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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퍼' '물퍼' 집사 부부, 그 사랑의 한 걸음으로" --이국환,
김진숙(관리집사)
재작년 추석 전 주일에 이집사는 “추석 쇠러 고향은 어디로 가세요?”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대답 후에
이집사에게 “집사님은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는데, “저희는 경동교회가 고향이지요.”라는 뜻밖의 답이 왔다. 부부가 늘 몸을 교회에 담아두고
열성을 쏟고 있는 우리교회 관리 집사--그들이 이국환(50세), 김진숙(44세) 집사이다.
우리교회와는 1992년 3월에 교회
관리직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서툴고 어려웠어요. 교회 구석구석 손이 안가는 데가 하나도 없어요. 관리
일이라는 것이 끝이 없는 일이고, 표시가 안 나는 일이어요.”
“힘들고 지칠 때에는 하나님께 기도를 통해 떼를 써보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하나님이 ‘내가 너희와 함께 한다’고 깨우쳐 주시며 꼭 안아주시는 느낌을 받아 다시 힘을 얻었어요.”라고
회상하였다.
관리 일은 마치 공기처럼 없어서도 안 되지만,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교회 지킴이는 출근시간도 없고
퇴근시간도 없는 일인데, 내집 일이라 생각하니 출퇴근이 없어도 마냥 즐겁다.”고 호쾌한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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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득 젊은 가수 WAX의 노래 ‘아줌마는 너무 힘들어/ 아줌마는 너무 외로워/ 그대 이름은 천사여’를 들려주고, 가사를 ‘관리집사는 너무
힘들어/ 너무 외로워/그대 이름은 천사여’ 라고 바꿔 불러주며, “딱들어 맞냐?‘고 했더니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밥퍼
목사’인 최일도 목사님(다일공동체)의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는 김집사는 “네 식구 밥밖에 못해본 제가 주일날마다 다섯 말
정도의 큰 밥을 지으면서는 가슴이 벅차다. 기쁜 맘으로 하면 일이 쉬워지고 밥도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 ‘내 밥, 내 식구 밥’이라는 생각을
하면 햇나물이나 햇곡식 한 가지라도 더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고 싶어진다. 교우들이 생명의 양식을 드시고 주님의 새 일을 위해 힘을 얻으실 것을
생각하면, 밥 짓고 밥 퍼주는 사랑이 그저 좋고 기쁘고 넉넉하고 즐겁기만 하다.”며 ‘밥퍼 집사’는 신바람이 나 있었다.
올해
유난스런 장마비에 교회 건물안에서 물을 많이 퍼냈다고 소문을 들어 “관리 집사 입장에서 무척이나 비가 원망스러워겠네요?”라고 물었더니, “우리
교회에는 비가 젤 조금 왔다.”고 겸손으로 말을 돌리면서도, “친교실과 집회실 등은 배가 떠다닐 정도로 ‘물바다’였다. 비가 오면 식구 모두가
물푸는 재미로 살았다. 최근에 교회안팎에 보완공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흘러들어온 물은 흘러나가도록 고쳤다. 앞으로는 물푸는 일이 좀
가벼워졌다.”고 ‘물퍼 집사’의 슬픔과 기쁨을 담담히 들려주었다.
자녀로 딸 지혜(상명대 만화학부 1년)와 아들 지헌(중 3년)을
두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수요예배의 맨 뒷자리에 엄마와 다정스럽게 앉아있던 모습이 퍽 아름다웠던 지혜는 만화학부 학생답게 집안에
‘웃음거리’를 끊이지 않게 하거니와, 주말이면 본당 의자를 닦는 일 등 엄마 아빠를 도우며 “주님이 기뻐하실 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가슴
뿌듯하다.”고 이쁜 재롱을 부린단다. 지헌은 선한이웃클리닉의 작은 일꾼으로 봉사한다. 일에 묻혀 사는 아빠, 엄마에게 “아이들이 어디로
추억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조르지 않느냐?”니까, “아이들이 제주도를 가고 싶다고 한다. 비행기를 한번 타고 싶은가 봐요.”라고 아쉬움 섞은
웃음을 보였다.
부부는 중매로 처음 만남부터 필(Feel, 신뢰감)이 맞아서 결혼을 했으며, 결혼은 순조로왔지만 이집사 하는 일마다
잘 안되어서 애태우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살면서, 부부가 서로에게 어떤 햇볕정책을 펴느냐?”고 물었다. “부부사이에는 끊임없이 사이좋게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가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며 산다.”고 소박한 행복론을 펼쳤다.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가 넘친다는
생각을 한다. 내 얼굴의 빛이 상대에게 즐거움이 되도록 노력하며 산다.” “잘 웃는 비결이야 따로 없으나, 옆에 부부가 있고, 주안에 자녀가
있고, 우리 교회인 좋은 집이 있고, 소중한 분들이 기도로 격려해 주시고, 유명한 목사님들 얼굴만 뵈어도 영광인데 그분들 가장 곁에 있으니, 이
모두가 미소를 샘솟게 한다.”고 늘 웃고 사는 까닭을 밝혔다.
가장 절박하게 기도를 했던 회억은 자녀가 아팠을 때, 큰 딸아이를
급성 백혈병으로 잃었을 때, ‘임신하면 자궁이 터져 죽는다’고 의사가 만류했는데도 ‘하나님이 아이를 주셨으니 낳는 것도 허락하여 주옵소서’하는
기도속에 아들 지헌이를 순산했을 때라고 손꼽았다.
“개인 경험으로는 교회안에 본당이 가장 좋은 기도터 인데, 길에서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골고다언덕’을 지나며 우리 교회는 전체가 좋은 기도터 이다.” “외람되이 교우들께 바라기는, 기도하는 자세로 교회에 들고
예배시간 전에 준비기도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교회 안팎의 봉사도 하는 분들만 할 것이 아니라, 잔치를 먹는 것보다 잔치를 함께
차리는 자세로 몸과 생명을 바쳐 봉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라고 초롱한 눈매를 반짝였다.
자신들이 ‘서울에서 제일 넓은 집,
제일 비싼 집을 갖고 산다’는 자부심을 엿보인 두 사람은 “살아있으매, 항상 즐겁고 하나님께 감사한다. 손가락을 다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요. 육신 자체가 하나님이 주신 엄청난 축복의 그릇이지요.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을 때에 충성되이 기쁘게 일해야지요.”--일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신앙세계는 오만하게 눈이 띄지 않으나 넓었다.
관리 집사의 삶의 키워드는 ‘일하는 기쁨’과 ‘감사’ 이다.
그들은 마치 겨울 강가의 나무처럼 외로워 보였는데, 정작 그들은 항상 따뜻한 가슴으로 손길로 봄씨앗을 품고 사는 우리 이웃의 큰 키 나무인
듯싶었다.
■ 글: 최 종 학 ■
사진: 심
정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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