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 동악산에 오르며
2006년 7월 셋째 일요일만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처럼 기다려진 날이었다. 그런데, 장마철이라 모두 머뭇거리는 산행이 되었다. 그래서 나의 동반자인 아내도 자리에서부터 일어나지 않아 혼자서 배낭을 챙기고 길거리로 나와 김밥천국에서 좋아하는 물만두 1인분을 시켜먹고 김밥은 석 줄을 샀다. 두 줄은 내 것, 한 줄은 그 누군가는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였다.
로데호텔 앞 메디칼센타 앞에 도착하기 위해 지하상가를 지날 때 구조대장 위명복을 만났다. 아주 반갑게 맞아줘서 즐거웠다. 대기 장소에 도착하자 낯익은 사람들이 법석을 떨고 있었다. 수인사를 한참하고 나니 출발시간이 다 되었다. 그러나 일기예보-남부지방에도 200mm이상의 비- 때문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종용하기를 바라는 전화를 한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관광버스를 두 대나 주문했는데 한 대도 차지 않을 정도의 회원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어찌어찌하니 76명가량이 되었고, 시간도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나서야 출발하게 된 행운도 얻어 가게 되었다.
산행코스는 부산→전남 곡성→도림사 입구→깃대봉→→ 하기로 했는데, 청소년 고충 상담소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마음이 바뀌어 입장료 9만원을 아끼는 차원으로 도림사 입구를 지나지 않고 바로 깃대봉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처음부터 급경사를 안고 가는 몸과 마음은 천근만근이 되었지만 20분 정도 걸으니 곡성 서편 산악회에서 조성했다는 조형물 전시장이 나와 우리들의 마음을 즐겁고 감탄의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그 기분도 잠간이었다. 계속되는 급경사와 땅에서 올라오는 훈김과 하늘에서 내리는 안개비와 몸에서 나오는 땀이 삼중주를 이루는 압박감이 우리를 더욱 괴롭게 하였다. 그리고 기다리는 B코스인 계곡은 멀어만 갔다. 1시간이면 도달한다는 B코스 도착점은 아예 없었다. 전문가들이 걷는, 젊은이들이 과시할 수 있는 A코스뿐이었다.
늙은이와 5학년 부녀회원들의 입에서 욕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2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형제봉에 도달하여 안개비와 함께 말아먹는 점심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이제 A코스, B코스가 사라진 체 도림사 입구를 향하여 하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 또한 가관이었다. 이번 장마로 인하여 길과 계곡이 동맹을 맺은 듯 구분하기가 어려웠고 하산은 더디기만 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은 조금 전의 악조건은 사라지고, 노래와 춤, 그리고 술이 편안함을 안겨주어 달리는 버스도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