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회갑기념으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5번째 제주도에 간 것이었지만, 정말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주시내, 중문, 서귀포 중심의 빠른 관광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올레길 중심으로 느림의 미학, 진정한 제주도의 매력을 만끽한 여행이었습니다.
일요일 새벽에 미리 준비한 유부초밥을 먹으면서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 20분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만 탔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저가항공인 제주항공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프로펠라 돌아가는 조그만 비행기를 상상하며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올때 갈때 모두 제트기였고, 200명 이상이 탑승한 큰 비행기가 대한항공이나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성산포로 향했습니다. 첫날 숙소가 우도였기 때문입니다.
우도여행기는 다음 글에서 별도로 올리리로 하고......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10시 배를 타고 우도에서 나왔습니다.
후발대로 온 누나와 성산에서 합류하여 식사를 하러갔습니다.
성산일출봉 부근에 있는 곰바위식당에 갔었는데, 오분작이 정말 맛있더군요.
오분작밥과 오분작 뚝배기를 먹었는데, 오분작의 맛에 푹 빠졌습니다.
식당 벽에는 헐리웃 배우 문 블러드굿이 남긴 낙서도 보였습니다.
제주 동쪽 끝인 성산에서 제주도를 동서로 가로질러 서쪽 끝인 협재로 향했습니다. 숙소가 협재였기에.
협재에 도착하니 벌써 2시가 다 되었더군요.
화순항으로 이동하여 올레길 10코스로 갔습니다.
10코스는 올레길 최고의 코스라고 할 만합니다.
용머리해안에서 삼방산,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절경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차를 타고 잠시 들르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눈에 담고, 함께 호흡하는 것은 올레꾼들에게 매혹적입니다.
기묘한 바위들을 헤치고, 모래해변을 거쳐 삼방산에 이릅니다.
삼방산은 절벽으로 된 산으로 등반을 허용치 않는 산이라더군요.
억새가 우거진 송악산에 오르려다가 해가 져서 그만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송악산은 다행히 올라오는 날에 다시 들르게 됩니다.
저녁을 먹을 곳을 찾다가 해안 부근에 마땅한 곳이 없어 제주시내인 노형동까지 이동합니다.
산간도로를 거쳐 40-50분만에 노형동 우리집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는데
1인분에 2만원(만 5천원짜리도 있음)가 스끼다시와 함께 실하게 나옵니다.
갈치회, 뿔소라, 전복구이, 전복회 등과 함께 한라산 소주를 마시고 제주도 해산물에 빠집니다.
홍삼이 없는 게 좀 아쉽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누나, 처, 그리고 저까지 넷이서 고스톱을 쳤고, 저는 약간 땄네요.
피곤했는지 다들 잠이 12시 정도에 푹 잠이 듭니다.
셋째날인 화요일에는 당초 서귀포 부근인 올레길 7코스로 향하려했으나
날이 추워지고, 너무 힘들것 같아 숙소 부근인 올레길 15코스로 수정합니다.
우선 숙소 부근인 협재에서 아침으로 해물뚝배기를 먹었는데 1인분 7천원짜리 치고는 꽤 괜찮더군요.
오분작과 딱새우가 들어서 서울에서는 맛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한림항으로 이동하여 올레길 15코스와 14코스 분기점에서 15코스로 향합니다.
가다보니 갈매기들이 단체로 모여 아있는 곳이 있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더군요.
처음에는 바다가 나오고 좋더니 올레길 15코스는 그 이후에는 좀 밋밋해집니다.
내륙으로 가다보니 계속 밭 뿐입니다.
귤나무와 양배추와 감나무와 브로컬리가 나오는데, 이것만 주구장창 나옵니다.
다만 가다가 길가에 세미가 잔뜩 열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는 그냥 지나치려는데
밭을 갈던 할머니가 맘껏 따가라는 것입니다. 기관지에 좋다고
처음에 몇개를 따다가 그런거 보시면 못 참는 어머니가 욕심껏 꽤 많이 따셨습니다.
약간 무거울 정도로 수세미를 따고 걷는데, 계속 양배추, 브로컬리, 귤나무만 나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우리는 차를 타고 다시 한림항으로 갑니다.
한림항 4형제횟집이라는 곳에서 오후 2시경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고등어회가 정말 맛있더군요.
저야 워낙 고등어회를 좋아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다른 식구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고등어회도 맛있었지만, 딱새우회, 전복, 상어껍질, 옥돔구이 등 28종류의 해산물 스끼도 일품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이번에는 올레길 14코스 쪽으로 방향을 잡아 협재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해안을 따라 걷는 것이라 좀 더 재미가 있더군요.
협재해수욕장도 추워서 사람이 많지 않아 그렇지 굉장히 이쁘고 좋았습니다.
집에 와서는 일하기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일을 하십니다.
낮에 꺾어온 수세미를 잘게 잘라서 설탕을 넣고 큰 통에 담아 재셨습니다. 차를 끓이면 기관지에 좋다나요.
그런데 나중에 이걸 어떻게 들고갈지 걱정거리가 됩니다.
남은 커다란 수세미로는 얼굴에 맛사지를 하였습니다.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와이프의 주도로 얼굴에 수세미팩을 하였네요.
워낙 고운 피부이지만, 제 얼굴이 더욱 고와진 듯 합니다.
팩을 하고 나서 다시 고도리 복수전이 시작됩니다.
중간에 쇼당 룰을 놓고 설전이 벌어져 험악한 분위기가 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화기애애하게, 저는 또 조금 땃습니다.
고도리 치다가 11시가 넘어 잠에 듭니다.
이제 드디어 수요일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택시를 대절하여 관광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에는 한림읍에 있는 삼일식당이라는 곳에서 해장국을 먹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제주도에서 무슨 해장국?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가히 전국최강입니다. 국물이 끝내주고, 건더기도 실합니다.
아침을 먹고 한림공원에 갔는데, 여기는 여러 곳을 섞어놓은 곳 같습니다.
식물원, 동물원, 분재원, 석재원, 민속촌 등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쌍용동굴(협재동굴도 있으나 너무 짧아서 별로)이 가장 볼만합니다.
경치좋은 곳에서 사진 몇장 득템하고 차귀도로 향합니다.
무인도인 차귀도로 향한 이유는 잠수함을 타기 위해서입니다.
일명 해적잠수함인데, 차귀도 부근 바닷속을 해저 40미터 깊이까지 들어갑니다.
자리돔, 줄돔 등을 원 없이 볼 수 있었고, 산호와 바닷속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잠수함을 탄 뒤 송악산 부근으로 가 점심을 먹습니다.
해물탕을 먹었는데, 1인당 1만원꼴의 해물탕을 시키면 전복회, 고등어구이, 옥돔구이가 써비스입니다.
해물탕은 그냥그냥 했지만, 마지막에 사리면을 넣으니 국물맛이 살아납니다.
점심을 먹고 송악산을 올라 억새숲과 멀리서 가파도, 마라도가 보이는 해안을 감상합니다.
다시 우리는 신라호텔에 가서 중문 부근의 경치감상과 사진득템을 하고
주상절리해안에 갔는데, 입장료가 2천원이나 되네여. 예전엔 무료였는데
중국 사람들 엄청 많습디다. 역시 사진 몇장 득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우리는 제주시내로 가서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가기로 합니다.
가는 데 길이 많이 막혀 간신히 저녁을 먹으러 옵니다.
처음 먹어보는 따치회라는 생선인데, 광어, 방어, 따치 3종세트로 대(大)자가 5만원이니 가격은 합리적입니다.
쫄깃한 따치는 광어, 방어보다 한 수위의 맛을 자랑합니다.
시간 없지만, 매운탕까지 먹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합니다.
근데 허걱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뒷 사람들 양해를 구하고 새치기 한 끝에 가까스로 비행기에 오릅니다.
8시5분 비행기였는데 집에 오니 11시가 넘었네요.
피곤하고 비용지출도 꽤 많았지만, 여러모로 보람찬 여행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이렇게 제대로 여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효자라고 할 수 있지만, 뭐 아직 젊으시고 건강하신 어머니시니 앞으로 좋은데 같이 갈 기회는 많다고 봅니다.
함께 해 준 어머니, 누나, 최깜찍 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