 들어가 보려고 하자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만약 들어가면 죽기 때문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기도 중에 얻은 환상의 이야기인데 다음날 실제로 기도 중에 나타났던 뚱뚱한 여인이 왔다.
그분이 부산에서 온 분이다. 이야기인즉 기도 중에 나타난 사실과 거의 같았다. 부산에 가 보기로 했다. 비행기를 타려고 했지만 바람이 너무 세어 뜰 수가 없어서 밤 열차를 타고 내려갔다. 부산 정거장에 내리자 기도중에 본 베이지색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뚱뚱한 여인네 집에 이르렀다. 동백장이라는 호텔이었다. 그 호텔에 연못이 있었다. 연못가에 별채가 있었는데 그게 부인의 방이었다.
그 방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있는데 연못에서 360명이나 되는 귀신이 나오는 것이었다. 모두 예쁜 치마 저고리를 입은 여자지만 험상궂게 생긴 여자들이 많이 죽었을 거라고 한다.
그 방에서 기도를 하는데 남편이 몰래 사귀는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굴이 동글고 나이는 23세였다.
그러한 인상의 여자를 호텔 안에서 잡아내었더니 바로 남편의 첩이었다.
그 후 그 집에서는 연못에 계절마다 고사를 지냈다. 그런 후로는 남편이 바람을 안 피우게 되고 가정이 화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기도 중에 나타난 환상적인 이야기와 현실적인 면이 일치하는 이야기라 하겠다.
그녀가 산에서 기도할 때다. 산에서 기도할 때에는 항상 산꼭대기로 올라가고 있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힘이 들어 고생하면서도 계속 오른다. 그런데도 산길은 끝이 없다. 아무리 걸어도 3분의 1가량밖에 못 올라간 기분이다. 그 꼭대기에는 꼭 낙원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꼭대기를 쳐다보면 무지갯빛이 서리고 번갯불이 번쩍거리고, 고목에서 꽃이 핀 게 보이고, 아름다운 신의 음악이 들린다.
집에서 기도를 할 때에는 산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들판을 걷기도 하는데, 산에서 기도를 할 때에는 계속 산을 오르게 된다.
산을 오르다 보면 신들은 한 발자국에 산꼭대기에 오른다. 신의 손은 아주 크고 날개가 달려 있다. 어떤 때는 신들이 새 같이 날아서 산꼭대기에 이른다.
산꼭대기에는 사람 형상을 한 둥근 불덩어리가 있고, 불덩어리가 불을 뚝뚝 떨어뜨리며 웃음을 띠고 다니는데 이게 해의 신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이렇듯 산 기도를 하고 나면 1년 가까이 머리가 맑아지고 깨끗해 진다.
어째서 그렇게도 열심히 올라갔는데 3분의 1밖에 오르지 못했느냐고 했더니, 그녀는 아직도 산에 가까워질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열심히 기도를 더 드려야겠다고 한다. 결국 산꼭대기에 낙원이 있다는 것은 산신숭배 사상이 천신숭배 사상에서 분화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예증이라 하겠다.
또 어떤 때는 산 위에 왕관을 쓴 별들이 3, 5, 7, 9의 수로 각각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계속 별들도 어딘가 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녀가 29세 때 밤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을 때의 꿈이다.
깊은 계곡 사이로 정자가 하나씩 있다. 건너편 정자를 가면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계곡을 건너야 된다. 계곡을 굽어보니 깊은 계곡 밑으로 떨어지는 이가 있고, 건너려다가 무서워 그냥 돌아가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꼭 건너야만 했다. 이때 건너편에 비가 쏟아지더니 이쪽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누가 대나무 우산을 주면서 이것을 받고 건너가라고 한다. 발을 옮겨 보니까 다리가 흔들흔들해서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이때 건너편에서 명주폭과 같은 빛이 발이 있는 쪽을 비추더니 사라졌다. 빛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다 보니 건너편에 그 빛이 가득하다. 그 빛을 찾아보기 위해 죽어도 건너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넜다. 건너서자 이 세상에서는 불 수 없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들이 있다. 아름다운 무지갯빛이 서리고, 새가 날고 나비들이 날고 있어 꿈속 그대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달콤한 사랑의 기분을 안겨 줬다. 조금 걸어가자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어머니에게 피해를 준 여자였고, 한 사람은 산에서 기도를 할 때에 도와준 노인이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찾았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었다고 하자 저승에 먼저 왔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오시면 있을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그 여자는 계속 김밥을 싸고 있었다. 누가 먹을 것도 아닌데 김밥을 계속 싸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밥이 아니고 톱밥을 김에 싸고 있었다. 그런데 손을 보니 피가 맺혀 있었다. 저승에 와서 바느질 하느라고 손에 피가 맺혔다고 한다. 그녀는 살아 있을 때 포주를 했고, 어머니에게 돈을 꿔가고는 갚지 않아 어머니가 찾으려고 무진애를 썼던 여자다. 그 여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몰랐었는데, 저승에 온 것을 보니 죽은 것이라고 여겼는데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실제로 죽었다고 한다.
기도를 할 때 도와준 노인도 나뭇잎으로 만든 부채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여기는 왜 왔느냐고 하면서 시간이 늦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으니 어서 나갈 채비를 하라고 하며 통행의 표지로 '천지' 라고 쓴 엽전을 주었다. 만약 조금 늦었더라도 엽전을 보이면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엽전은 남에게 보이지 말고, 빼앗기지 말고 가슴에 잘 간직하고 나가라고 한다. 그것을 품에 품고 나오는데 발이 달리 큰 나무가 걸어다니는 게 보인다. 그 발 소리가 마치 목탁소리와 같이 울렸다. 그 나무를 보고 '관세음 보살!' 했더니, 나는 관세음 보살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무엇이냐고 했더니, 그것은 알 필요가 없다고 하며, 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왔느냐고 묻는다.
글쎄 잘 모르지만 여러 사람을 부리기 때문에 낟알인 쌀을 허비한 것도 죄가 된다고 했다. 쌀 한 알에 농민의 정성이 일곱 근 반이 들었으니 소중히 하라고 하며, 그러한 죄를 깨달았으니 앞으로 3년 간은 조그만 죄도 짓지 않을 것이라 한다.
좋은 일을 했다면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세 가지인데, 첫째는 항상 대문을 열어 놓아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쉬어서 가고, 물 마시고 가게 하고 동냥을 오면 정성껏 도와주었다고 하니까 그것 참 좋은 일을 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 고아원 어린이나 양로원 노인들에게 명절 때 양말을 사다 주었다고 하자, 그것도 참 좋은 일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는 기도를 많이 했다고 하자. 장부에 마름모 표를 하면서 이 표가 완전히 둥그렇게 될 때까지 좋은 일을 하고 더욱 기도를 하라고 하였다.
저승세계는 집이 크게 셋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계곡 근처는 있는 집에 둘레에 가시나무가 있는데, 이승에서 나쁜 짓을 한 사람이 걷혀 있는 곳이다.
또 한쪽 집은 환한데, 그 집에서는 바느질을 하고 밥을 짓고 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입히고 먹일 것이라고 한다.
꽃에 싸여 있는 기와집은 장부와 붓 등이 있는데,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도하고 아울러 저승에 온 사람들을 심판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집들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에 어느덧 계곡에 이르렀다. 계곡을 건너야 이승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올 때는 그렇게 험하고 깊었던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허리에 차는 물을 건너 이승에 발을 디디자 꿈이 깨었다.
물에서 기도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를 타고 들어가서 하거나 호숫가이거나 바닷가에서 하게 된다.
물에서 기도를 할 때 기도가 제대로 되면 거북의 등을 타고 물 속으로 한참 가면 하늘의 중간쯤 되는 곳이라고 여겨지는데, 거기에 유리같이 투명하고 화려한 궁전이 보인다. 진주 같은 보석으로 장식된 깨끗한 궁전이다.
여신만 보이고 남신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여신들은 모두 합장을 하고 걷고 있다. 모두 20대, 30대뿐이고 노인이 없다. 용왕님도 30대다. 얼굴은 모두 긴 편이다. 밑으로 밑으로 한없이 내려간다. 열두 개의 문을 거쳐 맨 밑에 이르면 거기에 용왕님 계신데 여신이다. 상어의 뼈를 만든 흰 의자에 앉아 있는데 상체는 사람이지만 하체는 잉어다
용궁에서 여신들은 보석을 나르는 일과 잔치하며 즐겁게 노는 일을 주로 한다. 서로 보석을 주고받고 장식하는 게 용궁 안에서의 중요한 일과이다. 여기저기 보석함이 그득하고 보석들은 모두 흰빛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왕은 여자이고 나이가 30대가 하는데, 세 살 때 죽은 그녀의 동생의 지금 살아 있으면 30대가 된다는 것과 연결된다고 하겠다. 용왕의 얼굴은 죽은 동생의 얼굴 그대로이다.
기도를 하게 되면 이러한 세계를 구경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데 이는 신이 그 기도에 대한 상으로 베푸는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신은 그녀 자신의 것을 기원 할 때는 들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내로서 가정생활을 여자답게 할 수 있도록 빌지만, 신은 이러한 것을 들어 주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무녀들이 가정생활에 즐거움을 느끼면 신과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냐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이 평안하고 흐뭇한 상태에서는 신을 찾지 않게 된다고 한다.
나비 소녀가 아닌 다른 무녀에게 왜 기도를 하느냐고 했더니, 정신통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허전하고, 괜히 슬플 때에는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는데, 기도를 하면 그러한 불안한 것들이 말끔히 가셔진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몸이 갑자기 으쓱하고 춥고 찬바람이 돌거나, 환상으로 촛불이 쫙 켜 있는 게 보일 때 기도를 한다고 했다. 촛불이 쫙 켜 있는 환상을 보고 기도를 하면 중요한 공수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그녀는 신당에서 기도할 때에는 무척 아늑한 마음이 되어 의지가 된다고 하며 손님 중에 어려운 일이 비교적 잘 풀려지게 된다고 한다. 이 무녀에게는 계시가 모두 눈에 스치는 환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산에서 기도할 때에는 무녀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을 때 하거나 손님 중 위대한 사람이 있어 대명을 요할 때라고 하며 산에서 기도할 때에는 정신통일이 빨리 된다고 한다.
기도를 할 때 찬바람이 스치거나 바람이 몹시 불어오는 경우는 손님의 사업이 불길하고, 잘될 때에는 꽃이 피어 있는 게 보이고, 잔칫상이 보이고, 아름다운 음식이 보이고, 웃음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맑게 보이고, 밝은 옷을 입었을 때에는 길하다고 한다.
사람이 죽을 때에는 나무가 부러지거나 깨지거나 하는 소리, 또는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앓는 경우는 약단지가 보이고, 약내가 스치고, 약첩이 보인다. 물가에서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할 때에는 액운이 사라지고 좋아질 징조라고 한다.
이 무녀는 낮 기도보다 밤에 기도하는 게 더 좋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신은 낮보다 조용한 밤을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신은 자연 그대로를 좋아해서 푸른 동산이나 냇가, 더구나 이슬이 내릴 때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에서 밤 기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녀는 늘 기도하며 그 기도가 이루어질 때 우선 알알이 달린 사과나무가 쫙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과나무에 입이 뾰족한 새가 나타난다. 그 사과나무 아래로 맑은 물이 있고, 그 안에는 물고기가 세 마리 있다.
새가 그 아래 물을 세 번 찍어 먹으면 그 새가 승복을 입은 대사로 변하여 무녀가 소원하는 것은 그분이 다 들어 준다고 한다.
이러한 두 분의 말을 종합해 볼 때 기도는 마음이 평안할 때는 하지 않게 되고, 마음이 불안하고, 슬프고, 괴롭고, 외로울 때 하게 된다. 기도를 하게 되면 이러한 것들이 말끔히 가셔지고 황홀경에 도달하고, 이 세상에서 누리고 겪지 못하는 좋은 체험을 하고 신의 세계에서 사랑을 누리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면에서 종교란 외롭고, 괴롭고, 아프고, 불안한 사람들의 안식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을 주관적인 환상의 세계에서 해소한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