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 원제는 "Renovate before you innovate"이다. 문자 그대로 이노베이션하기 전에 리노베이션하라 정도가 되겠다. 이노베이션은 혁신, 개혁으로 번역된다. 저자가 혁신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대다수의 기업에 이노베이션은 전혀 효과가 없다. 이노베이션이 제공하는 것은 오로지 임시변통의 해결책일 뿐이다. 잠시 동안은 기분이 좋아질지 모르지만,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상태가 오히려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놀랄 일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노베이션을 하는 기업은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나서 그것을 팔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리노베이션을 하는 기업은 무엇을 팔 수 있는지를 찾아 본 다음, 그것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이노베이션은 속성상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반면, 리노베이션은 기업의 본질과 이미 구축된 고객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대개는 더 성공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고객 관계에 밀접하다 보니 마케팅, 브랜드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기업의 본질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이야기하면서 글을 풀어 나간다. 특히 코카콜라의 사례가 흥미롭다. 코카콜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때 멕시코와 하와이 지역에서 새우 양식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히 실패였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한다. 왜 실패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새우양식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소비자들이 왜 코카콜라로부터 새우를 구매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코카콜라의 본질은 청량음료이지 새우는 아니었던 것이다. 효과적인 리노베이션을 위해서는 사고방식, 최종목적, 경쟁구조, 시장 세분화 전략, 브랜드 포지셔닝, 고객의 브랜드 경험의 여섯 가지 핵심 요소를 새롭게 정비하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 각각에 대해 살펴 보자.
■ 사고방식의 리노베이션 생각이 바뀌어야 태도, 행동이 바뀐다. 리노베이션을 위한 사고방식을 개발하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챔피언보다는 도전자처럼 생각하도록 스스로 훈련해야 한다. 1960년대 스위스 시계는 난공불락이었다. 디지털 시계의 아이디어가 등장했지만 그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디어는 일본으로 건너갔고, 스위스의 세계시장점유율은 75%에서 15%로 폭락했다. 챔피언의 지위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스와치"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컬러와 파격적인 디자인을 더 중요시하는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한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단 1달러라도 마케팅에 투입할 돈의 결과를 측정하는데 신경써야 한다거나, 가격할인은 머릿속에서 지금 당장 지워야 한다 등의 금언도 마케터로서 당연히 숙지하여야 할 대목이다.
■ 최종목적의 리노베이션 가고 싶은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들은 우연히 현재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니다. 그들의 경로는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었다. 안타까운 사례를 보자. 바로 싱거 재봉틀 회사이다. 싱거는 1851년 재봉틀을 팔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오랜 기간 동안 업계를 완전히 바뀌어 놓았다. 미국의 거의 모든 가정이 싱거 재봉틀을 한 대씩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1970년대 중반 그들의 매출은 27억 달러 이상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싱거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최종목적지는 늘 같은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2000년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다. 최종목적지는 계속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을 어떻게 규정하고, 타깃 소비자를 어디로 정하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기를,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는지 정확히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든 조직원이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 곳이 현시점에서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 경쟁구조의 리노베이션 경쟁자라는 말에서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라이벌? 동일한 업종 내의 다른 기업들?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그러나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코카콜라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그들은 「수분(水分)」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수분의 양은 66온스. 그런데 코카콜라의 연간 판매량을 전 세계 인구 수로 나누고, 다시 365일로 나누면 2온스에 불과할 뿐이다. 콜라가 성숙시장이 아니라 성장시장이라고 주장하는 증거이다. 이제 겨우 3%의 시장만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신용카드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비자카드는 어떠한가. 그들은 경쟁자로서「 현금(cash)」을 꼽는다. 사람들은 언제 현금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가. 여행할 때와 즐길 때이다. 비자는 T&E(Travel and Entertainment) 분야에서 현금과 싸워 이기려고 노력한다. 수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선정되는 것도 이 분야에서 현금을 이기기 위한 여러 전략중의 하나이다. 코카콜라가 러시아에 진출할 때의 일이다. 가장 큰 경쟁자는 펩시도, 현지의 어떤 청량음료도 아니었다. 러시아산 보드카나 독한 술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시내버스였다! 당시 많은 러시아 소비자들은 코카콜라도 사 먹고 퇴근길에 버스도 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소득이 없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경쟁구조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사업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업은 "내 사업과 비슷한 다른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우리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 시장 세분화 전략의 리노베이션 세분화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 고객, 소비자를 그룹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전제조건은 각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실제 그럴까? 인구 통계 측면에서 동일한 그룹에 속해 있는 두 사람을 설정해 보자. 예를 들어 MBA 출신이고 연간소득이 15만 달러이며 BMW를 몰고 다니는 두 자녀를 둔 35세의 남성 두 명. 이들이 휴대폰을 구매한다고 할 때, 구매 속성이 같을까? 저자는 새로운 시장 세분화를 강조하고 있다. 우선 고객 세분화. 가장 귀중한 고객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길 권장한다. 고객의 20대 80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다. 바겐헌터 (bargain hunter). 저가격을 극도로 추구하며, 저소득층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캐쥬얼 바이어(casual buyer).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고객이다. 구매단가가 낮고 횟수도 적다. 릴레이션십 헌터(relationship hunter). 보통의 고객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컨비니언스 바이어 (convenience buyer). 인터넷을 통해 편의성과 시간절약을 추구한다. 브랜드 바이어(brand buyer). 브랜드 충성도가 높으며, 그만큼 가격민감도가 낮은 고소득층이다. 이들 모두를 고객으로 관리하는 것은 곤란하다. 바겐헌터는 오히려 고객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이들의 구매가 증가할수록 기업의 이익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바이어만을 집중관리해도 충분하다. 구매의 기회나 경우를 세분화하는 것도 추천한다. 엔터프라이즈는 렌터카 시장에서 허츠나 에이비스와 싸워야 한다. 큰 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다른 회사들이 공항과 도심지의 연결에 초점을 맞출 때, 엔터프라이즈는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도난당했을 때, 누군가 운전자를 데려다 주었으면 할 때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보더스의 사례를 소개한다. 보더스와 반스앤노블. 모두 훌륭한 오프라인 서점이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어느 서점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힘들다. 고객을 다섯 가지의 집단으로 분류했다. 지식추구형, 정보추구형, 새로운 것 추구형, 엔터테인먼트추구형, 선물추구형. 각각은 매우 독특한 구매 동기화 행동양식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분류가 기존의 인구 통계의 의한 전통적 세분화보다 훨씬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다.
■ 브랜드 포지셔닝의 리노베이션 브랜드 포지셔닝은 당신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만들어 놓은 브랜드의 전반적인 이미지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브랜드 포지셔닝 선언문을 만들어라. "모텔 식스는 검소한 사람들에게 국내 어느 호텔 체인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편안한 하룻밤을 제공한다"하는 식이다. 그 기업의 타겟 고객이 누군지, 경쟁업체와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 선언문이 유효한지 계속 검증하되, 자신의 포지셔닝과 경쟁자의 포지셔닝을 계속 비교하면서 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급작스럽게 포지셔닝을 변경해야 할 때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문인 뉴욕타임즈가 몇몇 기자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문 게재 및 고위 편집자 사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 사건의 충격에서 결코 회복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발적으로 포지셔닝을 새롭게 해야 할 때도 있다. 여성용 담배였던 말보로가 남성용으로 재탄생하면서 오늘날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전설처럼 말이다. 저자는 스타벅스의 사례를 이야기한다. 1960년에는 커피가 70%의 시장 침투율을 기록했고, 사람들은 하루 평균 3.2잔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988년에 가서는 시장 침투율이 50%로 떨어졌고 하루 소비량도 1.7잔으로 감소되었다. 모두들 커피는 사양산업이라며 포기하려 했다. 스타벅스는 커피 영역 전체를 다시 포지셔닝했다. 아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단순한 음료에서 오감을 기분 좋게 흥분시키고 세상을 발견하며 삶을 즐기는 한 방법으로 말이다. 그 결과 1999년 시장 침투율은 76%까지 올라갔고 하루 소비량도 3.5잔으로 늘어났다. 잔의 크기가 33%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소비량의 증가는 대단한 것이다. 다양한 수치적인 증거들이 현재 스타벅스가 커피시장에서 확고한 지배자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비관적인 데이터도 많다. 유사 경쟁자의 출현으로 더 이상 스타벅스 만의 고유함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어떻게 새롭게 포지셔닝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 브랜드 경험의 리노베이션 할리 데이비슨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오토바이를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무법자 같은 이미지, 지옥의 천사들, 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달리는 느낌, 미국 정통 스타일 그리고 할리만의 독특한 엔진소리를 경험하기 위해 구매한다. 할리 데이비슨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영국항공과 사우스 웨스트를 비교해보자. 영국항공에서는 '영국 특유의 편안함'을 팔고 있다. 사우스 웨스트는 '기내 서비스가 없는 초특가 항공여행'을 판매한다. 그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소비자 경험이란 없는 것일까? 칠면조 브랜드로 유명한 버터볼의 예를 보자. 물론 이들은 칠면조를 판매한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칠면조 요리를 떠올린다. 그날은 아마 휴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이었을 것이고 당신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을 것이다. 입맛을 다시며, 칠면조가 빨리 익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모든 거래는 경험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보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브랜드 경험이 가능함을 유추할 수 있다. 구매이후의 브랜드 경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63%가 타바스코 소스를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시장 침투율이다. 그런데 그 중 절반이상이 너무 오랫동안 선반 위에 놓여 있다 보니 빨갛던 본래의 색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재구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매 이후의 경험을 제대로 관리해야 고객과의 관계가 강화된다.
저자인 서지오 지먼(Sergio Zyman)은 코카콜라사의 마케팅 책임자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 기업의 전략이나 총체적인 마케팅 및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지먼 마케팅 그룹을 창업했다. 현재 하나로 체이스 은행, EDS 등의 기업 컨설팅을 담당하며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