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어쩔 수 없다
강남국(본회 회장)
언제부턴가 방과 거실이 어둡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고 또 그렇게 느끼기도 했던 터라 큰맘 먹고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전등은 고민할 것이 없었지요. 지금은 당연히 엘이디(LED)니까요. 밝고 전기도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고 나니 정말 환했습니다. 왜 진작 그렇게 어둡게 살았을까 후회도 됐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날 저녁부터 발생했습니다. 불을 껐는데 잔영이 남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지요. 작은방과 거실은 더했고 안방은 조금 덜한 편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현상인가 싶어 다음 날 판매자에게 문의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황당한 얘길 들었고 두 개를 다시 갖다 재설치를 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지요. 마침 대천에서 조카가 조명가게를 운영 중이라 연락을 했더니 벽면 스위치를 모두 바꿔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관리소의 답변 또한 마찬가지여서 서슴지 않고 3개를 사다 관리소에 연락했지요. 거실과 작은방은 밝기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리모컨이 없으면 불편한 내 상황이라 비싸게 주고 사 왔는데 두 사람이 다녀갔으나 설치를 하지 못해 리모컨 제조사에 연락해 출장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설치는 잘 됐고 이제 밤이 되어야 확인할 수 있어 기다렸지요.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잔영이 점점 밝아지는 현상으로 잠은 설치고 피곤은 누적돼 갔습니다. 기사한테 연락해 보니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제조사에 문의해 보니 전등에 콘덴서를 꽂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시 관리소에 연락해 꽂았지요. 이젠 됐겠구나 하면서요. 하지만 그것은 더 큰 화를 불렀습니다. 오히려 밝기가 훨씬 더 밝아져 그날 밤 거의 뜬눈으로 새워야 했지요. 우선 콘덴서를 떼어내야 했습니다. 문제는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참 불편이 컸습니다. 할 수 없이 또 며칠을 깊은 잠 못 드는 고통 속에 보내다 천상 전등을 새로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을 때, 아우는 저도 잘 아는 지인한테 전화를 거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요? 집 안에 있는 전기단자함에서 A와 B를 교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두 개를 뽑은 후 A를 B에 꽂고 B를 A에 꽂으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을 내렸을 때 안방은 물론 거실과 작은방이 칠흑으로 변했습니다. 완벽한 성공이었지요. 세상에 이렇게 간단한 것을!!! 이것을 몰라 지난 2주 동안 그렇게 힘들어했다니 장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전등을 파는 주인장도, 설치하러왔던 세 사람도, 전기로 밥을 먹고 있는 조카도, 리모컨사도, 콘덴서를 빼준 두 지인도 그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세상 모든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지요. 전문가가 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알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알기까지는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이게 세상 이치인 듯싶었지요. 어제는 정말 모처럼 편안한 잠을 잤습니다. 잔영에 대한 고민을 말끔히 씻게 됐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요. 이제는 이 밝은 빛 아래 내 조그마한 「문학의 산실(産室)」에서 좋은 글만 쓰면 되겠구나 싶습니다. 봄이 거의 다 왔지요?
첫댓글 어째 그런일이?
그래요~
살아가는 모든것에 그리 딱 맞는 치료코드가 있을찐데
몰라서.. 모르고.. 고생하고 괴로워하는 부분이 많을겝니다.
정답과 명의와 신비의 치료길은 꼭 있을꺼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