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맑음(풍산읍 시외버스 정류장 ~ 안동역)
상쾌한 가을 날씨
도보여행엔 안성 맞춤인 계절이다.
지방도가 끝나고 이제는 4차선 국도 구간이어서 원위치 할 때의 차편걱정이 줄어 든다.
안동역에 도착, 컨디션은 한 시간 정도 더 걸을 만 하지만 시간 때문에 종료하고 시내버스 편으로 풍산으로 되돌아갔다.
넓은 들판의 벼가 황금빛으로 보기가 흐믓하다

목적지 영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한가한 길, 마음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니, 간고등어 묵어봤나?
10월 27일 안개후 맑음(안동역 ~ 안동시 임동면 버스정류장)
안개 짙은 가을 날씨로 도보여행엔 안성맞춤이다. 시내통과 부분은 인도로 갔으나 시내구간 끝나고 안동대학교 인근은 2차선 국도인데 이제까지의 도보 여행 중 최악의 조건이다. 대형 트레일러를 포함해서 엄청나게 많은 차량에 갓길은 거의 없어서 조심스레 이동하였다.
35번 국도와 갈림길에서부터 차량이 줄고 갓길도 조금 나아짐졌다. 새벽 5시30분에 아침을 먹은 관계로 배가 고파 10시 50분에 국도변 휴게소에서 간고등어 정식으로 이른 점심을 하였다.
천전리 도착, 처음에는 여기까지만 하려고 하였으나 상당히 빨리 왔고 컨디션도 좋아 더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즈음부터 안개가 걷히고 최상의 맑은 가을 날씨에 차량도 아주 적고 갓길도 한 쪽은 여유가 있어 즐기며 여행을 하였다.
호수와 아직 많이 이쁜 것은 아니지만 단풍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목적지 임동에 도착하였다.

요즈음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대세인 듯

나는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닙니다. 저 녀석이 있기에
너무 색이 좋았는데, 사진 실력이 없어서
11월 4일 맑음(안동시 임동면 버스정류장 ~ 청송군 진보면 월전삼거리)
임하호를 가끔 만나며 걷는 길은 마음이 편하다.
가랫재 오르막 갓길에 공사 중이라 불편하였다
월전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이 장소는 80년대 말에 우리 가족과 종갑이네 가족이 함께 여행 중에 내가 과속으로 딱지를 떼인 인연이 있는 삼거리다. 검문소 경찰에게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태워달라고 부탁하였으나(처음에는 내가 힛치하는 것도 쑥스러웠으나, 여러 번 하다보니 이제는 경찰에게도 힛치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곤란하다고 거절하여 1시간 정도 기다려 노선버스를 타고 출발지로 되돌아 왔다.

길 가의 멋진 카페, 혼자일지라도 커피 한 잔하려했으나 아직 영업을 안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읍니다

만추
노을을 바라보는 마음이 이전 같지 않습니다.
11월 20일 맑음(청송군 진보면 월전삼거리 ~ 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월전삼거리에서 출발하여 신천 약수에 도착하여 점심을 하려하였으나 온통 닭 관련 음식이고 1인분은 안된다고 하여 할 수 없이 수퍼에서 빵1개로 우선 허기를 때우고 약수 한 컵 먹고 출발하였다.
황장재 정상의 휴게소에서 라면과 아이스크림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어 빠르게 진행하였다.
지나가는 노선버스가 거의 없어 다소 걱정하면서 3시 45분 수암리 도착하였으나 5분전 직행버스가 통과하였다고 한다. 힛치를 시도하기로 하고, 1시간 이상 지나가는 차에 손을 들었으나 실패하고, 마지막에 코란도를 히치하여 신천까지 가는데, 이 코란도 아저씨는 우리나이 또래인데 얼마나 과격하게 운전을 하는지, 차가 쓰러질까 걱정될 정도로 고개를 사정없이 커브를 틀어가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데 차 탄 것을 엄청 후회하였다. 차라리 걸을 것을…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는 감사하고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인간이 간사한지, 나만 간사한지)

신천 약수

역시 시골학교는 문화공간으로 변모

영덕군으로 진입, 대게가 반기누나
충주호의 새벽 물안개
여기서 경험으로 얻은 힛치 테크닉을 써보면
1. 승용차 보다는 승합차나 트럭
2. 4차선 대로 보다는 2차선 도로
3. 4거리 에서는 신호등 지나서 보다는 신호등 건너기 전의 신호 대기 중 차량
4. 단정하고 겸손한 태도(선그래스 및 모자는 벗는 것이 좋다)
5. 웃는 얼굴
11월 26일 맑음(영덕군 지품면 수암리 ~ 영덕읍 입구 사거리)
이제 마지막 1코스만 남은 날 이다
오늘은 친구들이 포항으로 와 준다고 하였기에 시외버스를 타고 간다.
동부터미널에서 8시 차를 타고 안동까지 가는데 생각보다 차비가 비싸다
안동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시골길에는 식사할 데가 마땅하지 않아 잘못하면 배를 곯을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동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인 수암리 까지 가는데 직행버스라 서지 않는 다고 하는 것을 사정사정하여 겨우 내렸다. 고발당하면 벌금을 문다고 한다.
오늘의 걷는 거리는 약 20㎞, 지난 여름 반창회에서 류성호가 포항부근에서는 같이 하자하여 조금만 걷고 내일 15㎞를 걸으려 하였으나 다른 친구들이 이의를 제기하여 그냥 오늘 20㎞ 내일 5.5㎞를 걷기로 한다.
이제까지의 여정을 생각하며 초겨울의 정취를 만끽하며 걷는데 복숭아 단지가 좌우로 눈에 많이 띠어, 봄에 사진 찍으러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난다.
도중에 울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상규와 통화도 하고 국도 변의 작은 폭포에서는 한적하게 다리도 쉰다. 멀리 영덕이 보이기 시작하고 해도 어느덧 뉘뉘뉘엿 기울고 있다.
드디어 사거리 도착, 승용차를 힛치하여 강구로 갔다. 이 느낌을 즐기며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서 차 한 잔하고 싶었으나 찻집은 없고 온통 대게를 파는 식당 들 뿐이다. 포항으로 가서 찜질방에서 휴식을 하다가 원경, 승용, 종갑이와 합류하여 늦은 저녁을 먹고 포항공대로 가서 류성호와 만나 포항공대 게스트하우스에서 맥주로 피로를 풀며 옛날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겨울에 시작해서 다시 겨울의 초입이 되었군요
이런 길도 있습니다.

저녁 때 멍텅구리 모두 만나서, 포항에서 꽤 유명한 집으로 가서 한 잔
포항공대로 가서 류성호에게 신세를 지고
11월 26일 맑음(영덕읍 입구 사거리 ~ 영덕읍 하저리 해안)
아침식사를 류성호 집에서 신세를 지고 어제의 도착지로 출발하여 남은 거리를 함께 걸었다. 고개를 넘으며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해바다가 보였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이라는 노래 이후에 동해바다는 젊은 시절의 우리가 좌절을 겪었을 때나, 우리가 무엇인가를 결정해야만 했을 때나, 무엇인가를 성취하였을 때에 우리가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또는 우리가 찾아가서 만나는 그러면서 우리의 모든 것을 받아주고 포용해주는 그런 바다였다. 그러기에 아마 나의 잠재의식에도 동해에서 서해가 아닌 서해에서 동해로 여행을 하고 싶었나 보다. 즉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에…
곧바로 바다에 발을 담갔다. 이로써 약 357.5㎞ 서해에서 동해까지의 나의 도보여행의 종착지에 도착한 것이다
11월의 바닷물에 발이 시원하다 못해 시리다.
다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더워오고 있다. 잔잔한 충만함이었다. 아마 이 느낌을 얻고 싶었었나 보다, 이 여행에서의 마지막 순간에 드는 이 느낌을…
임종갑이 눈물이 안 나오냐고 하는데 극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며 왔어야 눈물이 나오지, 즐거운 산책기분으로 유유자적하게 걸었는데 무슨 눈물이 날까.
어제 밤에 현수막 어쩌고 해서 헛소리하지 말라 했으나 성호가 컴퓨터로 뽑아 와서, 구경꾼도 없으니 창피할 것도 없기에 5명이 그냥 증명사진 몇 장 찍었다.
다시 강구로 가서 영덕대게에 소주 한 잔을 마셨다. 친구들이 다음에는 종단을 하라는 둥, 해안선 따라 일주를 하라는 둥 이러저러한 말들을 하였지만 생각은 없다. 포항에 성호를 내려주고는 대전으로 왔다.
거참 쑥스럽구만


최종 목적지인 영덕 하저리의 동해바다
대미는 역시, 대게와 축하주로 마무리
epilogue
1월 말에서 시작하여 우리의 강산을 4계절을 몸으로 충분히 음미하며 걷고 또 걸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친구들과 같이한 이번 도보 여행은 이제까지의 무수했던 여행과는 많이 달랐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것은 아마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라 할까.
이번 도보여행 중에 모르는 분들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노선버스가 두, 세 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있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힛치를 하였는데, 많은 실패도 하였지만 차를 흔쾌히 태워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는 나도 길가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꼭 태워드릴 생각이다. 여러분들도 넉넉한 마음을 베풀어주시면 하는 바람이다.
날씨 또한 너무 좋아, 이 역시 내가 복 받은 것 같다.
처음과 멀리까지 와서 마지막을 같이 해준 종갑, 승용, 원경, 성호도 고맙다. 고맙다, 친구들아
끝내고 나서 이제 누가 나에게
무슨 의미로, 무엇을 찾기 위해 왜 걸었냐고 물으면
그 옛날 학창시절에 배운 김상용 시인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의 싯귀에 있는 것 처럼, 웃지요로 대답하겠다.
같이 걸은 거리: 임종갑 83㎞
김원경 50㎞
장승용 30㎞
류성호 5.5㎞
글재주도 없으면서 친구들이 부추겨서
무식이 용맹이라고
그냥 올려보았습니다
허접한 글 읽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김 기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