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우암2동 작은 시장통 좁은 골목에,역시 좁은 입구를 겨우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허름한 외양이지만 50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냉면 맛을 아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곳이다. 주 메뉴는 냉면과 밀면,그리고 겨울에 잠시 내놓는 국수뿐이다.
이 집의 냉면은 정확히 말하자면 '남한식 함흥냉면'이다. 1920년대부터 함경남도 흥남 신상리 내호마을에서 냉면집을 하다가 부산으로 피란온 1대 주인 고(故) 이영섭 할머니는 이곳에서 52년부터 딸 정한금(78)씨와 식당을 운영했다. 함흥냉면은 원래 감자전분으로 면을 만들어야 했지만 남한 감자로 만든 면은 북한 감자로 만든 면과 달리 질기지 못해 툭툭 끊어졌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고구마 전분. 지금 이 식당에서 선보이는 냉면은 질긴 듯 쫄깃하면서도 고구마의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은 밀면. 밀면 역시 여기서 창조해 낸 것이다. 원래 메밀로 만들어야 하지만 메밀로 만든 면이 힘이 없는 데다 50~60년대 구호품으로 밀가루가 많이 들어와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3대1의 비율로 섞어 면을 만들어 내놓았던 것이 큰 호응을 얻어 지금의 밀면을 탄생시켰다. 이곳의 밀면은 쫄깃하면서 고소한 맛을 낸다.
육수는 한우사골을 포함,32가지의 재료를 7시간 이상 고아서 만들어 정갈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들이는 공도 크다. 냉면과 밀면에 들어가는 모든 면은 직접 만들고 육수는 이른 새벽에 며느리와 시어머니만 와서 조심스레 만든다. 051-646-6195. 김진경기자