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힘을 빼라 !
"형, 야구선수가 어깨 힘 뺄줄 알면 이미 손에서 공 놓을 때라구" 프로야구 투수 출신인 동생이 나에게 한 말이다. 말하자면 뭔가 알만 하면 어느덧 끝나갈무렵이라는 의미다. 바로 사람살이가 그렇다. 인생살이 이제 알만 하니 죽을 때 다 되었다고.
운동선수들에게 금과옥조 같은 한 마디가 있다. " 힘을 빼라" 릴렉스시켜라, 가볍게, 가볍게.....항용 하는 소리다. 테니스도 마찬가지. 라켓을 다리미질 하듯 가볍게 쭈우욱 밀고, 임팩트 순간만 힘줘라. 활로우 스로우 잊지 말고.
지체와 신분이 높을수록, 영향력이 클수록 어깨 힘이 들어가기 마련. 이른바 권위의식이 생기는거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는데, 어깨에 힘 들어가면 필경 사람노릇하기 힘들터. 세상사라는게 사통팔달 서로 통하는 바 있으니, 인생살이나 악기불기나 마찬가지아닐까?
"트럼펫 연주, 노래하듯 하세요" 지난번 트럼펫 공개레슨 때 부천필 트럼펫 수석인 L 강사가 한 말이다. 노래하듯이 하라, 첫음 낼 때(어택) 자동차 경적 소리, 바가지 깨지는 소리 내지 마라. 어쨋든 노래하듯 부드럽게 하라는 것. 그런데 노래하듯 불라는 것도 알고보면 힘 빼기 원리와 다를바 없다. 매사 힘을 빼면 부드럽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노래하는 것 처럼 될 테니 말이다.
2. 바하의 <칸타타 147번 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피아노 반주가 딸린 트럼펫 곡 찾으려고 자료실을 하나하나 뒤적였다. 오우, 이런 귀한 악보가! S 선생이 트럼펫터 홈피에 게시한 바하 <칸타타 147번> 중 <인류의 기쁨되신 예수 Jesu, Joy of Man's Desiring>를 우연히 찾아냈다. 반가운 맘에 얼른 출력했지만 한동안 잊고 있었다. 엊그제사 곡을 펼쳐들었다. 몇 소절 불다보니 어렵쇼, 너무 멋진 곡이다.
원래는 바하 <칸타타 147번> 중 마지막 부분의 합창곡인데, 후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의 관현악 편곡으로 유명해졌고, 올갠, 피아노 등 여러 악기로도 곧잘 연주되기도 한다.
거의 레가토라 립슬러 연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음과 음 사이의 도약이 심하지 않아 립슬러 초기 연습용으로도 이상적이고, 힘 빼고 연습하는데도 그만이다. 또한 이응우 선생이 말씀하신 '노래하듯 하라" 를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Cantabile라는 악상 지시가 있으니, 노래하듯 연주해야한다.
트럼펫 동호회를 지도해주는 L 선생은 틈만나면 "노래곡을 연주 할 때는 반드시 노래하듯' 연주해야한다" 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렇다면 원래 합창곡인 이 곡도 노래하는 기분으로 연주해야 할 것이고, 동시에 힘을 빼고 불기 위해선 아랫배, 호흡, 입술 주변 등 신체부위를 적절히 콘트롤 해야 할 것이다.
과거 경음악단 시절 대중음악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힘을 주고 부는 잘못된 버릇이 생겼다. 물론 대중음악이라고 반드시 힘을 줘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섹센음악 위주인 대중음악 연주자들, 특히 트럼펫 주자들은 연주시 "찔러라" "지르듯 해라" 라는 말을 자주 한다.
트럼펫 특유의 화려하고 날카로운 부분에서 순간 찔러주듯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찔러주듯 연주를 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고, 호흡 속도가 빨라진다. 결국 이런 연주습관 때문에 힘주는게 버릇 된거다.
평소 L 선생이 우리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클래식 하던 사람이 대중음악을 하기는 쉬워도, 대중음악을 하다 클래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이 말씀도 힘빼는 문제, 노래하듯 하는 문제와 직결된 것이리라.
" 조 샘, 힘 좀 빼세요" "힘 주고 부는 습관 얼른 바꿔야 합니다." 어제도 들은 말이다. 그렇다. 힘을 빼긴 빼야하는데, 요놈의 습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