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 그러나 그녀가 유일하게 기억 못하는 것은 요리의 레시피.
아니, 레시피의 절차는 다 기억하고는 있다. 그러나 대뇌의 기억과 손의 기억간의 딜레이는 무엇으로도 커버가 되지 않는다.
현명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번 디너가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님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일차적으로 느끼기에 현재 디너의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이쯤에서 상큼하게 여성이 나서서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필요도 있고, 비뚤어진 궤도를 정상선으로 올려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 또한 떠올랐다.
그러나 이차적으로는 지금까지 디너를 그렇게 이끌어온 남자들에게 심한 분노를 느끼며 여자의 원한이 담긴 요리를 먹여주고도 싶었다.
그렇게 과제선정에 고민을 거듭하여 무려 일주일이나 걸렸을 때 프레데리카 그린힐 부관으로부터 모두에게 장소과 시간이 전달되었다.
평소 온화하고 다정하고 나름대로 나긋나긋한 그린힐 부관의 형소 행적에 불확실한 기대감을 반정도 확신으로 교체한 함대원들이 도착한 곳은 작지만 깔끔한 닭집이었다.
실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닭 알러지나 특별하게 닭고기가 체내에서 세포와 융합되기를 거부하는 사람 아니고서야 닭고기를 못 먹는 사람은 없다.
다른 요리를 선택하여 못 먹는 사람이 나오거나 대중적인 메뉴를 선택하여 회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점을 감안한 그린힐 부관은 결국 가장 무난한 과제를 고른 것이다.
이제야말로 회식의 안전궤도를 탄 것인가….대원들은 화색을 표하며 자리에 앉았다.
모두를 자리에 안내한 그린힐 부관이 살포시 자리를 피해 카운터에 갔다 오는 것을 목격한 율리안은 희미하게 불안했지만, 튀기든 삶든 어차피 닭이니까라며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깨끗이 씻어 아삭거리는 식감을 유지시켜놓은 양상추와 당근, 오이, 새싹위에 뿌려진 키위드레싱. 간장과 물엿으로 자작자작 졸여 차갑게 식혀놓은 어묵조림. 바삭하고 달콤한 커피땅콩. 다시국물을 듬뿍 배어 오동통한 번데기.
거기에다 방금 튀긴 카레가루가 첨가되어 향긋한 모래집튀김에 시원한 생맥주가 나온 것만으로 그린힐 부관의 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쯤에서 가장 평범한 무엇인가를 꼬투리영감 양웬리는 깨달았지만 멤버들이 전채만으로도 이미 행복해하고 있었고 자신도 이 유능한 부관에게 반함현재진행형중인지라 굳이 따지고 넘어가지 않기로 했지만 15분후, 학생시절 기말고사를 칠 때 애매모호한 문제 다수.
그럴경우 2번이냐 3번이냐의 햄릿이 가진 고뇌를 느낄 때 처음 찍은 답이 정답이다라는 불변의 진리를 그제서야 깨달은 것을 통탄하며 부관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프레데리카 왜? 왜??!!
조금후의 사태가 예상이 되지 않는 것인가? 어찌 저리 태연하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맛있게 드십시오.- 라고 말할수 있는것인가.
각 테이블에 요리가 모두 서빙되었을 때 조금 의외이지만 수용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어쨌든 닭요리니까. 어찌됐든 닭맛이겠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의 아래로 빼꼼히 보이는 것은 빨간 소스가 잔뜩 뿌려진 닭요리였다.
올리비에 포플란이 운을 떼었다.
“언젠가 닭고기를 슬쩍 튀겨서 칠리와 케첩, 야채를 혼합한 소스를 뿌린 걸 먹었어. 아주 맛있었지. 이것두 같은 맥락인게야.”
-아니얏!
자네가 먹은 것은 칠리 치킨이라고, 이것의 어디가 그것의 사촌같아 보이냐고 아텐보로 중장이 악을 써댔지만 마음속의 소리를 그와 특별 정신 교감을 하지 않는 포플란이 알 턱이 없었다.
그때 마찬가지로 마음속에서 포플란의 시각인식의 둔함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양과 율리안이었다.
-닭찜이란걸 한번도 본적이 없는건가???!!!!!
처음부터 메뉴는 바꿀 수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주최자의 권한이므로.
짙은 붉은색과 강렬한 냄새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아직도 모두가 프레데리카에겐 호의적이었고 재료도 무난했으므로 그저 스파이시가 강렬할 뿐이라고 자작하며 포크와 젓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아텐보로 중장이 쾌활한 손놀림으로 닭다리를 하나 자신의 개인접시로 가져가 살을 발라내기 시작했다. 어찌 됐든 햄버거나 라면보다는 훨씬 –요리-다운 것이다.
뼈와 살 사이에서 주르륵 흐르는 육즙을 놓칠세라 추태를 떨지 마시라. 그것은 고기 내에도 듬뿍 배어 있으니. 적당히 소금간이 배어진 고기와 그 표면의 매콤한 양념, 뼈의 구수함이 혼합일체가 되어 어느 맛도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 마디로 표현할수 없는 복잡미묘한 맛에 반해버린 아텐보로는 순식간에 다리를 해치우고 공용집게로 당면을 가득 퍼왔다. 븕은 양념의 바다에 침식하여 투명한 몸뚱아리들을 서로 꼬고 있는 장면은 그 냄새와 더불어 식욕을 당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텐보로는 이미 양 부자(父子)와 함께 과거 이스터식 닭요리를 꽤 먹으러 다녔기에 아무 거리낌없이 젓가락으로 가득 집어올려 입속으로 쑤셔넣었다.
순간 이 청년의 얼굴에선 주근깨가 다 묻혀버릴 정도로 모세혈관들이 사력을 다해 탄력성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현상을 볼 수있었다.
쉽게 끊어져버려도 쉽게 재생이 가능한 모세혈관 따위가 자신의 내구도와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을 경험하는건 흔한 일이 아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숨겨놓은 빵점짜리 시험지가 적에게 발각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고백할 때등이 있겠지만 절단코 이 때만큼은 아니리라 단언한다.
아텐보로는 입속에서 바주카포가 한대 떨어져 사방팔방으로 불이 붙는 만화을 번개보다 빨리 머리속에 그려냈다. 탄환은 짠맛부위의 정중앙에 투하되어 그 표피가 파괴되어 순식간에 단맛과 신맛부위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어금니에 붙어있는 잇몸을 쿡쿡 찌르기 시작하더니 입천장으로 옮겨붙어 수습불가능이 되기 시작했다. 고기의 양에 비해 묻은 양념이 적은 닭다리에 비해 당면들은 한올 한올이 전체에 양념을 묻히고 있었던 것이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욱욱거리는 아텐보로를 보며 감격해서 울부짖을 정도로 맛이 있나….라고 생각한 센코프는 닭날개 하나를 덜어왔다.
“아-. 역시 각하. 놓쳐서는 안되는 부위입니까.”
너스레를 떠는 린츠에게 빙긋이 웃어보이며 그는 포크를 들었다.
“아니, 난 가슴살만 골라먹어도 하이네센에서 오딘까지 모든 여성들을 함락시킬 자신이 있다구. 그러니 이건 단순히 맛의 문제인거야. 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다시 살아갈 예정이지만 건강과 장수 어쩌구하며 퍽퍽하고 싱거운 것들을 먹고 사느니 야들하고 간이 듬뿍 배인것들을 먹으면서 즐기고 싶어.”
양손에 포크를 이용해 깔끔하게 살을 발라낸 센코프는 오돌뼈까지 꼭꼭 씹고 나서 다시 아텐보로를 바라본 눈동자에 연민의 색깔을 함뿍 담았다. 그리고는 이제 막 당근을 한점 집어넣으려는 린츠를 팔꿈치로 쿡 찌르더니 속삭이며 하는말이.
“오이, 린츠. 고기만 먹으라구. 우리는 이미 일터에서 충분히 인생의 극한을 겪고 있잖나.”
무슨 뜻인진 잘 모르겠지만 경애하는 상관이 충고하는 바에 따라 냅킨을 한장 뽑아 그 위에 포크자국이 난 당근을 올려놓고 가슴살 부위를 가져온 그의 행동은 앞사람, 벽창호장군에게 아동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편식습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라이 장군의 평소 식습관은 정갈하고 담백한 정식 위주였기에 지금까지의 잡식(절대 요리라고 불러주지 않는다.)들은 그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그렇지만 안 먹진 않았지.) 그렇지만 오늘의 그것은 요리라고 불러줄 만한 요리이기에 그 근본성에 대해서는 혀를 차지 않았으나 그것의 색과 향이 평소 그의 식습관과 너무 다른 것이었기에 쉽게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그는 이대로 가만히 있는것도 그린힐 부관을 모욕하는 것이라 판단되어 결국 공용집게를 들어 가슴살 한조각과 큼직하게 반썰기한 감자 한조각을 들고와서 절제된 손놀림으로 먹기 시작했다.
양념은 예상보다 훨씬 매웠다. 그러나 평소에 매운무, 매운파, 매운고추가 적절히 섞인 식단으로 단련해 왔기에 아텐보로만큼 이성과 감정의 체계가 와르르 무너지진 않았다. 일단 자신의 할당량은 다 채워야 한다는 임무감으로 감자와 가슴살을 섞어 최대한 매운맛을 방어한후 입에 넣었다. 점점 구강점막의 표면에 발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이쯤에서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똥고집에 불과하겠지. 맥주도 콜라도 냉수도 거부한채 열심히 먹고 있는 무라이중장의 혓바닥 저 밑에서 아릿하게 쾌감 같은 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의상 한조각씩만 먹자고 계획했던 것이 개인접시가 비울새 없이 열심히 퍼담아 먹는 중에 오호라~ 신미(辛未)의 무서운 마력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알코올과, 담배와, 매운맛은… 그 중독성이 대등하다.
셋 다 돈과 , 건강과, 인간(-_-;;)을 멀어지게 만든다. (단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 매운것만 찾아다니는 인간과 식사약속을 잡기가 쉽겠는가!)
히죽히죽 웃으며 건더기에 양념을 퍼붓고 있는 무라이중장을 보며 알수없는 한기를 느낀 피셔중장은 그 원인이 음식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돌려 바라본 파트리체프의 모습에 그저 너무 맛있어서 그럴 거라고 판단했다.
그는 순식간에 닭 한마리의 뼈를 다 발라먹고서 어느새 밥을 시켜 비벼먹고 있었던 것이다.
허벅지살을 별 의심없이 입에 넣은 피셔는 채 씹기도 전에 양 옆의 인간들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입안의 건더기로 말을 할수 없는 상황인지라 무섭게 의자를 뒤로 빼서 노려보기만 하는 그를 오묘한 미각의 천국에 빠진 두 명이 알리 없었다. 나이가 나이이고 지위가 지위인지라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너무 매워 삼키지도 못하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그의 경력속엔 존재하지 않았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피셔장군의 행동을 결정타로 결론을 내린 코네프중령은 때를 놓치지 않고 크로스워드 퍼즐을 꺼내 파워버튼을 눌렀다. 포플런은 닭과 감자와 양파, 당근더미를 끌고 와서 성분분석에 여념이 없어 코네프의 그런 행동을 보지 못했다.
-고춧가루, 설탕, 소금? 그리고 약간 달달한 냄새..케찹? 후추, 마늘, 이 매운내는…고추기름! 마파두부라는 걸 먹었을때와 같은 향기같은데. 대충 다 때려맞춘건가. 여기에 치즈가 들어가도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이것이 언어가 되서 입술 밖으로 삐져나왔다면 13함대의 사령관은 당장 이 남자를 회식명단에서 빼자고 난리쳤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쨌건 만드는건 못하지만 먹는덴 까다로운 남자니까.
야채들을 덜어 한입 씹던 포플런은 잘게 부수지 못한 덩어리를 찰나의 속도로 삼켜버리고서 냉수를 들이킨 후 그 어느 부서보다도 순발력이 필요한 스파르타니안의 조종사로서 상황대처에 들어갔다. 일단 개인접시 앞은 아이스볼을 끌어와 시야를 가리고 그 오른쪽으로 손이 움직이는 행동반경은 맥주피처통으로 가렸다. 그리고 아직도 상당한 양이 남아있는 전채그릇(번데기와 커피땅콩등…)은 왼쪽아이스볼 옆에 배치, 샐러드 접시도 멀지 않은 곳으로 끌어당겼다.
좌석배치는 식탁 끄트머리에 코네프와 둘만 앉아있고 왼쪽 코너에는 슈나이더 오른쪽은 코네프, 슈나이더는 메르카츠와 얘기한다고 바쁘고 코네프는 망할 워드게임기 뿅뿅거린다고 바쁠 테니 황금의 배치였다!
좌우로 시선을 정리한후 포플런은 재빨리 음료수컵에 덜어담은 냉수를 찜닭건더기가 있는 개인접시에 최대한 튀지않도록 골고루 뿌렸다. 그리고 포크로 건더기를 살살 흔들어 양념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긴 단어들을 차례로 정리하고 짤막한 단어들을 공략하기 전에 잠깐 왼쪽으로 눈길을 준 코네프는 생전 처음보는 기이한 광경에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놈은 교육이란걸 받은 놈인가.
살다보면 별놈 다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에 대비된 이상 우주의 시간에 비한다면 인생은 번개같은것이라는 말이 명언인 것 같았다.
그리고….그 시간에 코네프와 심히 동질감을 느끼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메르카츠와의 담화에 바쁠것이라고 예상했던 슈나이더중령이었다.
확실히 소스가 특이하지만 쉽게 접했던 닭고기 요리라서 메르카츠는 이번에야말로 거부감없이 먹을수 있었다. 다만 그 엄청난 매운맛으로 인해 그로서도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포크와 나이프로 닭모이만큼 썰어 조금씩 삼킨후 15분마다 샐러드 리필을 해야만 했다.
경애하는 상관이 샐러드를 자주 시켜대는 통에 자신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 한입 먹고 5분동안 10개의 바늘로 콕콕 쑤셔대는 듯한 혀를 길게 빼고 되도록 많은 공기중에 노출시켜 괴로움을 덜어보고자 했던 슈나이더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어떤 움직임을 포착, 포플런 중령의 인격과 교양의 레벨을 급격히 하강시키기 시작했다.
포플런 자신은 가린다고 열심히 가렸지만 아이스 볼의 얼음은 상당히 녹아 잔해만이 표면에 둥둥 떠 다닐뿐 수중은 그야말로 무색투명했던 것이다. -_-
마치 영상 촬영되듯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포플런의 손이 물을 찜닭에다 뿌리는 것을 보고 슈나이더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분명히 저것은 정도를 벗어난 일이다. 이제까지 어떤 요리도 맹물을 뿌리는 것은 금지되온 것이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찜닭을 처음 본다. 저렇게 먹는 것도 한 방도란 말인가
이미 1차적으로 매운맛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수 없었고 2차적으로 포플런의 방식에 충격을 먹은 청년은 왜 포플런이 개인접시를 싸고 이 그릇 저 그릇을 다 끌어붙여 놓았는지는 미처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양웬리와 율리안은 이 음식이 특이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친숙한 것에 속했다.
카젤느와 아텐보로도 종종 같이 먹으러 다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은 처음이다. 이렇게 매운 것도 처음이다. 카젤느를 포함, 세 사람은 그린힐 부관의 눈치를 살피며 개인접시에 덜어 놓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미 방어선이 모두 함락된 아텐보로를 보며 그 생각은 더했다.
고심한 끝에 알렉스 카젤느 중장은 포크를 세로로 세워 감자의 표면을 깍아내기 시작했다.
양념이 묻는 잔해들을 접시의 상단으로 몰아 세우며 그 중에 한조각을 바닥으로 눕혀 바닥의 양념을 묻혀 몰아가는 꼼꼼함도 빼먹지 않았다. 양념이 묻을대로 묻어 흐물해진 양파와 당근은 포기. 마찬가지로 상단 수용시설로 보냈고 닭고기는 최대한 양념을 긁어내어 접시오른쪽 최전방으로 보낸후 열을 식히기 시작했다.
“선배. 너무 치사한거 아닙니까.”
양 웬리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채 카젤느에게 항의했다.
“무슨? 닥친 상황을 피할수 없다면 어떻게든 그 상황에 대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최전방에서 난관들을 헤쳐온 원수각하의 발언답지 않군?”
“그렇게 양념들을 떨쳐내서야 이 요리를 먹는 의의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찜닭이란건 양념마저도 즐기는 요리란 말입니다. 그런식으로 한대서야 차라리 감자와 닭을 양념없이 삶아 소금을 찍어먹는 것이 훨씬 깨끗한 방법입니다. 게다가 저에게 주최자에 대한 매너가 없니 어쩌니 하기 전에 선배의 먹는 방식 또한 매너가 없다는걸 먼저 생각하고 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이에 카젤느장군. 탁자에 소리가 나도록 포크를 내려놓더니,
“지금까지 출품작은 문제였을지 몰라도 먹는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었나? 원수각하 방식대로 말하자면 지난번에 내 차례였을 때 이리저리 핑계대며 겨우 면만 먹은 것은 무어라고 설명하지? 왜 딸기는 먹지 않았나? 딸기라면은 딸기를 먹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는 각종 딴지를 걸어놓고 그린힐 양이 주최자가 되니 왜 먹는 사람에게 딴지를 거는건가? 살다살다 상관이 부관에게 아부하는 상황을 목격하다니. 이건 13함대에서 양웬리여야 가능한 시츄에이션인가?”
“이를테면…..”
율리안은 뭔가 점점 상황이 꼬이는걸 느낄수 있었다. 확실히 이 닭요리는 맵지만 수용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인간이 허용할수 있는 매운맛의 한계를 넘어가거나 하지는 않은 것이다. 게다가 모두 매운것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매운데도 불구하고 이것은 음식간이라던지 재료의 밸런스라던지 조리방법이라던지 상당히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그린힐 부관에게 감사하고 있는데 상황이 그런의도와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많이 의기소침해 있지 않을까 하고 그린힐쪽으로 돌아다봤다.
프레데리카 그린힐.
그녀는 자신의 개인접시에 닭과 야채와 당면을 골고루 담은후 양념도 듬뿍 퍼와서 천천히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먹고 있었다.
조용히……
섬뜩하다 할 정도로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율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참견쟁이 양 제독의 출품작 비평에서 시식자 비평으로 주체를 바꾸도록 만든 무서운 존재였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이든.
“이를테면 라면이란 것은 라면의 특성만 지키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무슨무슨 라면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특징일뿐 기본 모습은 라면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라면만 즐겨도 이미 목적은 달성되잖았습니까. 그러나 닭찜은 양념을 배제하면 더 이상 닭찜이 아닌 것입니다. 제가 라면을 먹은 것은 선배의 소기 목적을 달성한 바이지만 선배가 닭찜의 양념을 발라내는 것은 그린힐 부관의 출품작을 모독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사태가 심각해져 가는데 모두 자신의 딜레마에 빠져 이쪽 상황을 지켜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린힐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고 율리안은 단 한가지 방도가 있긴 한데 이미 양념으로 혓바닥의 감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홍차는 줘봐야 별 도리가 없겠다는 생각에 묵묵히 닭찜을 먹기만 하고 있었다.
“그건 말이 안되지! 내가 일반 라면을 내놓을 거면 아무데나 갔지, 왜 일부러 그 집에 갔겠어. 딸기라면은 이미 딸기라면으로 완성된 거야. 그냥 라면이 아니라구. 딸기까지 먹어야 비로소 그걸 먹었다고 할 수 있는거야. 자네 오늘 논리가 좀 치사하군?!”
이미 독이 오른 양 제독. 선배라고 봐줄리 없었다.
“아니지요! 선배께서 오늘 한 행동은 그날 라면집에서 제가 면을 한올한올 건져내어 냅킨 위에 올려놓아 잔여스프를 흡수하고 여분 물기가 날아가게 잠시 말려두는 상황을 가정했을때와 똑같단 말입니다. 제가 그러한 행동을 했을 때 기분이…..!!!”
두 사람의 언성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아텐보로가 슬슬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혓바닥만은 아직도 통증이 아리하여 빼물고 있는 상황이었고 눈가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닭 먹기 싫어 연극하는 것쯤이야 그린힐 양도 다 알텐데!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너무 속이 좋았던 거라고, 스스로 질타하며 내일 출근하자마자 다음 주최자 신청을 하리라고 다짐, 또 다짐하는 바였다.
-_- 아이구 3편을 올린지 한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저도 참 게으른지라;;;
게다가 요즘은 직장이 한창 바쁠때라서 컴터 앞에 앉아있을 시간이 없답니다.
전 이거 집에서 안써요. 집에 가면 딴거 하는거 바빠서 안되고 여기서 쥐꼬리만한 월급 받는대신에 이런거라도 해서 전기세 축내야지 -_-
모두 감기조심하세요~
첫댓글 아차; 중복표현들이 보이네요; 어제 퇴근때 급하게 올린다구; 귀찮아서 안 고칠래요.
◈핫섹포토◈ http://sex.misskim.eu
ㅎㅎ 님은 참으로 디테일한 표현에 능숙하신거 같아요. 오늘도 잼나게 보고 갑니다. 딸기 라면편을 볼때보다는 식욕이 좀 생기네요..ㅋㅋ
귀차니즘이 발병하고 있습니다. -_-. 정말 이 병만은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네요. 다음글 뼈대도 못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