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17)은 동행을 구해 조금 멀리 양구에 있는 제법 큰 사명산에 갔다. 겨울이 그 답지않게 봄날 같아 산에 다니기는 좋건만 안개가 霧眞長하니 조망은 꽝이다. 오항리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추곡약수터에 내려 약수 한 모금 하고 오른다. 四明山(1,198m)은 양구읍과 화천군 간동면, 춘천시 북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고 오르면 사방으로 4개군(양구, 화천, 인제, 춘천)이 샅샅이 내려보인다 해서 산 이름을 사명산이라고 한단다.
언젠가 여름휴가를 갔다가 속초에서 오는 길이 주차장으로 변해 양구로 돌아오다가 잠시 들렀다가 식당에서 약수로 지었다는 파란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 추곡약수터다.
약수터 바로 위에 들머리를 찾아 가파르게 오르다 지능선을 잡는다.
잡힌 능선도 녹녹치 않아 30여분 할딱이다 보면 본능선이 잡히고 완만히 허락한다.
리본들이 환영을 하듯 너플거린다.
산에서 막막하게 헤매다 발견한 리본은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
잠시 숨을 고르며 두리번거리니 온통 참나무다..그뿐인가!
올려 본 참나무들은 겨우살이로-뻥 조금 섞어서-가지가 휠 정도다.
차라리 청포도나무라고 해도 될 듯싶다.......
그런데 무지막지 담대한 꾼들은 슬금슬금 톱질하세도 아니고
전기톱으로 베어 젖혀 참나무가 즐비하게 쓰러져 있기도 하다.
돈으로 환산되는 가치 앞에 도벌된 자연은 무력하기만하다.
사명산 겨우살이들은 겨우 살고 있었다.
육산이라 능선이 아자기하거나 조망이 좋은 암릉이 있거나 골짜기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등산로따라 편안히 걷다가 문바위봉에 이른다.
동서 양쪽으로 약 10여미터 간격을 두고 깎아지른 듯 커다란 바위봉 두 개가 자리 잡고 있는데 등산로는 바위사이를 통과하거나 서쪽바위를 돌아가게 되어있다.
동쪽바위 위에는 칠층석탑이 있는데, 소양호의 전망이 절경이라 아마도 그 조망에 반해서 어느 佛子가 세워 놓은 듯하다.
동쪽바위에서 서쪽바위로 통나무를 엮어 만든 출렁다리다.
너무 오래되어 통과는 위험하고 동쪽바위를 내려와 서쪽바위에 올라서면 된다.
서쪽바위에 오르면 이번에는 파라호 전경이 보이는데 안개는 아직도 걷히지 않았다.
암릉지대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잠시 친구하잔다....
조망 좋은 곳에서 한참을 쉬고 992봉을 향해 5분정도 오르니 정말 대단한 해주최씨 묘가 나온다. 이렇게 높은 곳에 조상을 모신 이유는 모르겠지만 과객이 명복을 빌며 지난다.
992봉에 이르면 능선길이 갈라지고 우측(동북 방향)의 능선 길을 따라 내려서면
용수암으로 내려설 수 있고 양구읍 웅진리가 나오는데 해발 500m까지 차로 오를 수 있어
대부분 이 곳에서 사명산을 오른다 한다.
한시간정도 오르면 1162봉인데 이곳에 이르러서야 다시 운무 위로 구절양장인 능선이나마 조망할 수 있고 잠시 후 정상(1198m)엔 군용기상장비 설치지역임을 알리는 경고판과 함께 철망이 드리워져있다.
동쪽 양구 방향 두리번...
이때 서북쪽 춘천방향에 엄청나게 큰 검은 새가 비행을 한다.
어릴 때 같으면 무조건 독수리라 했을텐데 지금이라고 뾰족이 알 방법은 없고 매일지도 모른다.... 날개짓도 없이 한참을 펴고 허공에 큰 원을 그리듯 하다가
갑자기 휘돌아 차고 오르듯 솟구치다 뚝 떨어져 유연히 회전하는 지상 최고의 에어쇼..
어느 인공의 비행기가 이를 흉내 낼수 있겠는가!
오르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건 운동장을 맴도는 달리기와 비슷해 하고 싶지 않은 짓...
죽엽산을 보고 무조건 길 없는 능선을 차고 내려가다가 바위에 뿌리를 내린 의연한 나무를 한 컷... 새삼 자연의 위대함과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다.
화천군 간동면에 있는 운수골이란 마을로 내려오다가 뒤돌아 본 사명산은 의연함 그대로였다.
마을에서 바라본 죽엽산 너머에 해가 있었고 오르기를 다음으로 미루고
운수현을 한 시간 동안 넘어 추곡터널이 보이는 마을 어귀 버스정류장에서
하루에 네 번 있는 춘천 행 시내버스를 잡을 수 있었다.
십 수년전 한 직장에서 만난 인연을 아직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
오늘의 동행이 되어줘 오랜만에 외롭지 않고 여유 있는 산행이었고.
첫댓글 멋진 벗과 함께할수 잇는 산행이라 즐거웠으리라 생각되내요! 그기분 혼자 생각 합니다.
아직 가본적이 없는데..가보고 싶어지는데요~~^^~~
함께 할수 있단거는 참 좋은거 같애요 ...
길을 잃으셨던가 봅니다 운수골에서 운수현 넘기 만만치 않지요 오랫만에 돌탑과 출렁다리는 여전하군요 수고하셨읍니다
파란 밥 먹고 싶다. 나물도 맛났었는데. 그림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