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News1 |
출판계에서도 '복고의 바람'이 거세다. 1980~90년대의 시집들과 그보다 더 내려간 시대의 소설과 산문 등이 재출간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TV에서의 '응답하라' 시리즈, 90년대 음악을 다룬 무한도전 '토토가'나 영화계에서 '국제시장', '쎄시봉'에 이르기까지의 거센 복고 바람에 출판과 문학계도 70~90년대 작품들을 재출간하면서 동참하고 있다.
1980년대 '시의 시대'를 이끌었던 시집들이 재출간 대열을 이끌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1987년 시집 '나는 너다'가 절판 20여 년 만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복간됐다. 지난해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1979년 초판)가 창비에서,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1984년 초판)이 느린걸음에서 개정판으로 나왔다.
소설과 수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문학과 지성사는 1960년 '새벽' 11월호에 처음 발표됐던 소설가 최인훈 소설 '광장'의 55주년 기념판을 냈다. 문학동네에서 최근 펴낸 박완서 선생의 산문집 7권은 1977년 첫 산문집을 포함해 1990년까지의 산문집들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추려내고 재편집한 것이다. 황석영 선생이 엮은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문학동네)' 10권도 현재의 작품들이 포함돼 있지만 100년간의 소설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복고'다. 작가를 둘러싼 생활상, 사회상의 '옛 얘기'가 황석영 작가의 해설에 담긴 '명단편 101'은 출간 2주만에 10권 모두 중쇄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
ⓒ News1 |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이들 작품들이 배경은 과거일지라도 지금 읽어도 유효한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기에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학과 지성에서 재출간된 시집들도 80년대의 걸출한 시인들의 것으로 '슬프고도 실존적인 서정을 복권'한 걸작들이다.
특이한 점은 영화나 드라마는 소재가 복고일 뿐이지 작품 자체는 재생산된 것인데 반해 문학작품들은 아예 작품 자체가 옛것이다. 이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영화와 드라마 등 어떤 문화 장르도 수십년 전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갖춘 것이 없지만 문학은 수십년 전의 것이 아직도 '먹힌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학의 외연을 넓힐 뿐 아니라 작품에 현재의 재해석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예전 작품의 단순반복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복고는 사실상 2012년부터 시작돼 이와 관련한 문화상품에 실패가 없었는데 이 높은 성공률을 감지하면서 출판사들도 복간·재출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서 더이상 전망을 보기 힘든 무력감, 눈에 띄는 국내작가의 작품이 없는 현재의 '생산력 부재'를 70~90년대 작품들이 메꾸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밝혔다.
재출간·복간으로 인해 독자층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정우영 시인은 "시집의 재출간·복간은 사실상 유명시인을 출판사가 확보하고 절판된 책을 찾는 일부 독자들을 위해 시집을 구비해놓는 것이 주목적"이라면서 "출판사들도 독자층의 확대를 딱히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 역시 "'나는 너다'를 읽었던 4,50대와는 정서적 토대가 다른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이 시들을 이해하고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들 복간, 재출간된 책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취업난과 경제적 능력의 열세로 책 사보기가 쉽지 않게 된 20~30대가 아닌 다시 4,50대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재출간, 복간된 문학이 새로운 독자층을 개척한 것이거나 새로운 문학이 창조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