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촛불을 ‘나누면’ 빛으로 밝아진다. 벌에게 꽃가루를 ‘나누면’ 꽃이 피어나고, 이웃과 웃음을 ‘나누면’ 기쁨이 생겨난다. 그 같은 나눔의 신비를 오롯이 깨달은 서현이네. 삶의 주기마다 나눔을 실현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행복이 걸려 있다. 특히, 서현이 돌 기념 기부 증서에 새겨놓은 백지훈 & 최지영 기부자의 메시지는 햇살처럼 따사롭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사랑을 얼마나 받았느냐가 아니라 사랑을 얼마나 베풀었느냐에 달려 있다’라는 철학자 에픽텍토스의 명언을 인상 깊게 기억해요. 그래서 서현이도 세상에 사랑을 베푸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작은 정성을 나눕니다.
‘나’의 나눔이 가정의 행복으로
서현이네 일상에는 나눔이 배어있다. 슬며시 돌이키면 그 나눔은 가장인 백지훈 기부자가 움틔웠다. 그러니까 그가 군복무 시절이었다.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홀로 시골에서 거주하던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 할머니랑 꽤 각별했던 데다 그간 찾아뵙지 못한 탓에 그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홀로 계신 어르신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인터넷으로 우연찮게 접했던 아름다운재단의 사회적약자지원사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물론 사회초년생이었던 만큼 기부액이 부담됐다면 선뜻 결정하지 못했을 텐데요. 1% 나눔이라 곧바로 기부할 수 있었죠.”
2004년 백지훈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고 나눔의 여정을 시작했다. 나눔으로 벅차오르는 심경은 형언할 수 없이 뭉클했다. 따라서 그는 상황과 이슈를 좇아 적극적으로 나눔을 이어갔다. 와중에 참여한 <도법스님과 함께한 아름다운 이별학교>는 아직도 기억이 선연하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최지영 기부자가 동행했기 때문이다.
“데이트를 겸해서 행사에 동참했는데요. 도법스님의 강연을 들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을 수 있었죠. 그뿐 아니라 거기서 나눔은 액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정기기부를 신청했어요. 저한테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그동안 나눔은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하단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나눔행사에 초대한 남자와 그곳에서 기부를 시작한 여자. 머잖아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나눔을 계기로 사랑이 깊어진 만큼 결혼 기념 기부를 빠뜨리지 않았다. 다만, 혼인이란 신랑신부만의 예식이 아니기에 나눔을 제한받기도 했지만, 그들은 성의와 정성을 모아 기부를 실현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결혼 기념 기부 캠페인의 사진 모델이 되기도 했다.
“아름다운재단에 전화해서 결혼 기념 기부를 신청하는 한편으로 달리 도와드릴 부분이 없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결혼 기념 기부 캠페인의 사진 모델을 제안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얼굴의 공개가 조심스러웠지만, 나눔의 연장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용기를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랑 결혼 기념 기부 홍보 피켓 들고 웨딩촬영을 진행하게 됐죠(웃음).”
‘우리’의 사랑이 세상의 희망으로
첫 생일 선물로 기부를 선물받은 서현이
백지훈 & 최지영 기부자의 나눔은 초록처럼 자라났다. 그들은 다양한 기부활동과 자원봉사에 함께했다. 특히, 백지훈 기부자는 사망 이후 장기기증과 스피치 강사로서 재능기부에도 동참했다. 그들의 나눔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로 딸아이 서현이에게도 나눔을 물려줬던 것. 사실 서현이의 돌 기념 기부는 그들의 결혼 기념 기부 당시 이미 약속됐던 나눔이다.
“앞으로 서현이가 남편이나 저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할 텐데요. 무엇보다 나눔은 일상이고 행복이란 사실을 스스로 느끼길 바라고 있어요. 그 의미와 가치를 담아서 돌 기념 기부를 진행했고요. 지금은 또래를 위한 나눔도 실천하는 중인데요. 서현이가 그 나눔을 자의적으로 이어가면 좋겠어요(미소).”
이른바 나눔가족의 탄생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고답적인 철학으로 나눔을 실현하진 않는다. 오히려 나눔을 일상과 생활로 받아들였기에 그들은 다채로운 기부가 가능했다. 그러니까 백지훈 기부자에게 나눔은 호흡처럼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 이면에는 반칙 쓰거나 폐 끼치지 않고, 정의롭고 선량하게 사회를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녹아있다.
“현시대가 경쟁과 능력 위주 사회이다 보니 잘나가는 사람이 존재하는 반면, 힘겨운 이웃도 수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힘겨운 이웃이 계속해서 늘어나면 그 사회는 무너질 수 있어요. 그러면 모두에게 악영향이 미치겠죠. 따라서 나눔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요.”
바야흐로 개인을 넘어서 사회를 염려하는 백지훈 기부자. 지난날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비롯된 촛불 같던 그의 나눔은 연인에게 옮겨지고, 가정을 밝히더니 이제는 햇빛처럼 사회를 조명하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은 작든 크든 향후 가족의 이름으로 나눔기금을 조성하리라는 포부를 갖고 있다. 따라서 공존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백지훈 & 최지영 기부자는 차례로 나눔을 세상에 권유하는 거다. 그야말로 내일의 희망으로 반짝거릴 서현이네의 나눔이 한껏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