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여러분 매일 이곳을 찾아와 열어보았던 싸이트가 문이 닫혀있어 섭섭했는데 다시 열렸군요.
오늘은 문득 문이 열려있어 다시 들어섰습니다.
반갑습니다.
우연히 지나다 발견한 (경기여고 동창회 경운회에서 ) 글이 있어 퍼다놓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진정한 영웅들"
요즘 역사 거꾸로 보기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여수 순천 사건, 제주도 사삼 사건, 노근리 사건, 월남전, 동의대…너무 지루해서 나열하기도 귀찮군요.
언젠가 냄비가 식으면 그 모든 게 다시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5.18을 포함해서 말이죠.
좋습니다. 사건의 양면성을 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런 열린 마음, 성숙한 마음으로 우리 과거를 조명하고 있는 건가요?
정치적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려면 그에 앞서 나라의 부름을 받아 의무를 다하다가
희생된 사람들 먼저 대우하고 기억해 주어야 순서가 아닌가요?
요즘 미국 얘기를 좋게 하면 알레르기 일으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한 가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되는 게 있습니다.
미국에 손꼽히는 명문 기숙 고등학교로 필립스 엑시터라는 학교가 있습니다.
200년이 넘는 전통에 미국 핵심 엘리트들을 길러낸 학교입니다.
이 학교 강당에는 학교를 빛낸 졸업생들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정계의 실력가들이냐고요?
재계의 거물들이냐고요? 최우수 졸업생들이냐고요? 아닙니다.
일차 대전, 이차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영웅들입니다.
그 학교는 군사학교가 아니라 많은 언론인, 의사, 정치가, 경제인을 배출하는 학교입니다.
그러나 최고의 가치를, 조국의 부름을 받아 목숨을 바친 동문들에게 두고 있습니다.
그들도 살아있었다면 사회에 크게 기여했을 인물들, 어쩌면 대통령 감, 노벨상 감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에 가면 캠퍼스 아담한 정원에 대리석을 깎아 만든 반월형의 벤치가 있습니다.
그 벤치에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동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재학생들은 그 벤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살아있었다면 원로가 되었을 죽은 선배를 기억합니다.
그 외의 모든 전통 있는 미국 대학들에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동문 전사자들의 기념물이 있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오십년 후 한국에 돌아와 어떻게 삼만 삼천명의 미군 죽음에 대한
기념비 하나 없냐고 의아해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우리에게 십오만 우리 국군의 죽음에 대한 기념비도 제대로 없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죠.
우리는 그런 건 국립묘지에나 가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고로 죽은 미순, 효순의 기념탑은 미국에게 요구하는 우리들입니다.
꽃 피워 보지 못한 새파란 나이에 죽음의 무게를 감당하며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혹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듣게 되는 얘기는 버러지 같은 수구 꼴통들, 저것들만 없으면 통일 됐는데 하는 욕설들입니다.
자기들이 지금 왜 저 이북에서 굶어 죽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 고마운 마음도 알고자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베트남의 자유수호를 위해 (거부감이 느껴지신다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해두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명예롭기는커녕 전쟁광, 살인자로 지탄 받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살인광이라서 엽기적 취미 생활하러 거기 갔습니까?
서해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가 쓰러져간 다섯 젊은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 있습니까?
저도 기억 못합니다. 그 만큼 우리 언론이나 사회는 그들의 죽음에 무심했습니다.
대통령은 그날 오후 월드컵을 관전하러 일본으로 떠났고 그 전이나 그 후에 빈소에 들리는 수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에도 관례에 없다는 이유로 요인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하다못해 자기집 개가 도둑을 막다가 주인 대신 목숨을 잃었더라도 그렇게는 못할 겁니다.
이 나라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은 개죽음입니다. 손가락이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 총신을 잡고 온몸이 벌집이 돼도 교통사고로 죽은 소녀들의 죽음보다 가벼운 게 대한민국 군인의 죽음입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군인들은 오천만원 보상 받고 그들을 위해 촛불 하나 밝혀 주는 이가 없고, 이북의 김정일에게 사과 비슷한 말 한마디 못 들었는 데 길 걸어가다 교통사고 당한 소녀들은 미국 대통령이 두 번씩 사과하고 일억 구천만원씩 합의 보상금을 받았고 기념탑까지 세워주는 데 아직도 분이 안 풀려 촛불 시위하는 나라가 정상입니까?
저는 아들도 없지만 아들이 있어도 솔직히 그런 개죽음 시킬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결국 죽은 사람만 바보 되는 나라입니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 나중에 애국자인 척 평화주의자인 척 자기자신과 남을 속이는 게 상책입니다.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부조리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기성 세대가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살아왔던 환경을 기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정말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격심한 변화와 폭풍우 속에 살아 남아 아무 것도 없이 헐벗었던 나라를 이만큼 살게 만들어 놓은 세대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그들의 삶을 정죄할 수 있습니까?
앞으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는 좋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정죄하지는 말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