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방문객 (Le Passager de la Pluie, 1969)
(비의 방문객) (영문제목 : Rider On The Rain)
감독 : 르네 끌레망 (Rene Clement)
출연 : 찰스 브론슨 (Charles Bronson, 해리 도브 役 ),
마를렌느 조베르 (Marlene Jobert, 멜란콜리 멜리 뮈 役 ),
애니 코디 (줄리엣 役),
질 아일랜드 (Jill Ireland, 니콜 役 ),
가브리엘 틴티 (Gabriele Tinti, 토니 役),
장 가벵 (Jean Gaven)
음악 : 프란시스 레이 (Francis Lai)
제작 :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니치 필름 프로덕션, 메두사 프로두지오네)
기타정보 : 드라마, 범죄, 스릴러 | 120분
(제1 테마음악)
프랑스 빠리에서 가까운 남부의 어느 조용한 바닷가 마을.
종일 비가 내리는 해안의 인접한 도로에, 레인코트의 깃을 세우고 붉은색
TWA 항공사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든 한 낯선 남자가 버스에서 내린다.
흰옷만 주로 입고,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어린아이같은 성격과 외모를
가진 멜리(마를렌느 조베르)는 친정 어머니가 운영하는 당구장에 갔다가,
창밖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그 사내를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도, 또 그 사내를 보면서 지나친다.




이 사내는, 항공관련 직업 때문에 자주 집을 비우는 남편과 사는 멜리의 집으로 몰래 숨어
들어 스타킹으로 얼굴을 가리고, 비에 젖은 옷을 갈아입는 그녀를 묶고 성폭행을 한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린 멜리는, 옷을 찾아입고 경찰에 전화를 하려다가
그만두고 지하실에서 인기척을 느끼자 남편의 산탄 엽총을 집어들고...


신고하지 않을 테니 떠나라고 소리치지만, 다시 불쑥 나타난 그 남자를 쏘아 죽인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멜리는 그 시신을 버리려고
차에 넣어 바닷가로 간다.

가는 도중,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경찰의 검문검색이 있었지만,
그 자리를 잘 벗어나서 바다 바로위 절벽으로 가서 바닷속으로 밀어
떨어뜨려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시각, 남편과 어머니는 이미 집에 와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만 내는 보수적인 남편 토니(가브리엘 틴티)에게는,
공항으로 마중나갔다가 길이 서로 엇갈렸다고 둘러댄다.
토니는 또 다시 해외출장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마을에 또 다른 미스테리의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교회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예감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
보는데, 뒷편 한구석에서 자신 주시하고 있는 한 사내를 보게 된다.



혼자 있는 멜리의 공포는 더욱 더 커져만 간다.

멜리는 어릴 적 부모에 대한, 생각하기조차 싫은 나쁜 기억이 있다.
그 것 때문에 멜리는 더욱 불안하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한 멜리에게 그 남자가 접근을 한다.



그리고.. 월츠가 연주되자, 모두들 춤을 추는 중에, 그 남자도 멜리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하고...
(제2 테마음악)
(위의 음악 정지후 클릭...)


그 남자는, 마치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 처럼, 죽은 그 사내의 행방과
또 그가 들고 있던 붉은 색 손가방을 물어보면서 멜리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그의 이런 행동들은 멜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이 때부터 멜리와 미스테리의 남자, 해리 도브(찰스 브론슨)간의 심리게임이
시작된다.

남편이 집에 오지만, 그녀의 절박한 고민을 알지 못하고, 약간의 생활비만 주고
곧 다시 출장을 떠난다.


도브는 멜리에게 강압적으로, 심리적으로, 때로는 물리적으로 압박하며 진실을
알아내고자 한다.
남편이 없는 집에 들어와 독한 술까지 강제로 먹이면서 다그치기도 하고, 때론
구슬리기도하면서 여러 형태로 멜리를 압박하며 심리전을 펼치는 노련한 도브
앞에,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며 부인하는 멜리는 마치 늑대 앞에
서있는 새끼 양처럼 연약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멜리는 굳건히 버티어낸다.











도브는 자주, "호두를 창에 던져서 창문이 깨지면 사랑에 빠진 것이다" 라며
창을 향해 호두알을 던지지만, 번번히 호두만 깨어지고 창은 멀쩡하다.








도브는, 독일에서 군의 돈을 훔쳐 달아난 이를 뒤쫓아 온 것이다.
빗속의 낯선 남자는 TWA 가방을 들고있었으니 그 안에 돈이 있다..
도브는.. 자신은 틀리지 않는다며, 멜리를 압박하여 진실을 알아내고
사라진 돈을 찾으려 하는데...
(영화는 막판까지 과연 도브의 정체가 무엇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도 나쁜 사람인지.. 또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인지...
그런가운데 멜리는 확실히?.. 도브에게 마음이 끌린다...)


멜리는 도브에게서 강간범돈이 갖고 있던 돈의 행방과 살인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받는다.
그 살인의 죄책감에 시달리는 메리는, 증거를 충분히 갖춘 듯 하면서 그녀를
집요하게 추궁하며 괴롭히는 도브에게, 결단코 사실을 말하기를 거부한다.















그 과정에서 도브는... 멜리가 어릴적, 바람을 핀 어머니의 비밀을 추궁하는
아버지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멜리가 실토하였고, 그 때문에 아버지가 집을
떠나버렸던.. 그녀가 기억하기조차 싫어하던 그녀의 과거 일들 알게 된다.





과거의 상처 때문에 멜리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면
그 옛날 그녀의 아버지가 떠났듯이, 질투심이 강한 남편 토니가 떠날까봐
두려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그리고 그녀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도브가 밝히려는 사건 외에, 또 다른 살인에 대한 프랑스 경찰의 수사도
계속되고.... 결국, 프랑스 경찰이 찾는 범인은 해결 된다.
그러나 도브가 찾는 사건은 아직 결정적인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빠리로 까지 이어지는 이 두 사람의 심리전은 결국 도브의 신분이
미 육군 수사대 소속 대령으로, 6만 달러와 기밀서류를 훔쳐 달아난 범인을
뒤쫓아 수사를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진 후, 도브가 빠리의 갱들의
소굴로 부터 멜리를 구출해내면서 점차 반전되기 시작한다.




















마침내 바닷가에서 사내의 시체를 찾아낸 날..


도브는, 죽은 남자의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 속에서 결정적인 증거인
그녀의 없어진 원피스 단추를 발견한다.


그날, 도브는 멜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사내가 죽을 때 쥐고 있던 멜리의 단추를 꺼내어, 그녀의 손에 쥐어준다.
'진실은 당신의 손안에 영원히...'


영화내내 시종 일관 어두운 표정이던 멜리는, 비로소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짓는다.

프랑스 경찰이 수사하던 사건이 이미 해결되자, 아무도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이 사건은 영원히 미궁으로 남겨둔 채 수사가 종결된다.
그렇게 어느 비오던 날 벌어졌던 사건은, 도브와 멜리 두 사람만의 가슴 속
깊이 묻힌.. 영원한 비밀이 된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도브를 지나쳐 떠나던 멜리는, 도브를 의미있게
바라보고.. 도브도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다.



도브는 호두 한알을 꺼내어 생각에 잠기다가는.. 어깨너머 뒤로 던진다.




순간.. 와장창 소리를 내며 뒤 건물의 창문이 깨진다.
이제까지.. 몇번이나 호두알을 던져도 깨진 적이 없던 유리창이...




도브는, 멀어지는 멜리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마음을 뒤로 하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제목이 빗속의 방문객이지만, 비가 내리를 장면은 사이코 괴한이 버스에서 내리던
날 뿐이고, 이후는 화창한 낮 장면 위주로 영화가 진행되며, 프랑스 영화답게
은은한 무드와 르와르풍 분위기를 풍긴다.
주근깨 투성이의 독특한 분위기의 배우 마를렌느 조베르가 마치 궁지에 몰린
쥐처럼 가엾은 연기를 펼치는게 돋보인다.
영화가 시작되고도 거의 30여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찰스 브론슨은 악역인지
선역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특유의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며 여주인공을 점점
구석으로 몰아세운다.
굉장히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두 남녀의 심리전이 여주인공의 집과 볼링장,
호텔 등에서 치열하게 펼쳐지며, 마치 '프로와 아마츄어'의 대결같은 양상을 띈다.
미모의 여주인공과 잘생긴 남주인공이 아닌, 독특한 개성의 두 남녀가 펼치는
치열한 대결이 영화의 흥미를 점점 배가시킨다.
후반부로 갈수록 여주인공은 점점 궁지에 몰리지만, 거기에 다소 의외같은 새로운
사건이 숨겨있고, 순진한 여주인공을 상대로 찰스 브론슨의 심리가 오히려 변화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호두를 창에 던져서 창문이 깨지면 사랑에 빠진 것이다" 라고 말하는 찰스 브론슨이
창에 호두를 던질때마다 이상하게도 창은 멀쩡하고 호두만 깨지는 것이 특이한데,
마지막에 창문을 깨고 황당해 하는 그의 모습으로 혹시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진
것인가 라는 여운을 주기도 한다.
특히 찰스 브론슨은 시종 마를렌느 조베르를 '러브 러브'라고 부르는데, 그건 그녀가
입고 있던 옷에 쓰여있는 글귀이기도 하고, 절묘하게 마지막 '호두깨기'장면과
연결이 되기도 한다.
찰스 브론슨의 아내이기도 한 질 아일랜드가 비중이 약한 배역으로 등장하며
두 남녀 주인공이 둘 만의 실내 공간에서 함께 있는 장면이 꽤 많은데 '영화'라는
속성상 '러브라인'이 펼쳐질 듯 말듯한 분위기, 즉 선을 넘을 듯 말듯 한 분위기를
은근히 질질 끌고 가면서 관객을 감질나게하는 연출도 특색이다.
감독, 배우, 음악 등의 콤비가 제대로 어울려지면서 큰 액션이나 긴장감 없이 두 배우의
대사만으로 흥미롭게 끌고간 영화이기도 한다.
르네 클레망은 이후 '파리는 안개에 젖어'라는 역시 독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영화 에서 멜리의 친구로 나오는 "질 아일랜드"는 영국의 여배우로, "데이빗 맥컬럼"의
부인이였으나 이혼하고 챨스 브론슨과 결혼 하여 같이 영화 활동을 하였으나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다. 이영화는 챨스 브론슨과 초기에 같이 출연한 작품으로,
이후로 미국에서 같이 활동하게 된다.>
비교적 르네 클레망 감독의 후기작에 속하는 이 누아르 풍의 스릴러는, 자신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느끼는 서스펜스를 유지하며 평단과 흥행에 성공한 대중적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 개봉 당시 <방문객> 또는 <비의 방문객>이란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르네 끌레망 (Rene Clement)
1952년에 발표한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 으로 프랑스를 넘어 이미 세계적인
스타급 감독이 되어 있던, 르네 끌레망(Rene Clement /1913-1996, 프랑스) 은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를 통해 이미 ‘낭만이 가득한’ 스릴러를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이 작품 역시도 도처 도처에 교묘하게 낭만을 감춰놓았다.
눈을 감거나 뒤로 던져도 항상 정확한 목표를 맞출 수 있는 호두까기의 대가,
도브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창틀이 아닌 유리를 깨는 장면도 그래서 재미난 해석을
낳았지만, 특히 (줄거리 전개에 매우 중요한) 여러 소품들을 이용한 끌레망 다운
치밀한 연출이 일품이다.
이렇게 해리가 즐겨먹던 호두에서부터 요일을 알려주며 시종일관 긴박감을 표현하던
고풍스런 벽시계의 추, 또 문제의 붉은 색 손가방과 사체의 손에서 나온 멜리 옷의
작은 단추 등등, 또한, 멜리에게는 시종일관 속옷에서부터 레인코트와 모자까지도
전부 흰색으로만 입히면서, 무언의 상징도 보여주었지만, 특히 터프 가이, 브론슨의
이미지를 또 다르게 창조해낸 점은 높이 살만 하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71년, 골든 글로브 상의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도 수상하였는데,
이번에 할리우드 배우로 재미를 보아서 그런지, 차기작인 ‘빠리는 안개에 젖어(1971)’
에도 훼이 더나웨이(Faye Dunaway, 1941)를 기용하여 당시 프랑스의 최고 감독
으로서의 명성을 계속 이어간다.
프란시스 레이 (Francis Lai)
20대에 빠리로 홀로 상경하여 (은인) 끌로드 를루슈(1937, 프랑스 파리)를
만난 이후, 그와 함께 ‘남과여‘(Un Homme Et Une Femme. 1966)를 통하여
놀라운 감성적 재능을 선보이며 프랑스 문화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
후랑시스 레이(Francis Lai, 1932, 프랑스 니스)는
이 작품에서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인상적인 오리지널 스코어(OS)를 선보였다.
그는 이 영화의 OS에 두개의 Theme을 큰 축으로 하면서 끌레망이 추구하는
낭만적인 서스펜스 분위기를 잘 살려주었다.
메인 Theme이자 제1의 Theme는, 비가 나리는 첫 장면에서부터 기타의 선율로
잔잔히 슬프게 들려오다 서서히 전자 올갠과 선율이 합쳐지는 곡으로,
원래 이름이 멜랑꼴리(Melancolie)이기도 한 여주인공, 멜리가 느끼는 외로움이나
우수를 멜랑꼴리의 분위기로 잘 전달하며 전편을 통해 여러 번 반복이 된다.
이곡은 세브린느(Severine)의 노래로 엔딩 크레디츠를 장식하기도 한다.
제2의 Theme 은 멜리가 참석을 한 한 결혼식의 피로연에서 들려오는 월츠 곡으로,
바로 도브가 멜리에게 처음 접근을 하는 장면에서 등장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에 광고음악으로 사용이 되면서 메인 Theme보다도 오히려 대중적으로 더욱
잘 알려지기도 하였다.
특히 이 제2의 Theme의 마지막 일부분은 편곡을 통하여 때론 긴장된 분위기를
잘 묘사하기도 하였는데, 멜리가 어린 시절의 불행하였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마다
이곡이 배경음악으로 들려온다. 이 분위기는 이태리의 니노 로타(Nino Rota)에게도
영향을 준 듯, 그 유명한 ‘대부‘(The Godfather, 1972)에서의 결혼식 장면 월츠에
까지 이어지는 듯하였다.
프란시스 레이는 이 영화의 음악을 만들자마자, 곧이어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겨,
작업에 착수한 ‘러브스토리’(Love Story, 1970)로 대망의 아카데미상을 처음
수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