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은 사실상 세금에 대해 잘 몰라요”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미래 전망이 밝은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지난 11일 첫 번째 멘토로 40년 가까이 세무사 직에 종사하고 있는 채상병 참세무법인 회장을 만나 세무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연봉 전문직이면서 다양한 진로 선택이 가능한 미래 유망 직업 세무사(CTA)의 자격시험은 나이나 성별, 학력 등에 제한받지 않고 누구나 응시 가능하다. 법적으로 신상의 문제가 있거나 파산, 징계처분 등의 심각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세무사 시험을 칠 수 있는 것.
예전에는 ‘미성년자 응시 제한’ 항목이 있었으나 2009년도에 세무사법이 개정되면서 미성년자도 응시 가능케 됐다. 다만 미성년자 신분으로 시험을 보고 합격까지 할 수는 있지만, 자격증 취득 과정 및 세무사 등록은 성인이 된 시점부터 가능해진다.
다음은 일요서울과 채 회장의 일문일답이다.
- 세무사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일반 국민은 사실상 세금에 대해 잘 모르시거든요. 그래서 세금을 부당하게 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세무사는 세금에 대한 정보를 몰라 실수하지 않게 세금 법률을 알려 드리고 필요하시면 법적 대응을 대신해 드립니다. 또 세무서나 국세청에 나가서 대신 조사도 받고 변호사처럼 대신 진술하는 일 등을 주로 하는 직업이죠.
즉 세무사는 세무사법에 의한 전문자격사인데, 주로 세금에 대하여 납세자 등의 위임을 받아 세금에 대한 신고와 이의신청, 심사청구, 기타 개발부담금에 대한 심판청구 등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 세무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국가에서 시행하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에 합격하면 돼요. 1차 시험은 주로 실무 위주의 과목이고 2차 시험은 법률 위주의 과목을 봅니다.
다만 전문 국세기관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은 2차 시험만 통과하면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요. 전문 국세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후 사무관으로 약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등록만 하면 자격증이 주어집니다.
우리 회사는 순수하게 1차 시험과 2차 시험에 모두 응시해서 합격한 세무사들이 약 80% 이상 돼요. 앞으로는 그 젊은 세무사들이 우리 회사의 주축이 될 것입니다.
- 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세무사란 직업도 미래엔 없어질지 모른다는 시각이 존재하는데요.
▲이 직업은 국민을 도와주고 적정 수수료를 받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항간에서는 이제 사람들의 통장을 모두 공개해서 받을 수 있고 컴퓨터나 SNS 등을 통해 모든 자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세무 보는 일이 간단하고 수월해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굳이 세무사를 통해 업무를 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세무는 항상 끝나고 나서 검토해야만 하기에 컴퓨터로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세무사는 없어질 수 없는 직업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망이 밝은 직업으로 손꼽히는 편이에요.
- 평생 세무사 직에 종사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요.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많습니다. 특히 납득 못할 만큼 많은 세금이 나와 억울한 데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 낼 능력이 없는 사람을 도와줬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얼마 전에도 어떤 사람이 사업은 부진한데 부당하게 수익세금 몇 억이 나와 놀라서 억울하다며 일을 의뢰해 왔어요. 그래서 우리 세무사들이 잘 검토한 후 국세청에 이의신청해서 이겼어요.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세무사에 일을 맡겨서 세금 6억 원이 나갔는데, 이 세무사가 너무 경황없이 한 거예요. 그래서 그 일을 내가 맡아서 다시 검토했더니 국세청이 ‘1세대 2주택이다’라고 잘못 판단해 6억 원 중에 가산세가 1억5000만 원이나 붙어 있었어요.
그런 것들을 바로잡아 주는 게 당연히 세무사가 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고 보람됩니다.
- 그렇다면 반대로 회의를 느꼈던 적도 있나요.
▲예전에 부동산 중개업자가 데려온 어떤 고객이 우리 세무사와 상담한 후 집을 팔았는데 너무 많은 액수의 세금이 나왔다며 따지는 거예요.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니 이 고객의 집이 세 채인 거예요. 그중 집값이 싸고 별로 오르지 않는 집을 팔았으면 세금이 조금밖에 안 나왔을 텐데 이걸 모르고 제일 비싼 집을 팔아버려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온 거예요.
고객이 미리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줘야 올바른 상담이 진행되는데 엉뚱한 상담만 하고 집을 팔고는 막무가내로 소송까지 걸어와 정말 난감했고 회의까지 느껴졌어요. 물론 이런 경우 정의에 입각해 정정당당하게 소송에 대응합니다.
- 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옛날에 우리나라는 세금을 국세청에서 매겼어요. 나는 세무사를 개업하기 전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14년 6개월 정도 국세청에서 근무했거든요. 이 계통의 일을 한 지는 50년이 넘었지만 세무사는 39년째 하는 것이지요.
옛날에는 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소위 쉬운 말로 ‘당신은 세금이 220만 원이야… 뭐? 아니야? 그럼 160만 원만 내’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아이~ 잘 좀 봐주세요’라고 그러면 ‘좋아 80만 원만 매길게’라는 식으로 주먹구구식이었죠.
근데 지금은 전부 세금을 납세자들이 신고하게 돼 있어요. 신고하면 그냥 그걸로 끝나는 거예요. 나라에서 얼마 내라는 얘기를 안 해요. 그런 제도이기 때문에 신고가 대단히 중요하죠.
그럼 내 멋대로 조금 신고하고 조금만 내면 되느냐. 아니 어림없어요. 요즘 국세청 컴퓨터 전산시스템이 얼마나 잘 돼 있는 줄 아시죠? 그것으로 전부 지출 챙겨서 속인 사람마다 낱낱이 조사한다고 봐야 되겠죠. 아주 가혹하게 조사합니다.
그렇게 바뀔 당시 일반 납세자들이 예상보다 세금에 대해 잘 몰라서 부당하게 세금을 내는 것을 보고 국세청에서 퇴사하고 세무사를 하게 됐습니다. 그때가 80년도였으니까 세무사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됐죠. 그때 열심히 일해서 세무사를 차린 지 12년째 되던 해에는 전국 2등까지 올라갔어요. 당시 세금을 1년에 1억5000만 원 넘게 냈으니까 지금으로 따지면 약 7~8억 원가량 낸 것입니다.
- 세무법인을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세무사는 세무사법에 의한 전문자격사이긴 하지만 변호사처럼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직업이 아닌 우리 실생활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일들을 맡아 해주는 직업이기 때문에 상당한 윤리관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내가 어느 큰 기업의 일을 맡아 약 100억 원 정도를 이득 보게 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기업이 10%의 수수료를 준다고 했지만 사양하고 적당한 수준의 수수료만 받았어요. 그랬더니 그 기업이 매우 고마워하면서 아직도 다른 고객들까지 소개해 주곤 해요.
나는 우리 구성원들에게 항상 ‘세상사를 순리대로 풀어나가자.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고 성실하게 일하자’고 말하고, 나도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사 원문 보기]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