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념품 "광우병"
이명박 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하시는 중에 결국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미국 축산업계 여러분에게 안겨주셨다. 뭐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육질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호주나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먹는 것보다는 육질이 탁월한 미국산을 먹는 것이 우리의 입맛에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입이 즐겁고 몸은 별로 즐겁지 못한 것은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자..먼저 쇠고기의 맛이 국가별, 혹은 품종별로 왜 다른지를 먼저 살펴보자.
쇠고기의 지방산 중 단일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올레인산]은 쇠고기 맛을 좌우하는 요인으로서 그 함량이 많으면 기호성이 높고 그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기호성이 떨어지게 된다.
한우고기에는 올레인산의 함량이 서양소에 비해 높으며, 쇠고기 내에 지방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든가, 쇠고기내의 지방량이 많고 적다든가 등의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쇠고기를 구성하고 있는 지방성분 중 올레인산의 조성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즉 고기의 질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한우고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한우의 품질이 우수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단 한우와 일본産 화우가 차이가 나는 것은 비육의 과정에서 나오는 차이라서 그다지 의미있는 것은 못된다.(일본 축산업계가 소를 잘 키우기는 잘 키운다.)
< 원산지별 쇠고기 등심의 근내지방 중 올레인산 함량비교 >
구 성 분 |
쇠고기의 원산지별 |
지방산 중 올레인산 함량 (%) |
한우 (한국) |
젖소 (한국) |
화우 (일본) |
미국산 |
호주산 |
뉴질랜드산 |
48.0 |
27.0 |
50.2 |
42.5 |
31.6 |
31.0 | |
"광우병 원인물질은 단백질의 형태이기 때문에 익혀도 파괴되지 않고, 아주 약간만 소비해도 몸에 전이되고, 일단 전이되면 잠복기간이 10년에서 20년 된다."
우리나라는 드물게 OECD국가 중에서 광우병 미발생 국가로 광우병에 대해서는 이른바 '제로 리스크'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면적인 수입개방은 그야말로 국민 여러분들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으로 밀어내는 꼴이라 염려스럽다.
우리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명분아래 자국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쇠고기 이전에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된다. 이른바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만행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미국산 쇠고기는 ‘30개월 미만 살코기’만 수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LA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 수입도 가능해진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연령 제한의 경우 미국 측의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조치’ 선언 시점에 제한을 풀기로 했다.
그러나 이 '동물성 사료금지 강화조치' 라는 것이 어떤 특별한 규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미국 축산업계가 왜 엄청난 추가비용이 드는 동물사료금지라는 선언을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더욱 답답하다. 게다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중단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우리 정부가 미국 축산업계의 로비스트인지 대한민국의 정부인지 구별 할 수 없게 되었다.
OIE 지침은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없으며, 수입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권리로서 보장한 8단계의 ‘수입위험 평가’를 거쳐 이 결과를 토대로 수출국과 쇠고기 수입 기준을 협의해 결정할 권리가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지침만을 근거로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이름의 형식을 거쳤을 뿐이다. 참고로 중국이나 대만, 홍콩 일본등은 전혀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을 풀지 않고 있다.
OIE가 미국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국의 배짱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실제로 광우병에 대해서도 미국은 광우병 발생국가의 축산물이 미국내로 반입되는 것을 금지하고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축산물에 대해서는 발생지역이 아니면 수출할 수 있는 규정등을 OIE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통과시킨 바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연령기준을 20개월로 규정한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광우병이 20개월 미만의 소에서 발병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고, 미국정부가 공인한 쇠고기가 홍콩등지에서 광우병을 일으킨 것은 그것이 전혀 미국 정부당국의 장담과 관계없다는 사실이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 미국 쇠고기는 수입금지 대상이 됐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그랬다. 일본은 2004년 일본과 미국 양국의 전문가들과 당국자들로 작업반을 구성해 미국의 광우병 관리 실태를 조사했다. 이 작업반이 그 해 6월 발간한 보고서는 미국의 광우병 검사와 위험부위 제거 방법 및 위험사료 통제 방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 얼마전까지의 한·일 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규정
이에 따라 미국은 소의 '생리학적 성숙도'를 근거로 미국 소의 월령(생후 몇 개월인지의 숫자)을 판단하는 연구를 진행해 그 연구의 결과물을 일본에 제출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으로 수출할 쇠고기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담보 정책 프로그램(USDA Export Verification Program Specified Product Requirements for Beef-Japan, 약칭 Japan EV Program)'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토대로 일본의 식품안전위원회는 정부 당국자가 일본 각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의 '의견 교환회'를 개최했다. 2005년 12월 마침내 일본은 미국이 'Japan EV Program'을 정확히 시행하는 조건으로 20개월령 이하 미국소의 근육살(muscle cuts), 잡육살(trimmings), 내장(offal)에 대한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 대신 등뼈와 같은 특정위험부위(SRM)의 수입은 금지했다.
이같은 수입위생조건은 30개월령 이하의 '뼈를 제거한 골격 근육살(deboned skeletal muscle meat)'이 안전하다고 평가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Terrestrial Animal Health Code 2.3.13.1.조)보다 더 엄격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6년 1월 일본에 도착한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자 일본은 발칵 뒤집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은 다시 금지됐다. 미국은 2006년 6월 'Japan EV Program'이 빈틈없이 시행되도록 특별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일본에 해줘야 했다. 이 약속에는 일본으로 수출될 쇠고기 도축장으로 하여금 '수출 허용 부위 목록' 매뉴얼을 도입하도록 하고, 도축 인부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의 식탁은 광우병에 취약하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광우병 미발생 국가이며, 소고기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식습관은 고기를 직접 먹는 것이 아니라 끓여서 먹는 방식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음식을 보면 적은 양으로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거나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음식류가 대부분이다.
양지머리나 아롱사태를 이용해서 국을 끓이게 되는데 고기를 오랫동안 푹 고아서 국물을 내게 된다. 국물의 양이 많아지고 여럿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스테이크등에 비해서 저비용 고효율의 식습관이다.
소뼈를 먹는 방식은 더욱 효율적인 방식이다. 뼈를 고아서 먹는 식습관도 세계적으로 그다지 흔한 방식이 아닌데 우리나라는 이 곰탕이 보편적으로 진행되는 식습관의 나라다.
실제 뼈에는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과 콘드로이친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동물성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널리 이용되는 식습관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식습관이 얼마나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살벌한 노출이 되는지 심각하게 고려할 일이다.
광우병 원인물질은 단백질의 형태이기 때문에 익혀도 파괴되지 않고, 아주 약간만 소비해도 몸에 전이되고, 일단 전이되면 잠복기간이 10년에서 20년 된다. 한 숟가락만 먹어도 치명적인 위험이 있다는 말이고, 일단 발병하면 현재로서는 사망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가 일반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가정에 공급된다면 광우병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겠지만(관리가 발병을 막을 수는 없다) 현재의 식습관과 음식점등에 대한 여러 상황들을 고려할때 전혀 관리가 불가능한 것이다.
캐나다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미국으로 수입되자 미국 축산업계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30개월 이상 캐나다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