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의 세계관은 철학적으로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동양에서는 타자와의 관계를 중요시한
관계론적 사유가 보편적이라면
서양은 주체 중심적 사유가 지배한다.
니가 먼저냐 내가 먼저냐... 한마디로 그렇다.
입장이 정반대라는 거다.
생각이 다르니 습성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럴까..
목공 방식도 동양과 서양은 다른 게 많다.
대표적으로 완전 반대인 것이 손대패질..
우리네는 대패를 주로 당기는 반면 그네들은 민다.
어느쪽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왜 그렇게 굳어졌을까.. 아무렇게나 상상해보면 재밌다.
기계톱의 조깃대(가이드 펜스)도 동양은 작업자의 왼쪽에 있지만
서양의 그것은 오른쪽에 있다.
왼쪽에 놓고 싶으면 '왼손잡이용'으로 별도 주문해서 사야하는 식이다.
목재를 원하는 모양으로 갈아 가공하는 데에 쓰이는
벨트 샌더의 회전 방향도 그러하다.
공방에 들여 놓은 '라구나'라는 이태리 브랜드의 보급형 벨트 샌더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동양 것은 시계 방향, 서양은 반시계 방향으로 벨트가 돈다는 것을..
헐~ 적응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첨 한 두번은 무심코 습관대로 부재를 갖다 댔다가
부재가 튕기면서 원치 않는 부위까지 갈려버린 경험이 있다.
벨트 샌더의 띠 사포는 돌아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웬만한 건 뭐든 갈아버린다.
대리석은 물론 쇠도 맥을 못춘다.
갈갈이 마왕이다. 한 번 갈리면 흔적도 없다.
그러니...하물며 손가락 따위야...
눈은 동시에 두 군데를 못본다.
양손을 벌려 부재를 잡고 있으니...
자칫 손가락까지 갈려 버릴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검지의 첫번째 마디 등쪽...
부재를 잡으면 삐죽이 맹렬히 도는 사포쪽으로 튀어나오는 부위다.. 크..
부지런히 양손으로 잡고 있는 부재의 갈린 정도를 번갈아 가며 보자..
작업용 빨간 고무 면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걸 추천한다.
끼고 나면 아무래도 덜 불안하다. 작업에 더 집중하게 한다.
보통 벨트를 90도로만 세워 사용한다.
그러다가 벨트 폭을 벗어나는 부위를 가공해야 할 경우라든가
긴 부재의 중앙 부분을 직각 방향으로 갈아내야 할 경우에
정반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이 놈을 샀다.
이 놈은 벨트 축을 180도로 뉘일 수 있다. 큰 장점이다.
사포 굵기는 80번과 150번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