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례문학상 수상작
"물의말"
이 소설에 나오는 완전한 여성부분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완전한 여성
그것은 물론 책의 제목이자, 작자인 예지를 일컫는 용어였다.
살림을 반질반질 윤기나게 하면서 돈까지 잘버는거다.
거기다 아들하나 딸 하나 홈런까지 친
이 시대의 신사임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시테크 개념으로 가사를 해치워요.
즉 철저한 계획표와 과학적인 관리로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가사를 돌본다는 거죠.
예를 들면 미리 짠 한 주일의 식단에 맞추어 한꺼번에 장을 보아 한꺼번에 손질하여,
이건야채, 이건생선 이건소스, 이건 육수식으로 그릇그릇 담아 랩을 씌워 냉장고에 정리해두면
식사준비 시간이 평소의 삼분지 일도 채 걸리지 않거든요.
만약 생선찌개가 그 날의 메뉴라면 냉장고의 육수 그릇에서 육수를 덜어 물과 섞은 다음
야채 그릇에서 무와 파를 한움큼씩 덜어넣고 생선그릇에서 맞춤한 생선을 꺼내넣고
또 고추장 , 고춧가루, 간장, 마늘 등으로 미리 만들어 놓은 찌개용 소스를 끼얹어서 끟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찌게가 끟는 동안에도 멍청히 서 있지 마세요.
그런 시간을 잘 써야 완전한 여성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나물 한 가지를 더 무치거나 세탁기를 돌리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는 식탁에 미리 비치해놓은 책을 읽으세요.
저는 그렇게 자투리 시간에 읽을 책을 식탁 귀퉁이에 한상 놓아둔답니다.
이번 주에 읽고 있는 책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예요.
시간 날때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을 하는 주부에게 남는 시간은 없담니다.
완전한 여성은 시간을 만들어 내는 법이지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정돈되지 않은 아내와 엄마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집에서 입는 옷이라고 아무거나 걸쳐서는 안돼요.
몸에 맞고 어울리는 홈 원피스를 멏 벌 장만하세요
저처럼 양재를 배워 손수 만들어 입으면 더 좋고요,
그리고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화장을 하고 남편이 잠든 후에 화장을 지우는 원칙을 꼭 지키세요.
피부에 트러블이 있을 때는 립스틱이라도 꼭 바르시고요.
자기관리를 절대 게을리 하지 마세요.
정기적으로 음악회에 가고 연극 관람을 하구요.
물론 그 정기적 일정표에는 피부관리실과 헬스클럽도 포함되는 거예요.
완전한 여성이라면 미모도 중요하니까요.
그런 것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라도 가세요.
그리고 오이라도 썰어서 붙이고요.
변화와 안정이 공존하는 스위트 홈을 꾸미세요.
계절마다 커튼이나 쿠션커버, 꽃병 등을 바꾸는 것으로 집안 분위기를 일신하는 건 기본이고요,
하지만, 사랑과 추억이 담긴 가족의 기념품이나 사진등은 언제나 그 자리에 두세요,.
새것에 민감하면서도 옛것에 집착하는 것이 남자와 아이들의 심리니까요.
식생활은 가정 생활의 근본이지요.
세상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여자의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낳고 요리를 하는 것입니다. 맛있는 요리를 가운데 놓고 온 가족이 식사를 할 때의 즐거움은 주부라면 놓칠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매일매일 하는것이 요리다 보니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죠
요리를 쉽고 맛있게 하는 방법 한 가지를 가르쳐드릴게요.
만능 양념을 만들어놓고 쓰세요.
마늘, 표고버섯, 술, 레몬즙, 육수를 섞어 만능 양념을 만들어놓고 쓰면 참 편리해요.
부업으로 남편의 짐을 덜어드리세요
돈 문제만큼 치사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없어요.
돈이 부족하면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지 않을 수 없고,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을 수 없잖아요?
영문과 출신이면 중고생 과외라도 하고
사회체육학과 출신이면 에어로빅 강사,
이도 저도 아니면 슈퍼마켓 점원이나 파출부라도 합시다,
주부는 가정이라는 사회집단의 관리소장이에요.
남편과 아이들의 건강, 위생 상태,
직장과 학교에서의 성취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할 잭임이 있답니다,
여성의 인생은 여성자신과 남편, 아이들이라는 삼 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남자와 아이들이란 고양이와 같아서 등골을 따라 살포시 쓰다듬어주며 달래면 말을 듣게 되어 있어요.
남편과 아이들의 성적은 곧 주부의 성적,
프로 주부와 아마 주부는 이런데서 차이가 나죠
예지는 집안에서는 헌신적이었다.
집밖에서는 깍쟁이처럼 굴었지만 집안에서는 끝없이 자신을 희생했다.
자신의 헌신만이 아름다운 가정을 유지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그녀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는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아홉 시까지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선 채로 돈을 벌었고,
그 돈을 남편과 자식에게 썼으며, 가사의 거의 전부를 도맡아 했다.
그러면서도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이듯이
남편이 가정의 머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은
그에게 돌리고 그의 결정에 순종했다.
그 모든 헌신의 보상은,
예지가 설거지를 할 때 가끔 뒤에서 예지의 허리를 껴안으며 남편이 말하는 사랑해 였다
그러나 일방적인 헌신은 남녀관계에서는 종종 배신으로 귀결된다
오래된 일방적 헌신은 더 이상 고맙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하찮은 습관이다.
습관에는 긴장이 없다.
그는 긴장없는 관계에 충실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다.
헌신이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종교적인 관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