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eans Yes”라고 믿는 남자들?
이덕하
2009-07-10
강간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구호 중에는 “No means
No”라는 것이 있다. 여자가 성교하려고 하는 남자에게 “No”라고 말할 때에는 성교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이 당연한 것을 왜 구호까지 만들어서 퍼뜨리려고 할까?
예컨대 A가 B를 죽이려고
할 때 B가 “죽기 싫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죽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죽기
싫다는 뜻이다. 내가 알기로는 살인 방지 캠페인을 위한 구호로 “No means No” 같은 것을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누가 사람들은 보통 살인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이제 페미니스트들의 말을 들어보자. 그들에 따르면 가부장제 문화권에서
자라는 남자들은 “No means Yes”라고 믿게 된다. 즉 여자가 실제로는 성교를 하고 싶어하면서도 헤퍼 보이지 않으려고 또는 “나 잡아 봐라”라는 식의 게임을 하려고 ‘No’라고 말하면서 괜히
빼는 것이라고 남자들이 믿는다는 것이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증거’가
있다. 그들이 인터뷰한 여러 강간범들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만약 가부장제 문화가 “No means Yes”를 가르쳐서 남자들이 그것을 그대로 믿기 때문에 강간을 하는 것이라면 “No means No”라는 말을 퍼뜨려서 남자들의 믿음을 바꾸는 것이 그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실상은 어떨까?
여자가 실제로 성교와 관련하여 하고 싶으면서 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는
성교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남자가 강제력이나 위협을 사용하지 않고
애원만 해도 성교에 응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No means Yes”가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간 상황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난데 없는 길거리 강간의
경우에는 강간 상황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명백하며 데이트 강간의 경우에도 이미 설득이나 애원의 상황이 아닌 강간 상황이라는 것은 강간 상황에 들어서면서
명백해진다. 양측 모두 그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남자가
장난으로 볼 수 없는 강제력 또는 위협의 말 등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강간을 하는
것이며 남자가 “No means No”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다. 남자는 여자가 진짜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위협을 하거나 하는 것이다.
강간범을 인터뷰한 페미니스트 사회학자들은 강간범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도 던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신의 친딸이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 친구가 성교를 하고자 할 때 당신의 친딸이 ‘No’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 ‘No’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나는 이런 식의 질문과 관련된 연구를
본 적은 없지만 강간범이 장난을 치지 않는다면 매우 특이한 강간범을 제외하고는 모두 “No means No”라고 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강간범들이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보며 “사실은 여자도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은 사후 정당화 즉 발뺌일 뿐이다. 강간 상황에서 여자가 느끼는 공포 등을 남자가 못 느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약 진짜로 남자가 “No means Yes”라고 믿는다면 강간 이후에 굳이 여자를 추가로 협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처음에는 빼긴 했지만 실제로는 원하고 있던 성교를 해 주었으니까 여자가 고마워할 것이라고 남자는 생각할
것이다. 남자는 데이트 강간 이후에 서로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믿을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남자는 여자의 의도를 여자 본인과는 상당히 다르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가 남자를 보고 웃는 경우 여자는 그냥 호의의 표시로 또는 예의상 그랬다고 주장하는 반면 남자는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즉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과 성교하고 싶어한다고 보는 식으로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No means Yes”라는 사고와 연결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가부장제 이론가들은 가부장제 문화 때문이라고 볼 것이고 일부 진화 심리학자들은 남자가 자신의 번식에 유리하도록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어쨌든 여기서는 그렇게 보는 이유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런 식의 자기 기만은 명백한 강간 상황에 이르기 전의 상황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명백한
강간 상황 또는 강간 이후의 상황에서 남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주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즉 실제로 여자가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간 이후에 남자들은 협박을 하거나 사과하는 (또는 사과하는 척 하는) 것이다. 보통 남자들은 여자가 강간 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사회에서 강간을 금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간한 사실을 최대한
들키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가부장제 이론가들은 남자가 강간할 때나 강간한 후에 하는 협박이나 폭행과 같은 중대한 행동은 무시하며 자신과
인터뷰할 때 “여자도 원했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말만 중요시한다. 협박과
폭행 같은 행동과 인터뷰에서의 몇 마디 말 중 어느 것이 남자의 믿음을 드러내는 것인가? 나 같으면
말과 행동이 어긋날 때에는 행동에 주목하겠다. 사악한 짓의 대부분은 알고도 저지르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뿌리뽑기 힘들다.
첫댓글 "No mean no"는 사내에서 만난 사이 처럼 여성의 의사표현이 남성의 사회적 지휘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 한해서는 한정적으로 유효 할 것 같습니다....남성이 성매매에게 걸린 경우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집과 직장에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여성이 적극적으로 No라고 함으로써 강간 후에도 강간에 대한 의사 표현을 할 것을 어필한다면....잃을 사회적 명성이 있는 남성이라면 손익 계산을 하게 되지 않을까?...잃을 것이 없는 남성에게는 뭐 여성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이 없겠지만요.
여기서 강간범이 "여자도 원했다"라고 변명하는 것은 '그래서 강간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내가 흥분했다'는 말을 하는 거겠지요. 실질적으로 강간이 이뤄진 상황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못했음을 인지하지만 자신이 나쁜 마음을 먹도록 여성이 유도했다는 변명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여성운동가들이 "노는 노다"라고 외치는 것은 오해에서 범죄로 넘어가는 단계를 막고자 함이겠지요. 그래봐야 맘먹고 하는 강간범들이 대다수일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