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야기 두 번째.. 중구와 서구, 구 도심의 胃 같은 곳.. 부평시장입니다.
자갈치역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나오는 족발골목.. 한양족발을 거쳐 조금 더 보수동 방향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남쪽 입구
생각 보다 많은 이들이 남포동이나 책방골목의 보수동에 비해 그 지명을 낯설어 하는 동네인 부평동,
사거리시장과 깡통시장으로 불리기도 하는 곳, ‘신식’ 시장의 개념으로는 1910년 최초로 설립된 부평시장입니다.
부산의 많은 전통시장의 외관이 편의시설 덕분에 번듯해 지고 있는 추세인데,
단일시장 등록상인 기준으로 전국최대라는 이 시장 역시 최근에 골목에 지붕을 얹는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획일적인 외관이나 간판들로 인해 전통의 느낌이 잘 안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시장의 자생을 위한 노력에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다만 좀 더 간결하고 소비자 측면을 우선 고려하는 설계였으면 하는 바램도 있구요.
사진 속 보수동 책방골목과 마주보고 있는 부평시장 북쪽 입구쪽에 자리한 복합수입상가 월드밸리 건물은
어릴 때 부산으로 이사를 와 터를 잡았던 우리집.. 부부농방이란 가구점의 자리였습니다.
그런 탓에 특별히 이 시장은 저에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 무척 편하고 골목골목에 많은 추억이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첫째 일요일과 셋째 일요일은 남포동 극장가를 제외하곤 부평시장, 국제시장 대부분의 상가가 다 셔터를 내리고 쉬던 기억,
해마다 10월 1일 부산시민의 날이면 가장행렬이 이어지고 하늘에서 헬리콥터가 기념물을 뿌리기도 했고, 80년대 뜨거웠던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미문화원이나 카톨릭센터를 목전에 두고 시위대와 전경부대가 팽팽하게 대치하던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쟁에 따른 피난민들이 형성한 국제시장과 매립지인 자갈치시장, 그리고 부평시장의 특징은 부산의 다른 곳들과 달리
오래전부터 계획정비가 이뤄진 탓에 위에서 보면 반듯반듯한 사거리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시장의 첫인상은 청소와 정리를 잘하는 누나의 방 느낌입니다.
골목의 구조도 그리한데, 좌판 상인들의 상품 진열에도 그게 영향을 준 것인지 잘 정돈되어 있고,
찬찬히 다녀보면 골목골목 오래전부터 동일한 업종의 상점이나 좌판이 모여있기도 하고...
지금은 취급물품이 많이 변했지만, 미군 PX 물건들이 점령하던 깡통시장이 특히 그러합니다.
아직 미군 물품들은 손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합니다. 사진은 미군 전투식량인 MRE
부산의 시장에선 쉽사리 발견하게 되는 당면묶음, 지인들 말로는 다른 지역에선 보기 드물다던데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ㅎ
이 시장이 비빔당면이나 유부보쌈어묵탕의 원조이긴 한데, 사실 기대 안하고 맛보면 신선한 느낌이지만,
TV에 자주 소개 되어 기대하고 먹고는 실망하는 이들이 더 많기도 합니다. 그리고 너나할것없이 ‘부산어묵’이라지만
진짜배기 부산어묵집들이 밀집한 지역이기도 한데 물류의 발달로 인해 그 매출은 엄청나 보입니다.
장을 보고 집에 오는 엄마 손에 들린 봉투들에서 이미 풍기는 맛있는 튀김냄새, 소풍날 아침이면 줄이 길게 늘어서던 유명한 김밥집,
아들들 다 서울대 보내고 졸업할 즈음 장사를 접어 아쉬움 가득이던 찹쌀순대..
아쉬운 건 음식산업의 발달, 먹거리문화의 변화에 따라 그런 소소한 맛들이 설 곳을 잃어 사라진 곳도 바뀐 곳도 많다는 점
음식과 식이요법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 맛집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맛이란 본래 주관적이기 마련이라
쉽사리 정의내릴 수 없는 거라 생각하지만.. 그 객관성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건 바로 ‘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긴 시간을 두고 대를 잇거나 오래 운영을 하면서 쌓이는 내공과 평판을 통해 이뤄진 맛은 대다수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법이죠.
한 10년 정도 해보니 이제 뭔가 알겠더라는 겸손한 사장님의 말씀처럼 적어도 ‘맛집’이라는 단어의 개념엔
반드시 시간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네요. 언제라도 손꼽게 되는 기분 좋은 단골맛집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런 배경으로 저는 ‘사람’이란 항목을 관심있게 보는 편입니다.
부평시장은 사진 속 부평동 주민센터를 기준으로 오랜 세월 변함이 자리를 지키며 특히 일본인 관광객 단골도 적잖게 보유한,
그 특별함이 잘 느껴지는 곳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3대 80여년째 이어지고 합리적인 가격이 돋보이는 새부평한우갈비,
조금씩 식당크기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자연산 이시가리(돌도다리)를 맛볼 수 있는 횟집 포청천,
시장통닭의 대명사격인 거인통닭과 오복통닭... 그 외에도 근방에 이어진 족발골목이나 국제시장, 남포동, 자갈치시장의
맛집들도 포함하면 가히 맛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진 속 목조건물 같은 일제강점기 때의 건물이 드물지만 몇 곳 남아 있기도 하구요.
크게 지하철 자갈치역과 보수동 책방골목 사이에 있고 붙어 있으면서도 관광명소인 국제시장에 비해
생활공간의 성격을 띈 부평시장은 생각보다 다양한 ‘꺼리’들이 많은 시장이라 그 상품가치가 크고
지난 역사의 아픔과 화려한 지금의 문화가 공존하는 깨알같은 매력이 돋보이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 글
[부산의 시장 1] 민락골목시장 http://cafe.daum.net/onbusan/5jHx/94
보수동 우리글방 - 책읽고 차마시는 집 http://cafe.daum.net/onbusan/5nzt/79
첫댓글 아니!!!이곳은?!
울 어무이가 아직도 애용하는 시장이죠..어릴때 어무이 손잡고 많이 댕겼었죠ㅎ
부평 갈비 가고 시퍼요...
갑시다~ ㅎ 저는 모란시장이 레알 가고 싶음
여기도 가봐야지.......
어서 와~~
행님 부평갈비에서 고기사주세요~
고기사는 너네 사장 운전기사가 고기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