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타작을 하였다 /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 콩 잡아라, 콩 잡아라 / 콩 잡으러 가는데 / 어~ 어~ 어~, 저 콩 좀 봐라 / 쥐구멍으로 쏙 들어갔네 /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시인의 ‘콩 너는 죽었다’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겨운 시다. 콩이 시의 소재로까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콩이 그만큼 우리네 식생활과 가깝다는 말이다. 콩! 콩을 빼놓는다면 우리 밥상은 썰렁 그 자체가 될 것은 뻔한 얘기다. 그렇지만 된장이나 청국장, 콩비지, 두부 등 콩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 종류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콩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에 전통 먹거리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풍조가 깊게 뿌리 내렸기 때문.
하지만 다행스러운 일은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웰빙 열풍 덕에 콩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생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육식을 대체할 수도 있거니와 8가지 필수 아미노산에 칼슘, 마그네슘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완전식품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자리한 ‘고모네 원조 콩탕’은 콩의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두부나 콩비지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 곳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기존의 콩 요리와는 크게 차별화된다. 먼저 콩탕의 경우 8시간 이상 불린 콩을 껍질 채 맷돌에 곱게 간다. 수프처럼 부드러워 식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제공된다. 느릅나무 삶은 물에 갈은 콩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미역 튀김과 함께 내는데, 기본적으로 간이 살짝 되어 있지만 기호에 따라 미역 튀김을 넣으면서 간을 조절하면 된다.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게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환자식으로도 그만이다. 콩탕 한 그릇 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든든하다.
콩탕 외에도 포두부라는 메뉴가 독특하다. 이 집 주인인 이종희 사장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두부는 두부인데 종이처럼 얇다. 모두부와는 달리 마치 포를 뜬 것처럼 얇아 이름이 포두부다. 먹는 방법도 다르다. 새콤달콤하게 버무려 나오는 야채 무침을 이 포두부에 싸서 먹는 것. 함께 나오는 돼지고기와 먹으면 마치 보쌈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모든 음식은 유기그릇에 담겨져 나와 쉽게 식지 않고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콩을 재료로 하는 음식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질 좋은 콩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 집의 콩은 모두 경기도 연천의 비무장 지대에서 재배되는 것들. ‘콩 연구회’라는 단체를 통해 매년 작황 상태를 체크한 후, 최상품의 콩을 주문해 항상 일정한 품질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www.gomone.com 02-485-4675
* 메뉴 : 포두부쌈 15,000(중)~25,000원(대), 두부황태탕 8,000원(1인분)~32,000원(4인분), 두부황태찜 25,000원, 황태구이 15,000원(중)~25,000원(대), 콩탕만 주문할 경우 8,000원.
* 찾아 가는 길 : 지하철 5호선 둔촌역 4번 출구. 건널목 건너 우리은행 바로 뒷 골목에 위치.
* 영업 시간 : 오전 10시 ~ 밤 10시. 추석, 구정 당일만 휴무.
|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